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텍스. 균형의 수호자?

[야구공작소 조우현] 2015시즌이 끝난 후 26살의 나이로 FA 자격을 획득한 제이슨 헤이워드는 8년 1억 8400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했다. 당시 계약 최고액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데이비드 프라이스에게 건넨 7년 2억 1700만 달러다. 그리고 평균 연봉 최고액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잭 그레인키에게 안겨준 6년 2억 650만 달러이다. 이는 연평균으로 따지면 3400만 달러가 넘는 초거대 계약이었다.

이듬해 요에니스 세스페데스가 뉴욕 메츠와 4년간 연평균 2750만 달러의 연장 계약을 맺었지만 총액 2억 달러가 넘어가는 계약은 전무했다. 2018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연평균 2500만 달러가 넘어가는 계약은 제이크 애리애타가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맺은 3년 총액 7500만 달러의 계약이 전부였다. 총액 역시 에릭 호스머가 샌디에고 파드레스와 맺은 8년 1억4400만 달러였다.

현재 26세라는 어린 나이에 FA 시장에 나온 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는 아직까지 계약을 맺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4억 달러 시대를 열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들의 계약 규모 역시 오리무중이다.

물론 최근 들어 FA 계약 성공 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이유도 있겠지만 시장의 큰 손들을 얼어붙게 만든 주요 원인은 새로운 CBA 협약에 의해 한층 더 강력해진 ‘럭셔리 텍스’ 관련 규정 탓이 크다.


럭셔리 텍스?

일명 ‘럭셔리 텍스(Luxury Tax)*’로 잘 알려져 있는 Competitive Balance Tax(균등경쟁세)는 말 그대로 경쟁의 균형을 위해 만들어졌다. 큰 시장을 바탕으로 많은 수익을 내는 이른바 ‘빅 마켓’ 구단들이 그들의 자본력을 앞세워 경쟁에서 우월한 위치를 선점하는 걸 견제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다.

균등경쟁세는 구단이 한 시즌동안 사용하는 페이롤(선수 연봉은 물론 한 시즌동안 구단이 사용하는 지출 총액)의 상한선을 만들어 놓고 그 기준을 초과하는 돈을 사용하는 구단에게 부과하는 일종의 세금이다.

2018시즌 럭셔리 텍스의 기준은 1억 9700만 달러로 시즌이 끝난 후 이를 초과한 두 팀인 보스턴 레드삭스와 워싱턴 내셔널스는 각각 1200만 달러와 240만 달러의 럭셔리 텍스를 납부했다. 럭셔리 텍스라는 이름으로 납부된 이 돈은 수익 공유(Revenue Sharing)와 합쳐져서 스몰 마켓 구단들에게 차등 지급되어왔다.

2016 시즌이 끝나고 발표된 새로운 CBA는 럭셔리 텍스 개정안을 포함하고 있다.


무엇이 바뀌었나?

<표 1. 초과 연차와 초과 금액에 따른 균등경쟁세 세율 >

이전의 CBA에서는 첫해 초과 금액에 대해서 22.5%의 추가금을 징수했고 2년째에는 30%, 3년째에는 40%를, 이후에는 50%를 부과했다. 현재도 비슷하게 부과하는 것을 기준으로 하고 있지만 <표.1>에서 볼 수 있듯이 새로운 CBA는 이 외에도 초과 금액에 따른 추가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퀄리파잉 오퍼 룰 역시 사치세를 내느냐 안내느냐를 기준으로 수정되었다.

럭셔리 텍스를 내는 구단은 퀄리파잉 오퍼를 거절한 선수를 영입할 때 그렇지 않은 구단에 비해 더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수익 공유를 받는 구단은 당해 드래프트에서 3번째로 높은 픽만을 잃는다. 반면 럭셔리 텍스를 내는 구단은 2번째와 5번째 높은 픽이 모두 사라짐과 동시에 해외 유망주 드래프트에 사용할 수 있는 슬롯 머니 역시 백만 달러가 줄어들게 된다.

2번째와 5번째로 높은 픽을 잃는 것은 이전 퀄리파잉 오퍼 룰과 비교했을 때 비슷한 수준의 패널티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유망주 슬롯 머니가 백만 달러나 줄어드는 건 상당히 타격이 크다. 얼마를 쓰던 그에 맞는 추가 과징금을 내면 되던 예전의 해외 유망주 드래프트에서 백만달러는 크게 신경 쓰이지 않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협정으로 해외 유망주 드래프트에서 쓸 수 있는 돈이 최대 5백만 달러로 제한되면서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돼버렸다.

<그래프 1. 연도별 균등경쟁세 총액 변화 추이>

2016년 6개의 팀이 사치세를 부담했지만 2017년에는 5개팀, 2018년에는 단 두 팀만이 납부하는 등 사치세 커트라인을 넘기지 않으려는 노력을 하는 중이다. 15년 연속 사치세를 내던 뉴욕 양키스가 지난 시즌 사치세를 내지 않았고 5시즌 연속 커트라인을 초과한 LA 다저스 역시 지난 시즌 페이롤을 끌어내리는데 성공했다.

올해 사치세를 납부한 보스턴도 2017시즌에는 무려 5천만 달러를 럭셔리 텍스로 납부했지만 지난 시즌에는 겨우 1200만 달러만을 냈다. 올해 납부된 사치세는 천만 달러 수준으로 이는 현재와 같은 방식의 규정이 시작된 2002년 이래 가장 적은 금액이다.


현 상황에서 개정된 럭셔리 텍스는 좋은 규정일까?

균등경쟁세 규정이 개정되면서 구단이 쓸 수 있는 돈에 보이지 않는 상한선이 생겼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름과는 다르게 경쟁에서의 균형을 잡는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빅 마켓 구단들은 벌써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룰을 이용하고 있다.

최근 큰 손들이 FA 시장에서 ‘혜자 계약’을 찾기보다 ‘젊은 계약’을 선호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매니 마차도와 브라이스 하퍼는 아직 계약을 못 하고 있고 그들에 이어 가장 인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댈러스 카이클과 크레이그 킴브럴은 아직 이렇다 할 루머조차 들려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호세 알투베를 시작으로 크리스찬 옐리치, 루그네드 오도어, 팀 앤더슨, 스캇 킹거리등 아직 연봉 조정조차 생기지 않은 어린 선수들이 장기 계약을 맺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트렌드가 계속된다면 선수들 역시 FA에서 대박을 치기보다는 현 소속 구단과 연장 계약을 하는 게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상호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빅 마켓들은 수월하게 코어 선수들과 연장 계약을 맺고 있다. 하지만 한 선수에게 다년간 높은 연봉을 지급하기 힘든 스몰 마켓 팀들은 연장 계약을 통해 코어 선수들의 FA 시기를 늦추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트레이드를 통한 유망주 수급으로 경쟁력을 다시 키워야 하는 ‘탱킹’의 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야구는 결국 돈놀이?

워싱턴은 사치세를 내는 구단이었지만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지난 시즌 30개팀들 중 가장 낮은 연봉으로 시즌을 시작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와일드카드로 플레이오프 막차에 탑승했다. 아쉽게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오프너 전략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5할을 훌쩍 넘는 승률을 달성한 탬파베이 레이스는 30개 팀들 중 가장 적은 연봉을 쓴 구단이다.

2018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10개 팀들 중 오클랜드와 애틀란타 브레이브스, 밀워키 브루어스는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적은 연봉을 지출하는 구단이었다. 또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 콜로라도 로키스는 평균보다 고작 2-3백만 달러만을 더 지출한 팀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돈으로 승리를 사는 시대가 끝나가고 있는 건 아니다.

챔피언쉽 시리즈에 진출한 4개팀중 밀워키 브루어스를 제외한 LA 다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빅 마켓을 보유한 팀이고 월드 시리즈는 보스턴과 다저스가 진출했다. 다가올 시즌에 스몰 마켓 팀이 지구 우승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디비전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속한 AL 중부지구뿐이다.

그 어떤 룰도 돈으로 승리를 사는 시대를 완전히 끝낼 수는 없다. 돈을 많이 쓸 수 있는 팀이 유리한 자리를 선점할 수 있는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돈이 많은 팀들까지 스몰 마켓 팀들의 블루오션 같았던 전력 분석과 측정 장비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넣고 있고 개정된 럭셔리 텍스 룰은 이런 빅 마켓 구단들의 움직임을 한층 더 가속화 시키는 중이다.

우리가 사는 사회에도 빈익빈 부익부의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정책은 없다. 어느 국회 의원의 말처럼 스몰 마켓 팀들은 현재의 상황을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하여튼 열심히 탱킹이나 해야지 아직까지는 뾰족한 방법이 없어 보인다.

에디터=야구공작소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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