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 아메리칸리그 우승, 그리고 더 나은 미래

팬그래프 시즌 예측: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 (87.5승 74.5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1위 (94승 67패), 월드시리즈 준우승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봉상훈] 2013시즌에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는 시즌 막바지 기적같은 10연승으로 와일드카드 자리를 꿰차며 포스트시즌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당시 클리블랜드는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선발투수 알렉스 콥의 호투에 막혀 4대0으로 패배하며 어렵게 진출한 포스트시즌을 허무하게 끝내고 말았다.

하지만 2016시즌의 클리블랜드는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았다. 시즌 시작 전부터 리그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던 선발진과 짜임새 있는 타선, 탄탄한 수비력을 과시한 클리블랜드는 6월 4일 이후 단 한 번도 지구 1위 자리를 빼앗긴 적이 없었다. 8월 11일 이후에는 2위와의 격차가 4게임 이하로 줄어든 적이 없을 정도로 압도적이고도 완벽한 시즌이었다. 클리블랜드가 거둔 94승은 2014시즌에 기록한 92승보다 2승이 더 많은 승수였으며, C.C. 사바시아와 그래디 사이즈모어가 활약했던 2007시즌의 96승 이후로 가장 많은 승수였다(2007시즌 ALCS 패배).

클리블랜드의 야구는 가을에도 계속됐다. 우승후보로 꼽히던 보스턴 레드삭스와의 디비전시리즈를 시리즈 전적 3대0으로 끝냈으며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챔피언십시리즈 또한 4대1로 가볍게 압도하며 21년 만에 월드시리즈 진출을 이뤄냈다. 비록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컵스에게 3대1에서 3대4로 역전 당하며 68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서 놓쳤지만 아메리칸리그 우승을 이뤄낸 클리블랜드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야수들은 102 wRC+(AL 4위), 777 득점(AL 2위), 0.759 OPS(AL 4위), 134 도루(AL 1위)로 전체적으로 짜임새 있는 리그 상위권의 공격력을 보였다. 야수들의 수비도 35.6 UZR(전체 4위), 17 DRS(전체 9위)의 성적으로 지난시즌에 비해 업그레이드 되었다(2015시즌 21.0 UZR, 17 DRS). 클리블랜드의 뛰어난 공격과 수비는 야수들의 27.4 fWAR이 AL 2위, 전체 4위를 기록한 데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의 가장 큰 무기는 투수력이었다. 특히나 코리 클루버, 카를로스 카라스코, 대니 살라자, 트레버 바우어로 이어지는 강속구 위주의 선발진은 시즌 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클리블랜드의 투수진은 이들을 중심으로 3.86 ERA(AL 2위), 3.91 FIP(AL 1위), fWAR 18.8(AL 2위)를 기록했다. 클리블랜드의 젊은 선발진은 다소 기복이 있기도 했으나 기대대로 메이저리그 전체 4위 평균 구속(92.8mph)의 빠른 공을 던졌으며 역시 전체 5위의 삼진율(22.6%)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공수주에서 모두 짜임새있고 안정적인 전력을 갖춘 클리블랜드는 월드시리즈 준우승 팀으로서 손색이 없는 훌륭한 팀이었다.

 

최고의 선수 – 프란시스코 린도어, 앤드류 밀러

2015시즌 아메리칸리그 신인상 투표 2위였던 프란시스코 린도어는 또 한번 성장했다. 유망주 시절 뛰어난 컨택 능력, 골드글러브급의 유격수 수비, 준수한 주력, 그리고 야구에 대한 뛰어난 열정과 성실함으로 호평 받던 린도어는 풀타임 1년차 시즌 만에 빅리그에서 이를 모두 보여주었다.

린도어는 팀의 주전 유격수로 158경기를 소화해 0.301/0.358/0.435, 15홈런 19도루로 흠잡을 데 없는 타격성적을 기록하며 생애 첫 올스타에도 선정되었다. 또한 뛰어난 수비로 아메리칸리그 골드글러브 수상자가 되었으며 MVP 투표 9위에 오르는 등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유격수가 되었다. 특히나 포스트시즌에서 62타석 0.310/0.355/0.466 2홈런에 뛰어난 수비로 정규시즌과 변함없는 활약을 보여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 11월 14일에 23번째 생일을 맞은 린도어는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젊은 유격수이며 현재 클리블랜드 최고의 자랑이다.

린도어 이외에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로는 단연 불펜투수 앤드류 밀러를 꼽을 수 있다.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클린트 프레이저, 저스티스 셰필드 등 탑급 유망주를 포함한 4명의 선수를 뉴욕 양키스에 내주고 영입한 앤드류 밀러는 부상으로 무너진 클리블랜드 선발진의 몫을 불펜에서 다했다.

밀러는 트레이드 이후 정규시즌에도 29이닝 1.55 ERA, 46삼진, 2볼넷(후반기 K/BB 전체 1위)이라는 대활약을 했지만 그의 존재감은 포스트시즌에서 더 크게 빛났다. 밀러는 포스트시즌에 등판한 10경기에서 모두 1.1이닝 이상을 던지는 괴력을 보여주었으며 성적 또한 19.1이닝, 5볼넷, 30삼진, 1.40 ERA, 0.879 WHIP로 압도적이었다. 특히 챔피언십시리즈까지 상대한 41명의 타자 중 21명의 타자를 삼진으로 잡아내며 클리블랜드의 월드시리즈 진출 1등 공신이 되었다(AL 챔피언십시리즈 MVP). 월드시리즈에서 7.2이닝 3실점으로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미 엄청난 이닝을 소화한 밀러를 탓하는 팬들은 아무도 없었다.

 

아쉬운 선수 – 카를로스 카라스코, 대니 살라자

정규시즌 뛰어난 성적과 탄탄한 전력에도 클리블랜드가 우승 후보로 거의 꼽히지 않은 이유는 너무나도 분명했다. 바로 클리블랜드의 최고 장점이었던 선발진이 부상으로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이다.

정규시즌에 22승을 합작한 카를로스 카라스코와 대니 살라자, 두 강속구 투수는 9월에 각각 손 골절, 팔꿈치 부상으로 팀에서 이탈했다. 팀의 에이스인 코리 클루버와 함께 막강한 1, 2, 3선발을 기대했던 클리블랜드는 결국 신인투수 라이언 메릿의 선발등판, 손가락 부상을 당한 바우어의 출전 등 무리수를 감행할 수 밖에 없었다. 클루버의 3일 휴식 후 등판 역시 당연하게 강제되었다.

카를로스 카라스코 & 대니 살라자의 2015/2016시즌 성적 비교

2015시즌 : 60경기, 368.2이닝, 28승, 411삼진, 3.54 ERA, 7.9 fWAR
2016시즌 : 50경기, 283.2이닝, 22승, 311삼진, 3.59 ERA, 5.0 fWAR

특히나 2013시즌 탬파베이와의 와일드카드 단판 승부 경기에서 선발투수였던 대니 살라자는 3년 전의 패배를 만회하지 못하고 2016시즌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살라자는 월드시리즈에서 로스터에 복귀했으나 몸상태가 완전하지 못했고 불펜으로 2경기 나왔을 뿐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살라자는 부상 전까지 아메리칸리그에서 삼진율 2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활약을 보여왔기에 그 부상이 더욱 아쉬웠다.

카라스코와 살라자가 포스트시즌에서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면 정규시즌 클리블랜드를 고민하게 만든 것은 포수 포지션이었다. 주전 포수 얀 곰즈가 올해에도 부상으로 겨우 74경기 출장에 그치자 로베르토 페레즈, 애덤 무어, 크리스 지메네즈 등 모두 4명의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지켰지만 모두 만족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클리블랜드의 포수 fWAR은 -0.7로 30개 구단 중 최하위였으며 특히나 공격력 부분에서 46 wRC+라는 처참한 성적으로 역시 최하위를 기록, 팀의 성적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29위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61 wRC+). 이에 클리블랜드는 트레이드 데드라인에 밀워키 브루어스와 포수 조나단 루크로이의 트레이드에 합의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루크로이가 트레이드 거부권을 실행하며 결국 클리블랜드는 포수를 보강하지 못한 채 포스트시즌을 맞이해야 했다(하지만 텍사스로 이적한 루크로이는 포스트시즌 3경기에서 12타수 1안타로 매우 부진했다).

 

키 포인트 – 테리 프랑코나 감독

2004년 보스턴을 86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후 2007년 다시 우승 반지를 획득한 테리 프랑코나 감독은 올해 자신의 커리어에 또 다른 업적을 쌓았다. 정규시즌에 완벽한 지구 우승을 이뤄냈을 뿐 아니라 선발 로테이션의 붕괴에도 뛰어난 경기 운영으로 팀을 월드시리즈로 이끈 프랑코나 감독은 2013년에 이어 2번째로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올해의 감독상 투표는 포스트시즌 전에 시행된다).

프랑코나 감독이 보여준 포스트시즌 운영능력은 ‘신이 들렸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클리블랜드의 최대 난제였던 선발 로테이션은 3선발/4선발을 유동적으로 기용하는 방식으로 월드시리즈까지 큰 위기 없기 올라갔다. 특히나 토론토와의 챔피언십시리즈 5차전에서 3선발 로테이션을 고집하지 않고 메이저리그 선발 등판이 1경기에 불과한 신인투수 라이언 메릿을 선발투수로 기용, 승리를 가져온 순간은 이번 포스트시즌의 백미였다. 프랑코나 감독은 경기마다 승부처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앤드류 밀러, 브라이언 쇼, 코디 앨런의 불펜진을 보직과 이닝에 상관없이 적절한 타이밍에 투입하여 시리즈 내내 불펜 싸움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지명타자를 쓸 수 없는 월드시리즈 3차전에서 프랑코나 감독은 공격력 극대화를 위해 커리어 전체 좌익수 출장이 4경기뿐인 카를로스 산타나를 좌익수로 기용하는 모험수를 뒀다. 이어 4차전에서는 다시 1루수인 마이크 나폴리를 벤치에 앉히고 산타나를 1루에 기용하는 유동적인 전략으로 내셔널리그 팀이 유리해 보였던 월드시리즈 3, 4차전에서 모두 승리할 수 있었다.

비록 월드시리즈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며 ‘와후 추장의 저주’를 깨는 데는 실패했지만, 올 시즌 최고의 팀 시카고 컵스를 상대로 한 프랑코나 감독의 뛰어난 경기 운영은 이번 포스트시즌을 더욱 빛나게 만든 요인 중 하나였다.

 

총평

클리블랜드의 2016시즌은 아쉽게 준우승으로 끝났지만 이 팀의 미래는 밝다. 살라자와 카라스코는 부상만 없다면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1, 2선발급의 투수들이며 이보다 젊은 바우어 역시 올해 한층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팀의 에이스인 코리 클루버는 무려 2021년까지 팀과 친화적인 계약으로 묶여 있어 내년에도 클리블랜드의 선발진은 여전히 강력할 것으로 보인다.

린도어는 이제 풀타임 1년차 시즌을 마친 23살의 슈퍼스타이며 카를로스 산타나, 제이슨 킵니스, 로니 치즌홀, 호세 라미레스, 타일러 네이퀸 등 클리블랜드 유망주 시스템이 키워온 야수들 역시 전성기를 향해가는 나이이다. 약점으로 지목되었던 불펜진에는 앤드류 밀러가 2019년까지 함께 한다. 클리블랜드의 유일한 출혈은 FA가 된 1루수 마이크 나폴리뿐이다. 흉작인 FA시장에 1루수/지명타자 자원만큼은 꽤나 풍족하다는 게 클리블랜드에는 다행스러운 점이다.

위에서 언급된 선수들이 한층 더 성장하고 부족한 부분을 이번 겨울에 착실히 보강한다면 내년 월드시리즈에 클리블랜드가 다시 한 번 올라간다 해도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시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기록 출처: Fangraghs, Baseball Reference, Brooks Baseball, MLB.com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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