2018년 KBO 프레이밍의 대가는?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야구공작소 박기태] 지난 4월, 2017시즌 투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시즌 프레이밍 점수를 계산한 적이 있다. 그리고 LG트윈스의 유강남이 지난해 포구로 가장 많은 이득을 본 포수였다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에는 스트라이크 존에서 구역별 스트라이크 판정 확률을 구한 뒤, 예상과 다른 판정이 나온 경우 판정 확률에 따라 점수를 더하거나 빼는 식으로 프레이밍 득점을 계산했다.

기존 프레이밍 득점 계산 방식

한 시즌을 마무리한 만큼 프레이밍 득점을 다시 계산해보기로 했다. 이에 앞서 기존 방식을 보완, 수정하기도 했다. 이어질 설명은 과정에 관심이 없는 경우 넘어가도 좋다.

 

프레이밍 득점 계산 수정 내용

※ 고리타분한 내용에 관심이 없다면 넘어가도 무방함.

기존 계산 방식의 단점은 얼토당토않은 볼 판정에도 점수를 매겼다는 것이다. 존 한 가운데 근처에서 볼 판정이 나온다면 그건 포수가 프레이밍을 잘못한 것이 아니라 심판의 명백한 실수 또는 기록 단계의 오류로 봐야 한다. 그러나 기존 방식에서는 포수의 프레이밍에 매우 큰 감점이 주어졌다. 반대로 99% 볼이 될 공이 스트라이크가 됐을 때는 포수에게 큰 가산점이 주어졌다. 둘 다 심판의 실수로 보고 계산 대상에서 배제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이런 판정까지 ‘프레이밍 덕’으로 본 결과, 전체 추가 스트라이크/볼 개수가 심각한 불균형을 이뤘다. 특히 존 안쪽에서 볼이 된 경우가 더 많았던 탓에 이번 시즌 전체 득점 평균값이 크게 마이너스로 계산됐다. 그럼 포수가 짐 덩이만 됐다는 해석이 되는데 그대로 받아들이기엔 문제가 많았다.

이번에는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에서 공 한 개 정도 안팎에 속하는 영역에서만 점수를 매겼다. 경계선은 실제 스트라이크 판정 확률이 50%가 되는 선으로 했다.

스트라이크 존 경계선(빨간 곡선)에서 공 한 개만큼 안팎(녹색 표시)에 있는 경우에만 프레이밍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간주한다.

계산 방법을 바꾸자 프레이밍 득점의 평균은 좀 더 0에 가깝게 수렴했고, 볼카운트 별 득점 가치를 득점 계산에 반영했을 때도 평균값과 중앙값이 0에 가까워지는 등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왔다.

또 다른 변경 점은 스트라이크 판정 확률 계산에 선형회귀 모델의 일종인 일반화 가법 모형(GAM, Generalized Additive Model)을 사용한 것이다. 메이저리그의 프레이밍 득점을 계산, 제공하는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도 이 모형을 사용하고 있다. 바뀐 방법대로 계산된 값은 기존의 방식대로 계산한 것과 다소 차이가 있었으나, 충분한 표본이 쌓인 경우 R²이 0.8을 넘는 등 어느 정도 기존 값과 비례하는 결과가 나오는 경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추가로 타자의 손 방향도 계산 시 변수로 넣었다. 우타자와 좌타자의 스트라이크 존 모양이 명백하게 다른 만큼(아래 그림 참조) 둘의 구분 없이 계산하던 종전 방식보다는 좀 더 정확한 득점 계산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2017~2018시즌 KBO 우타자/좌타자 스트라이크 존(포수 시점). 점선으로 된 사각형 중 안의 것은 너비가 홈플레이트 좌우 폭과 일치하며 높이는 리그 스트라이크 경계선 평균 수준이다. 그림처럼 스트라이크 존은 타자의 손 방향에 따라 달라지는 게 일반적이다.

 

2018시즌 프레이밍 랭킹 1위는?

서론이 길었다. 이번 시즌에 1군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 스트라이크 판정을 1번이라도 받은 선수는 40여 명에 달한다. 이렇게 볼 판정을 받은 횟수를 기준으로는 최소 5,000회 이상을 넘겨야 주전 포수라 할 수 있다(롯데 나종덕 약 5,164회). 백업 포수의 경우 약 2,000회가 기준이 된다. 시즌 중 가장 심각한 포수난을 겪은 롯데는 3순위였던 김사훈이 2,000회를 넘겼고, 마찬가지로 포수 기근을 경험한 NC는 3순위 윤수강이 1,992회로 2,000회에 근접했다.

올해 KBO리그 포수의 추가 스트라이크, 추가 볼과 추가 득점은 다음과 같았다.

※ 판정 횟수는 집계 대상 영역에 속한 것만 포함.
※ 전체 스트라이크/볼 판정 2,000회 이상 – 예외: 윤수강

1위는 차점자들과 압도적인 격차를 벌린 한화 최재훈이었다. 지난해 좋은 성적을 냈던 LG 유강남, 작년보다 기회가 줄어든 KT 이해창도 준수한 결과를 냈으나 최재훈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은 이득을 볼 판정에서 얻어냈다.

순위를 매긴 선수들이 집계 대상 영역에서 받은 판정 횟수의 중간값은 1,000회 수준이었다. 이에 해당 영역에서 포구한 개수가 1,000회라고 했을 때 추가 콜을 받은 횟수도 비교해봤다. 여기서도 최재훈은 1위를 기록했다. 이해창은 공을 받은 횟수는 적었으나 프레이밍으로 착실히 이득을 챙겨 2위에 올랐다.

최재훈과 유강남 둘 다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점수를 낸 포인트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었다. 최재훈은 낮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많이 만들어낸 반면, 유강남은 존 좌우와 높은 곳에서 이득을 많이 보는 스타일이었다.

낮은 공에 대한 스트라이크 판정이 박한 KBO리그에서 최재훈은 무수히 많은 공을 스트라이크로 바꿔놓았다

콜 횟수가 아닌 득점 단위로 초점을 옮기면 어떨까? KBO리그에서 볼이 스트라이크로 바뀌었을 때 얻는 득점 가치는 2015~2017시즌 기준으로 대략 0.198점 수준이다. 이를 추가 콜 기록에 대입하면 최재훈은 한 시즌 동안 30점 이상을 벌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좀 더 세밀한 계산을 위해서는 포구 당시 볼카운트에 따른 득점 가치를 적용해볼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했을 때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추가 득점1은 추가 스트라이크/볼을 얻었을 때 볼카운트에 따른 득점 가치를 더하거나 빼서 이를 누적한 것이다. 추가 득점2는 여기에 프레이밍 하기 어려운(스트라이크 판정 확률이 낮은) 공일수록 점수를 더 많이 주는 식으로 점수를 매긴 것이다. 반대로 스트라이크가 될 확률이 높았는데 볼이 됐다면 포수에게 더 큰 감점을 줬다.

어떤 방법을 택해도 최재훈의 아성은 무너지지 않았다. 프레이밍으로 얻어낸 스트라이크가 원체 많았고 이득이 손실을 크게 웃돌았다. 최재훈과 그 아래 있는 선수들을 비교하는 것보다는, 순위표 하위권에 몰려있는 선수들을 보고 ‘누가 더 못했나’를 따지는데 더 관심이 쏠릴 정도다.

 

실패로 끝난 롯데의 실험, 그리고 히어로즈의 여전한 고민

지난 4월 처음 프레이밍 득점을 계산했을 때 롯데가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걱정은 현실이 됐다. 충격적인 이적을 택한 강민호는 올해 준수한 프레이밍 성적을 냈다. 그러나 그 빈 자리를 채워야 했던 롯데의 포수들은 어려운 시간을 보냈다.

롯데는 프로 경력에서 앞서는 김사훈보다 나종덕, 나원탁, 안중열 등 신진 급에 속하는 90년대생 선수에게 더 자주 홈플레이트를 맡겼다. 전반기에는 나종덕, 후반기에는 안중열이 가장 많은 출장 시간을 가져갔다. 그러나 안중열은 4명의 포수 중 가장 나쁜 프레이밍 성적을 기록했다. 나종덕 역시 좋지 않았다. 오히려 백업으로 뛰었던 김사훈이 프레이밍에 있어선 제일 무난한 기록을 남겼다. 세간에는 새로운 포수들의 포구 실력이 강민호보다 부족했기 때문에 올해 롯데 투수들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는 풍문이 떠돌기도 했다. 조롱이나 농담에 가까운 이야기로 듣고 넘길 수도 있겠으나 기록을 본다면 진지한 대책이 마련돼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 메인 스폰서를 바꾼 히어로즈 역시 프레이밍 기록에서 부진을 겪었다. 사정도 다르고 시점도 다르지만, 롯데처럼 히어로즈도 주전 포수가 바뀌었고 그 자리에 들어간 선수의 프레이밍 성적도 마찬가지로 좋지 않았다. 김재현은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경기에 출장했으나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 4월 계산 결과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주효상은 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역시 좋지 않은 숫자를 남겼다.

 

박세혁 미안해 1위라 못해서 미안해

새로운 방식으로 계산한 결과를 보다 보니 하나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 방식으로 지난해 프레이밍 득점을 계산해도 같은 결론이 나왔을까?

그래서 계산했더니 곧바로 피해자가 한 명 나왔다. 두산의 백업 포수 박세혁.

※ 판정 횟수는 집계 대상 영역에 속한 것만 포함.
※ 전체 스트라이크/볼 판정 2,000회 이상.

지난 글 제목을 ‘프레이밍의 제왕 유강남’이라고 했는데 사실 진짜 왕은 박세혁이었다. 분명 그때는 양의지가 2등, 박세혁이 3등이라고 했는데… 박세혁이 이 글을 자세히 들여다볼 일은 아마도 없을 테니까 이쯤에서 마무리하는 거로.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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