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두산 베어스 호세 페르난데스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경령)

호세 페르난데스, 두산 베어스
1루수, 우투좌타, 185cm, 80kg, 1988년 4월 27일생

[야구공작소 장원영] 지난 12월 26일, 두산 베어스는 새로운 외국인 타자 호세 미겔 페르난데스(30)의 영입을 발표했다. 계약 조건은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30만 달러, 인센티브 35만 달러로 최대 70만 달러다. 작년 지미 파레디스와 스캇 반슬라이크 영입이 모두 실패로 돌아간 두산이, 올해는 오로지 타격능력만 보고 페르난데스와 계약했다는 후문이다.


배경

페르난데스는 쿠바 출신 선수다. 19세였던 2007년에 데뷔한 이후 2014년까지 총 8년간 쿠바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쿠바리그 통산 성적은 608경기 타율 0.319, 출루율 0.403, 장타율 0.423, 37홈런으로 준수한 편이다.

페르난데스의 주가가 높아진 것은 WBC 이후였다. 2013년 WBC에서 페르난데스는 쿠바 대표팀 주전 2루수로 낙점돼 6경기 동안 타율 0.524, 2루타 3개를 기록하며 맹활약 했다. 이와 함께 2013시즌 리그 출루율 2위(0.482)에 오르는 등 타격 재능이 만개하자, 많은 메이저리그 국제 스카우트들이 관심을 표했다. 베이스볼 아메리카는 2015년 4월 발표한 리포트에서 그를 쿠바리그 선수 중 3위에 올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싶었던 페르난데스는 아이티로 망명하는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말에야 비로소 쿠바를 탈출하게 된다.

하지만 페르난데스의 미국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4년 첫 번째 탈출 실패로 인한 쿠바에서의 출장 금지 징계와 탈출 이후 법적 절차 때문에 생긴 공백이 발목을 잡았다. 더군다나 야스마니 토마스, 헥터 올리베라 등 쿠바 출신 타자들이 연달아 실패 사례를 남기며 페르난데스의 인기도 함께 급락했다. 결국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하리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2017년에야 LA 다저스와 20만 달러짜리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는데 그쳤다.

마이너리그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2017년에는 더블A 무대에서 타율 0.306, 출루율 0.366로 활약해 금방 트리플A까지 올라섰다. LA 에인절스로 이적한 이듬해는 준수한 장타력까지 보여주며 기대를 높였다. 마이너리그에서의 활약 덕분에, 페르난데스는 마침내 작년 6월 빅리그 타석에 데뷔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페르난데스의 역할은 부상자의 빈자리를 메우는 내야 백업 요원이었다. 에인절스가 가을야구를 포기한 이후로는 출장빈도가 다소 늘었지만, 최종적으로 타율 0.267, 출루율 0.309로 깊은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어느덧 만 30세로 메이저리그에서 승부하기 어렵게 된 페르난데스는 결국 한국행을 택했다.

호세 페르난데스 최근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페르난데스는 준수한 배트 스피드와 함께 뛰어난 배트 컨트롤을 자랑한다. 스윙할 때 끝까지 하체를 고정하고, 레벨 스윙으로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만드는데 주력한다. 작년 페르난데스가 트리플A에서 기록한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은 23.7%로, 규정타석을 채운 리그 타자 66명 중 11위에 올랐다. 타석수가 적긴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도 28.7%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페르난데스의 최대 강점은 단연 컨택트 능력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은 0.320에 달했으며, 짧았던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컨택트 능력만은 건재했다. 타석 수가 적은 편이었지만, 작년 페르난데스의 컨택트율 84.5%는 1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 448명 가운데 53위였다.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한 공을 대상으로 한 존 컨택트율은 93.5%로, 같은 조건에서 전체 21위에 올랐다.

그는 컨택트 능력뿐만 아니라 선구안을 비롯한 다른 타격 능력도 뛰어나다. 이는 페르난데스의 작년 마이너리그 기록에서 잘 드러난다. OPS 0.931와 wRC+ 143은 규정타석을 소화한 리그 타자 가운데 6위에 해당했다. 반면 삼진율은 8.6%에 불과해 같은 조건에서 최소 4위에 올랐다. 볼넷율은 8.4%로 리그 평균인 8.8%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다만 페르난데스의 작년 마이너리그 기록을 온전히 그의 실력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다. 작년 페르난데스는 PCL리그 소속의 솔트레이크에서 뛰었다. PCL리그는 수많은 마이너리그 중에서도 타고투저로 유명한 리그다. 그 중에서도 솔트레이크 홈 구장은 손꼽히는 타자친화 구장이다. 페르난데스의 작년 홈, 원정 성적 편차가 컸다는 점에서 홈 구장효과가 상당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왼손 투수를 상대할 때 유독 장타력이 급감하는 것 역시 걱정거리다. 페르난데스는 마이너리그 2년간 좌투수를 상대로 기록한 장타율이 3할대에 불과했다. 특히 작년 트리플A에서 우투수를 상대로 16홈런, 장타율 0.583을 기록했지만, 좌투수 상대로는 1홈런, 장타율 0.367에 그쳤다.

그 밖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페르난데스는 미국으로 건너간 이후 레그킥 장착을 통해 어느 정도 개선된 파워를 선보였지만, 여전히 많은 홈런을 기대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수비력도 마찬가지다. 유격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지만, 어느 곳에서도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군다나 발이 빠른 편도 아니기 때문에 루상에서의 활약 역시 기대하기 힘들다.

페르난데스 작년 마이너리그 스플릿 성적


미래

페르난데스가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는 점은 긍정적이다. KBO리그의 수비 수준이 미국에 미치지 못하는 만큼, 페르난데스의 타구가 안타로 이어질 확률은 다소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 통산 당겨치는 비율이 45% 이상으로 높은 편이지만, 수비 시프트가 적은 KBO리그에서는 시프트로 인한 손해 역시 전보다 덜할 것이다.

하지만 페르난데스가 과연 충분히 생산적인 타자가 될 수 있을지는 다른 문제다. KBO리그가 올해부터 반발계수를 낮춘 공인구를 사용하는 것은, 페르난데스를 비롯한 모든 타자에게 악재다. 투수 친화적이기로 유명한 잠실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것도 부정적인 요소다. 1루수로 나올 가능성이 높은 페르난데스는 자칫 부진하면 금세 오재일에게 출장 기회를 뺏기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변수는 페르난데스의 장타력일 것이다. 시즌 개막 이후 명확해지겠지만, 뜬공 타구만큼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생산하는 페르난데스는 오히려 바뀐 공인구의 영향을 덜 받을지도 모른다. 넓은 잠실 야구장에서 상대 외야수들 사이로 총알 같은 타구를 떨어뜨리는 것이야 말로 두산이 바라는 이상적인 모습일 것이다.

현재 두산은 페르난데스를 2번타자로 기용할 계획이다. 1번타자의 출루 이후, 페르난데스가 적극적으로 인플레이 타구를 만들어 경기를 풀어나가는 그림이다. 과연 페르난데스가 작년 외국인 타자로 마음고생이 심했던 두산 팬들의 기분까지 풀어줄 수 있을까? 그 결과는 이제 그의 방망이 끝에 달렸다.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Brooks Baseball, MiLB.com, Baseball America

에디터=야구공작소 반승주, 나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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