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아웃을 정의하자!

[야구공작소 오연우] 야구에서 중요한 규칙을 고르라고 한다면 누구라도 포스 아웃 규칙을 첫 손에 꼽을 것이다. 수많은 규칙과 연결될 뿐 아니라 경기의 승패를 결정짓는 ‘득점’과 직접 관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독자 여러분은 포스 아웃이 정확히 무엇인지 말할 수 있는가? 혹은 누군가가 ‘포스 아웃은 이것이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어본 적은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필자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실은 규칙집에서도 포스 아웃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지 않다. 규칙집에 있는 정의는 ‘포스 플레이’뿐으로, 그마저도 무척 모호하다.

규칙집의 이 정의를 보고 나면 대체 그 ‘플레이’가 무엇인지 알고 싶겠지만, 그에 대한 설명은 없다. 오로지 예시를 보고 분위기로 이해해야 한다. 정의조차 없는 포스 아웃은 말할 것도 없다.

배트가 없으면 사서 써야 하고, 정의가 없으면 만들어 써야 한다. 직접 포스 아웃을 정의해 보자.

 

포스 아웃과 태그 아웃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먼저 포스 아웃과 태그 아웃의 관계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한다. 다음 질문에 답해 보자.

0아웃 1루에서 2루 땅볼이 나왔다. 2루수가 공을 잡아 자신의 앞을 지나가는 1루 주자를 태그해 아웃시키면 이것은 포스 아웃인가?

이어서 다음 질문도 생각해 보자.

포스 아웃과 태그 아웃은 서로 반대 개념인가? 다시 말해 포스 아웃이면 태그 아웃이 아니고 태그 아웃이면 포스 아웃이 아닌가?

첫 질문의 답은 ‘예’다. 주자가 태그라는 형식으로 아웃되기는 했지만 사실 태그 여부는 포스 아웃과 관계가 없다. 포스 아웃시킬 때는 대부분 베이스를 ‘밟는데’, 이를 약간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베이스를 ‘태그하는’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아니오’다. 포스 아웃이면서 태그 아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포스 아웃이 아니면서 태그 아웃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결과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두 개념은 서로 관련이 없다. 포스 아웃은 아웃되는 주자의 상황과 관련된 개념이고 태그 아웃은 아웃시키는 방식과 관련된 개념이다.

2. 포스 아웃인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건 주자에 대한 태그 여부가 아니라 주자가 놓인 상황이다. 포스 상태에 놓인 주자가 아웃되면 그것이 포스 아웃이다.

 

 

포스 상태와 포스 주자

그렇다면 포스 상태란 무엇인가. 위에서 소개한 포스 플레이에 대한 정의를 활용하면 아래와 같이 쓸 수 있다.

타자가 주자가 되는 순간, 타자는 1루로 가야할 의무가 생긴다. 그리고 그 의무가 생김과 동시에 1루에 대한 우선권을 부여받는다. 다시 말해 타자는 1루에 공보다 먼저 닿는 것을 전제로 하여 1루에 대한 (잠재적)점유권을 가진다. 이때 1루에 이미 주자가 있었더라도 그 주자는 1루에 대한 우선권이 없다. 따라서 기존의 1루 주자는 강제로 2루로 떠나야 하고, 그 대신 2루에 대한 우선권을 얻는다. 만약 2루에도 주자가 있었다면 그 주자는 2루에 대한 우선권이 없으므로 3루에 대한 우선권을 얻어 3루로 떠나야 하며, 3루에도 주자가 있었다면 그 주자는 홈으로 떠나야 한다. 이렇게 어떤 주자가 다른 주자에 의해 떠밀려 다음 루로 가야 하는 상태포스 상태며, 포스 상태에 놓인 주자포스 주자라고 부르기로 한다.

그리고 포스 주자에 하나만 더 끼워 넣도록 하자. 타자주자는 누구에게 떠밀리는 건 아니지만 타격 직후 1루로 달려가야만 한다. 강제로 다음 루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는 포스 상태에 놓인 주자와 마찬가지이므로 홈~1루 사이를 달리는 타자주자가 포스 상태에 놓였다고 해도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따라서 홈~1루 사이를 달리는 타자주자도 포스 주자에 포함시킨다.

이제 앞의 2로 돌아가면 포스 아웃을 간단하게 정의할 수 있다.

이상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득점 문제를 풀어 보자!

정의를 마쳤으니 활용할 때다. 포스 아웃에 대한 이해를 통해 다양한 상황에서 득점이 인정되는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 간단한 상황에서야 문제라고 할 것도 없지만 리터치나 누의 공과 등 어필 상황이 섞이면 결코 쉽지만은 않은 것이 득점 판단이다.

규칙집을 문장 그대로 인용하면 대부분 스크롤을 내리겠지만, 문제를 풀어 보기 전에 딱 하나 인용해야 할 부분이 있다. 너무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양해를 구한다. 5.08 ‘득점의 기록’(45쪽)의 <부기>다.

5.08 득점의 기록 <부기>

여기서 기억할 것은 한 가지다. 3번째 아웃이 포스 아웃이면, 그 전까지의 모든 득점이 무효라는 것. 1사 만루에서 병살타로 이닝이 끝나면 3루 주자가 미리 홈을 밟았더라도 득점이 무효인 이유, 2사 만루에서 우익수 뜬공이 나왔을 때 3루 주자가 뜬공이 잡히기 전에 홈인해도 득점이 무효인 이유가 모두 이것 때문이다. 따라서 대부분의 득점 관련 문제에서는 “제3아웃이 포스 아웃인가?”만 생각해도 충분하다.

이제 문제로 들어가 보자.

 

[문제1] 1사 1, 3루에서 우익수 플라이. 3루 주자는 리터치 후 정상적으로 홈인. 1루 주자는 안타인 줄 알고 달리다가 귀루가 늦어 1루에서 아웃. 이때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되는가?

[해설1] 제3아웃은 1루 주자의 아웃이다. 이 아웃은 포스 아웃인가? 다시 말해 1루 주자는 아웃될 당시 타자주자에 의해 1루에 대한 점유권을 잃고 2루로 가야만 하는 상태였는가?

아니다! 물론 처음 우익수 쪽으로 타구가 떠서 우익수가 잡기 직전까지는 옳은 말이었다. 타구가 잡히기 전까지는 타자주자의 아웃이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1루 주자는 타자주자에 의해 밀리고 있고, 따라서 포스 주자다. 그러나 공이 잡히는 순간 1루 주자를 미는 타자주자는 사라지고 1루 주자는 포스 상태에서 풀려난다.

그러므로 1루 주자의 아웃은 포스 아웃이 아니고, 제3아웃이 포스 아웃이 아니므로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된다. 단, 제 3아웃보다 먼저 홈인한 경우에만. 제3아웃이 이뤄지는 순간 이닝 종료이므로 이보다 늦게 홈인하면 당연히 득점이 아니다.

 

[문제2] 1사 1, 2루에서 큰 외야 플라이. 주자 둘은 안타일 줄 알고 달렸는데 타구는 잡혔고, 1루 주자는 귀루가 늦어 어필 플레이로 아웃, 2루 주자는 1루 주자의 아웃 전에 그냥 그대로 홈인해 들어갔다. 득점은 인정되는가? 

[해설2] 제3아웃은 1루 주자의 늦은 리터치에 따른 아웃이다. [문제1]에서 본 것처럼 이 아웃은 포스 아웃이 아니다. 따라서 2루 주자의 홈인은 인정된다. 2루 주자가 리터치를 않았는데 득점이 인정되는 게 뭔가 이상하게 느껴지는가? 그렇지만 분명히 득점이 맞다.

 

[문제3] 1사 2, 3루에서 우전안타. 3루 주자 홈인 후 2루 주자까지 홈 노렸으나 홈 송구로 아웃. 그런데 타자주자가 홈과 1루 사이에서 넘어지는 바람에 1루를 밟지 못한 것을 보고 포수가 1루에 송구해 이닝 종료.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되는가?

[해설3] 제3아웃은 타자주자의 아웃이다. 이 아웃은 포스 아웃인가? 타자주자가 포스 상태에서 아웃당한 것이므로 포스 아웃이다. 따라서 3루 주자의 득점은 무효가 된다.

뭔가 어색한 기분이 들 수 있다. 2루 주자가 홈에서 아웃된 2번째 아웃은 포스 아웃이 아니지 않는가. 그렇지만 스크롤을 올려 규칙집 문구를 다시 살펴 보면 3번째 아웃을 제외한 아웃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도 없음을 알 수 있다. 다른 아웃은 아무래도 상관 없다.

 

[문제3.1] 1사 2, 3루에서 우전안타. 3루 주자 홈인 후 2루 주자까지 홈 노렸으나 홈 송구로 아웃. 그 틈에 타자주자가 2루까지 진루했으나 1루를 공과. 이때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되는가?

[해설3.1] 제3아웃은 타자주자의 1루 공과에 의한 아웃이다. 이 아웃은 포스 아웃인가?

주자가 어떤 베이스를 밟지 않고 다음 베이스로 간 경우 주자가 그 베이스를 공과(空過)했다고 표현한다. 공과 문제를 다룰 때 알아두어야 할 2가지 원칙이 있다(규칙집에 나오는 건 아니다).

<공과의 원칙>

이 원칙을 숙지하고 다시 문제를 보자. 타자주자는 2루에 가면서 1루를 공과했다. 1번 원칙에 따르면 타자주자는 (비록 실제로는 2루까지 갔지만)홈과 1루 사이에 서 있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타자주자는 포스 상태이고, 타자주자의 아웃은 포스 아웃이다. 3루 주자의 득점은 무효가 된다. [문제3]과 본질적으로 같다.

<그림 1>

[문제4] 2사 만루에서 타자가 홈런을 쳤으나 1루 주자가 2루 공과. 득점은?

[해설4] 1루 주자가 2루를 공과했으므로 1루 주자는 1루와 2루 사이에 서 있으며, 타자가 뒤에서 밀고 있으므로 포스 상태다. 제3아웃이 포스 아웃이므로 모든 득점은 무효가 된다.

 

[문제4.1] 2사 만루에서 타자가 홈런을 쳤으나 1루 주자가 3루 공과. 득점은?

[해설4.1] 이때는 1루 주자가 2루에 도착한 뒤 2루와 3루 사이에 서 있는 것이므로 포스 상태가 아니다. 따라서 2, 3루 주자의 득점은 인정된다. 1루 주자는 본인이 아웃되므로 당연히 득점이 아니고, 타자주자는 공과의 2번 원칙에 따라 1루 주자를 넘어설 수 없어 득점하지 못한다. 1아웃이었다면 2~3루를 막고 있는 1루 주자를 아웃시켜 없애버리고 지나갈 수 있지만 2아웃이므로 아웃시키는 순간 이닝이 종료된다.

 

혹시 아직 [문제2]가 신경 쓰이는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은 2루에 한번 더 어필하면 득점은 취소된다. 이것이 소위 ‘제4아웃’으로 불리는 개념으로, 궁금한 분은 규칙집 5.09(c)의 ‘어필아웃’ 항목을 참고하기 바란다.

 

에디터 = 양정웅

디자인 = 황규호

참고 : 조해연, <알기 쉬운 일러스트 야구규칙>, 지성사, 2007

김광철, <김광철 야구퀴즈>, 미래사, 1993

2019 공식야구규칙

풀어쓴 야구기록규칙

7 Comments

  1. 문제 2번은 득점이 안되는게 맞습니다

    1사 1,2루 상황 주자가 친 공이 외야 플라이가 되는 순간 주자는 자동 아웃 + 1아웃 총 2사

    그러면 1,2루 주자들은 귀루를 해야하는 일종의 포스 상태가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안타인줄 알고 2루 주자가 홈인을 하더라도

    리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루 -> 3루 진루가 인정되지 않아 자연스럽게 3루->홈 진루도 인정 되지 않기때문에 득점 인정이 안됩니다

    문제 본문처럼 수비쪽에서 1루로 귀루하는 1루주자를 태그 어필플레이 이후

    1루 주자가 태그아웃 됐다면 그상태로 이닝종료

    포스아웃 되지 않은 2루 주자는 관계없이 그대로 경기 끝납니다

    만약 0사 1,2루 였다면 1루에서 아웃 이후 총 2아웃 인플레이 그대로 되서

    2루주자도 자연스럽게 2루에서 포스아웃 되겠네요 그럼 삼중살로 이닝종료입니다

    • 아마 득점 된다고 생각하시는게 어필아웃 관련 설명글 보고 득점 된다고 하는거 같은데

      2루 리터치 안한걸 수비쪽이 어필하지 않더라도

      2루 주자가 리터치 안한걸 심판이 알고 있다면 2루 주자 진루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 우선 ‘귀루를 해야 하는 일종의 포스아웃’이라는 개념은 없습니다. 리터치 실패 아웃이 포스아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 이 글의 목적이기도 합니다.

      ‘리터치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2루 -> 3루 진루가 인정되지 않아’ 라는 부분 이하도 모두 잘못된 생각입니다. 그걸 수비측에서 어필해야 그때 비로소 인정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두 번째 댓글에서 말씀하신 것도 틀렸습니다. ‘수비측이 어필하지 않더라도’가 아니라 리터치 실패는 어필해야만 인정됩니다.

  2. 질문 좀 하겠습니다. 유튜브 에서 mlb 짧은 영상을 봤는데, 주자 2,3루 상황에서 타자가 땅볼을 쳤습니다. 주자들은 둘 다 출발했고 내야수가 잡아 포수에게 던졌습니다. 포수가 주자보다 여유있게 먼저 받았고 들어오는 3루 주자를 태그하지 않았습니다. 주심은 세잎 선언 했구요. 상황이 포스아웃 상황 아닌가요? 왜 세잎인가요?

    • 포스플레이 상황은 타자가 1루에 가기 위해 주자들이 진루할 의무가 생겼을때만 발생합니다. 2,3루 주자만 있었을 때 주자들이 출발한 것은 의무와 관계없이 본인들의 판단으로 출발한 것이므로 포스아웃 상황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주자를 태그로만 아웃시켜야 합니다. 만약 2,3루 상황이 아니고 만루였다면 모든 주자가 포스플레이 상황이라 포수가 받고 베이스만 밟아도 아웃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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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he Best of Yagongso, May, 2019 [5월의 칼럼] - 야구공작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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