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wiz 라울 알칸타라

(일러스트=야구공작소 김선영)

[야구공작소 김경현] 2018년 KT 위즈의 외국인 선수 영입은 성공적이었다. 40홈런 로하스를 필두로 니퍼트와 피어밴드까지 모두 제 몫을 해냈다(2018년 KBO리그 외국인 sWAR 1위). 하지만 모두의 예상을 깨고 KT는 변화를 꾀했다. 피어밴드,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검증된 외국인 투수인 피어밴드,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까지 영입한 라울 알칸타라는 어떤 투수일까?


배경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태어난 알칸타라는 좋은 체격조건과 빠른 구속으로 어린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받았다. 2009년 만 16세의 어린 나이에 보스턴 레드삭스와 당시로선 거금인 5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이유다. 그리고 알칸타라는 2010년 도미니카 서머리그에서 구단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활약을 펼치며, 미국 본토로 넘어온 2011년 루키리그 팀 내 최고의 유망주로 선정됐다.

이후로도 알칸타라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여줬다. 앤드류 베일리 트레이드 때 오클랜드로 이적한 알칸타라는 2012년 하위 싱글 A에서 평균자책점 5.08로 고전했지만 2013년 평균자책점 3.11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시기에 최고 95마일에 이르는 패스트볼과 플러스 등급을 받은 체인지업, 쓸만한 하드 슬라이더, 간간히 던지는 커브까지 현재 구사하는 레퍼토리를 정립했다. 팀 내 유망주 랭킹 역시 2012년 26위에서 2013년 4위까지 급상승했다. 물론 당시 오클랜드 팜이 최하위 수준이었다는 점은 고려해야 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2014년 알칸타라 앞에 토미 존 수술이란 악재가 찾아왔다. 당시 더블A에서 평균자책점 2.29로 질주하던 때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는 제구력에 비해 스터프가 부족한 투수라 한계가 명확하단 평을 들어왔다. 2013년의 기세를 이어나가 스터프를 끌어올려야 했지만 재활로 2014년을 통채로 날리며 성장할 시간을 잃어버렸다. 재활 끝에 알칸타라는 2015년 6월에 복귀했다. 등판 초기엔 구속도 떨어지고 투구 감각도 좋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투구를 거듭하자 과거의 모습을 회복할 수 있었다.

2016년 건강을 완벽하게 회복한 알칸타라는 꿈에 그리던 빅리그에 콜업됐다. 스터프는 여전히 부족했지만 트리플A에서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그러나 많은 유망주가 그렇듯 빅리그 데뷔전에서 보크까지 저지르며 흔들렸고 결국 2016시즌 22.1이닝 동안 9개의 홈런을 얻어맞으며 1승 3패 평균자책점 7.25로 무너졌다. 9월 12일 시애틀전에는 이대호에게 2루타를 맞고 강판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후 알칸타라의 커리어는 꼬이기 시작했다. 그는 2017년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8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7.12로 속절없이 무너졌다. 9월 12일 추신수에게 시즌 22호 홈런을 허용하기도 했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알칸타라는 선발을 포기하고 불펜 투수로 변신, 다시금 메이저리그의 문을 두드렸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겨내지 못했다. 알칸타라의 밋밋한 공은 메이저리그 레벨의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에 불과했다.

2017년을 마지막으로 알칸타라는 빅리그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그는 2018년 스프링캠프에서 평균자책점 9.00으로 부진했고 결국 마이너리그에서 풀타임을 보냈다. 마이너리그에서도 평균자책점 5.29로 썩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에 그의 미래는 불투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 kt의 영입 제안이 들어왔고 알칸타라는 한국행을 결정했다.


*2014년 토미 존 수술
라울 알칸타라 통산 커리어


스카우팅 리포트

알칸타라의 최고 장점은 역시 (빅리그에선 통하지 않았지만, KBO리그 기준으로는) 빠른 구속이다. 알칸타라는 평균 153km에 이르는 포심과 싱커를 고루 던진다. 물론 불펜으로서 기록한 구속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선발로 나설 때도 150km/h에 육박하는 패스트볼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변화구는 플러스 등급을 받은 평균 구속 130km 후반의 고속 체인지업, 평균 구속 140km 초반의 고속 슬라이더(혹은 커터), 낮은 빈도로 커브까지 사용한다. 체인지업이 세컨드 피치로 꼽히기 때문에 좌타자에게 고전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좌우 스플릿 성적이 비슷하거나 우타자가 약간 유리하게 나오는 경우가 있다.

한편, 알칸타라는 싱커와 체인지업을 구사하는 만큼 땅볼 유도능력을 갖추고 있다. 구장의 크기가 작은 위즈파크에 어울리는 피칭 전략이다. 하지만 트리플A에 진입하며 뜬공이 늘어나는 모습이 나타났고 2018년에는 차우찬급으로 높은 뜬공 비율을 기록했다. (2018년 차우찬 땅볼/뜬공 0.76, 리그 뜬공 비율 최다 3위) 알칸타라는 마이너리그 통산 GO/FO가 1.12인데 반해 트리플A PCL에서는 GO/FO 0.76을 기록했다. 최근 피칭 전략의 변화가 나타나 뜬공이 늘어난 것인지 타고투저 성향의 PCL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는 확인이 필요하다.

신인 시절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은 투구폼 역시 훌륭한 무기다. 알칸타라는 데뷔시즌부터 좋은 밸런스, 깔끔한 팔 스윙, 반복하기 쉬운 투구폼을 지녔다는 평을 받았다. 그 결과 커리어 BB/9가 1.9밖에 되지 않는 훌륭한 제구력을 지녔다. 던지는 레퍼토리 모두 스트라이크 존 공략에 어려움을 겪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크며, MLB보다 좌우 폭이 넓은 KBO의 스트라이크 존은 호재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지닌 스터프에 비해 탈삼진 능력은 떨어진다. 커리어 내내 체인지업 정도를 제외하면 무브먼트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마이너리그 레벨에서도 헛스윙 유도 능력은 뛰어나지 못했다. 구속에서 어느 정도 경쟁력을 지니고 있지만 MLB 수준 타자를 압도할 수준은 아니며 제구력 역시 극단적인 경계선 피칭을 할 수 없었기에 빅리그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전망

라울 알칸타라는 SK에서 뛰고 있는 앙헬 산체스와 비교할 만 하다. 스터프에 비해 적은 탈삼진, 존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낮은 볼넷 비율, 나쁘지 않은 땅볼유도 능력, 토미 존 수술 경력과 최근 적은 선발 경험까지. 알칸타라가 산체스에 비해 우위를 보이는 분야 역시 제구력이다. 산체스의 통산 BB/9가 3.0임에 반해 알칸타라는 1.9로 한층 더 정교한 제구력을 자랑한다. 반면, 스터프는 산체스가 압도적이다. 산체스는 2017년 마이너리그 마지막 시즌에 K/9 10.6을 기록했다. 알칸타라는 불펜과 선발을 번갈아 뛰긴 했지만 K/9 5.72에 그쳤다. 게다가 종적인 움직임이 강한 산체스의 공에 비해 알칸타라의 공은 횡적인 움직임이 강하다. 그동안 KBO리그 타자들은 상대적으로 횡적 무브먼트에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결국 알칸타라의 스터프는 마이너리그 시절보다 눈에 띄게 좋아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떨어지는 탈삼진 능력과 많은 땅볼은 생각해볼 문제다. 우리는 이미 로치라는 땅볼 전문 투수가 얼마나 고전했나 목격한 바 있다. 고영표 역시 땅볼 유도로 크게 재미를 보지 못했다. 앞으로 윤석민과 1루를 번갈아 볼 문상철을 생각하면 KT의 내야 수비력은 예년과 비슷하거나 더욱 나쁠 것이다. KT의 수비력이 알칸타라의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로치 정도를 제외한다면 KT가 직접 데려온 외국인 투수는 모두 실패했다. 그리고 KT는 피어밴드와 니퍼트를 포기하고 다시금 자체 선발 외국인 투수를 택했다. 라울 알칸타라는 단순한 팀의 1선발이자 에이스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다시 실패한다면 팀에 깊은 상처를 남길 것이다.

종합적으로 알칸타라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뛰어난 구속과 안정적인 제구력은 매우 큰 장점이다. 최근 선발 경험이 적은 점은 아쉽지만,  기존 외국인 선수들을 봤을 때 무리는 없을 것이다. 약점으로 지적된 적은 무브먼트와 떨어지는 탈삼진 능력 역시 KBO 리그 수준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팀 수비력에 따라 성적이 달라질 가능성이 높으며 PCL에서처럼 많은 뜬공을 허용한다면 고전할 가능성 역시 크다. 과연 알칸타라는 KT 외국인 투수 잔혹사를 끊을 수 있을까?


기록 출처: Baseball America, Brooks Baseball,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MiLB.com

에디터=야구공작소 박기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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