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캔자스시티 로얄스 – 무너진 디펜딩 챔피언

팬그래프 예상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5위(77.5승 84.5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3위 (81승 81패)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봉상훈]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2015 시즌은 누구보다도 화려했다. 두 시즌을 연달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끝에 30년 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뤄낸 캔자스시티의 2016 시즌 목표는, 당연하게도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제패였다.

언더독의 입장에서 우승을 이뤄냈던 캔자스시티는 또 한 번의 우승 도전을 위해 여러 영역에서의 전력 보강을 필요로 했다. 그 때문이었을까. 그들은 다소 무리해 보이는 영입까지 감행해가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힘썼다. 1라운드 지명권을 포기하면서 선발투수 이안 케네디와 5년 700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불펜투수 호아킴 소리아에게도 다소 과하게 느껴지는 3년 2400만 달러의 계약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캔자스시티의 모험은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했다. 케네디는 커리어에서 가장 많은 피홈런을 기록하면서 투수진 내 최고 연봉자로는 많이 부족한 성적을 거두었고, 소리아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실점을 허용하면서 지난 오프시즌 최악의 계약 중 하나로 이름을 남겼다. 타선도 신통치 않았다. 캔자스시티의 득점력은 어느덧 2015 시즌이 아닌 2014 시즌을 닮아가고 있었다.

시즌이 흘러가면서 캔자스시티의 시즌 목표는 포스트시즌 진출이 아닌 5할 승률 달성으로 하향되었고, 결국에는 81승 81패, 정확히 5할의 승률로 4년 연속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한 것에 만족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하게 되었다. 시즌 전 팬그래프에서 예상했던 77.8승 84.2패보다는 좋은 성적이었지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만족할 수 있을 만한 성적은 결코 아니었다.

 

최고의 선수 – 대니 더피

마운드 위에서는 5년차의 좌완 선발투수 대니 더피가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동안 부상과 부진으로 제대로 된 풀타임 선발 기회를 잡아보지 못했던 더피는 올해도 불펜투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캔자스시티의 다른 선발투수들이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5월 15일부터 선발등판의 기회를 잡았고, 이후 시즌이 끝날 때까지 캔자스시티의 로테이션을 책임지고 이끌었다.

평균 시속 95 마일에 육박하는 뛰어난 구위를 가졌으면서도 불안한 제구력 탓에 늘 정체되어 있었던 더피는, 2016 시즌 들어 확연하게 제구가 개선된 모습을 보여주면서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되었다. 지난 시즌 3.29개를 기록했던 9이닝당 볼넷 개수는 올 시즌 2.10개까지 낮아졌으며, 반대로 9이닝당 탈삼진은 6.72개에서 9.42개로까지 급상승했다. 그렇게 새로운 투수로 각성한 더피는 이번 시즌 K/BB 순위에서 아메리칸리그 6위에 오르는 등 모든 영역에 걸쳐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2016시즌 성적: 179.2이닝 / 3.51ERA / 188SO / 42BB).

특히 6월 27일부터 8월 21일까지는 11경기에 등판하면서 통산 첫 완투승을 포함해 9승 무패, 80이닝 ERA 2.14를 기록하는 대활약을 펼쳤다. 잠깐 동안이었지만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이름을 올려보기도 했고, 캔자스시티 프랜차이즈 최초의 16탈삼진 경기를 만들어내기도 하면서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그 기간 동안 팀 또한 더피가 등판한 11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쓸어 담으면서 포스트시즌을 향한 희망을 이어 나갔다. 이처럼 더피는 2016 시즌,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에이스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가장 발전한 선수 – 맷 스트람

지난 2년 동안 캔자스시티 로얄스의 가장 큰 무기는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이었다. 그간 켈빈 허레라, 그렉 홀랜드, 라이언 매드슨, 웨이드 데이비스 등을 내세워 강력한 불펜진을 구축했던 캔자스시티는 2016 시즌에도 주목할 만한 불펜투수를 새롭게 선보였다.

2012년 드래프트 21라운드 출신인 24세의 좌완 맷 스트람은 드래프트 순위에서 드러나듯, 본래 그리 주목받지 못했던 유망주였다. 하지만 2013년 받은 토미존 수술 이후 꾸준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통해 몸무게를 12kg가량 불렸고, 이를 바탕으로 고등학교 시절 시속 78마일 수준이었던 패스트볼 구속을 시속 97마일까지 끌어올렸다.

캔자스시티의 마이너리그 시스템을 차근차근 밟아 올라 더블A에서 활약하고 있던 스트람은, 계속해서 이어진 불펜투수들의 부상 때문에 7월 31일자로 트리플A를 건너뛰고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뤘다. 그리고 그로부터 약 한 달 동안 13경기에 나서면서 16.1이닝, 2승 4홀드 21삼진 5볼넷, ERA 0.00이라는 경이로운 성적을 남겼다. 같은 기간 동안 캔자스시티의 불펜은 스트람의 활약에 힘입어 41.1이닝 연속 무실점이라는 구단 기록을 수립했고, 웨이드 데이비스의 부상 공백을 수월하게 메워냈다. 이는 캔자스시티가 시즌 후반까지 포스트시즌 경쟁에서 탈락하지 않도록 지탱해준 최대의 원동력 가운데 하나였다.

스트람은 이번 시즌 75명의 타자를 상대하면서 단 2개의 장타만을 허용했고, 0.411의 피OPS를 기록했다. 샘플이 적기는 해도, 34.1%에 달하는 K%는 그의 구위와 탈삼진 능력이 결코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잘 드러내준다(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당 탈삼진 10.9개). 이번 시즌에는 팀 사정상 불펜투수로 데뷔했지만, 본래 스트람은 마이너리그에서 주로 선발투수로 나서고 있었다. 어쩌면 내년부터는 선발투수로서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스트람이 내년 시즌 맡게 될 역할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벌써부터 2017 시즌 개막 선발 로테이션의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고 있다. 만약 그가 2016시즌 AA에서 선발투수로 기록한 102.1이닝 23볼넷 107삼진, ERA 3.43의 성적을 재현해낼 수 있다면, 캔자스시티의 선발진도 한결 숨통이 트일 것이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 점수를 올리지 못하는 타자들

아메리칸리그에서 12위의 평균자책점(4.67)을 기록한 캔자스시티의 선발진은 분명 부진했다. 하지만 선발진의 부진만으로 캔자스시티의 성적 추락을 모두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실제로 아메리칸리그 승률 1위를 기록하며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차지했던 2015 시즌에도 캔자스시티의 선발진은 2016년과 동일한 아메리칸리그 12위의 평균자책점(4.34)을 기록했었다.

지난해의 캔자스시티가 평균 이하의 선발진으로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강력한 불펜, 그리고 무려 6명의 선수가 8할대의 OPS를 기록한 짜임새 있는 타선 덕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캔자스시티 타선의 위력은 1년만에 형편없이 추락하고 말았다. 8할 이상의 OPS를 기록한 타자는 한 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캔자스시티의 시즌에 치명타를 입힌 것은 다름아닌 이 타선의 침묵이었다.

캔자스시티의 타자들은 올 시즌 조정 득점생산력을 나타내는 wRC+에서 아메리칸리그 최하위를 차지했다. 투수가 타석에 들어서는 내셔널리그를 포함해도 전체 27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그렇게 캔자스시티의 팀 득점은 1년만에 724점에서 675점까지 하락하고 말았다. 선발진이 강력하지 못한 캔자스시티에게 타선의 약화는 특히 치명적이었다. 자랑거리인 불펜을 투입해보기도 전에 승패가 갈려버리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오래전부터 지적 받아온 지나치게 공격적인 타격성향과, 리그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한 홈런 개수가 타격 침체의 핵심이었다. 2014 시즌의 캔자스시티는 메이저리그 최초로 볼넷과 홈런 개수에서 최하위를 기록하고도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뤄낸 팀이었다. 원래부터 출루와 장타의 미진함을 공격적인 주루 플레이와 리그 상위권의 득점권 타율 등으로 보완해서 득점을 만들어왔던 그들이지만, 2016 시즌에는 이마저도 한계에 부딪히기 시작한 모습이었다.

홈런, 볼넷 기근에 빠진 캔자스시티

2013시즌: 홈런 112개 (AL 15위, 전체 28위) / 볼넷 422개 (AL 13위, 전체 26위)
2014시즌: 홈런 95개 (AL 15위, 전체 30위) / 볼넷 380개 (AL 15위, 전체 30위)
2015시즌: 홈런 139개 (AL 14위, 전체 24위) / 볼넷 383개 (AL 15위, 전체 29위)
2016시즌: 홈런 147개 (AL 15위 전체 27위) / 볼넷 382개 (AL 15위, 전체 30위)

콜로라도 다음으로 넓은 홈구장을 가진 캔자스시티는 지난 몇 년간 넓은 필드를 역으로 이용하여, 홈런을 희생하더라도 적극적인 타격과 빠른 발로 높은 BABIP를 형성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아메리칸리그 1위를 차지했던 컨택트 비율이 81.9%에서 78.2%(AL 9위)로 크게 하락하고, 동시에 리그 전체적으로 홈런이 급증하는 경향이 발생하면서 이들의 전략은 크게 빗나가고 말았다. 4년이 넘도록 극도의 홈런과 볼넷 기근에 시달려온 캔자스시티가 이번에도 타선의 큰 변화 없이 오프시즌을 마치게 될지는 의문스럽다.

 

키 포인트 – 야수들의 부상

캔자스시티의 2년 연속 월드시리즈 진출에는 선수들이 매우 건강했다는 점 역시 큰 역할을 했다. 이는 주축 야수들이 2011년의 황금세대를 대표하는 에릭 호스머, 마이크 무스타커스, 살바도르 페레즈 등의 젊은 선수들로 이루어져 있었던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2016 시즌의 캔자스시티는 건강하지 못했다.

특히 주전 3루수 무스타커스의 시즌 아웃은 매우 뼈아팠다. 지난 시즌 22홈런, 0.817의 OPS를 기록하며 최고의 한 해를 보냈던 무스타커스는 올해도 27경기에서 7개의 홈런을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으나, 수비 도중 알렉스 고든과 부딪히며 십자인대 파열을 당해 시즌을 빠르게 마감하고 말았다.

팀의 리더인 알렉스 고든 역시 충돌 과정에서 당한 부상으로 한 달이 넘게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고, 작년 우승의 주역이었던 중견수 로렌조 케인마저 자잘한 부상에 시달린 끝에 겨우 103경기를 소화하는 데 그쳤다. 이 두 선수는 부상 복귀 이후에도 컨디션 난조에 시달리며 작년에 비해 훨씬 저조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알렉스 고든과 로렌조 케인의 wRC+ 변화 (좌: 2015, 우: 2016)

알렉스 고든: 121 → 85
로렌조 케인: 127 → 98

체이슬러 커스버트, 윗 메리필드 등의 어린 선수들이 이 공백을 메워주었지만, 작년과 같은 득점력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특유의 에너지를 잃어버린 캔자스시티의 야수진은 이전 같은 활약을 이어가지 못했다.

 

총평

지난 2년 동안 늘 예상치 못한 계약과 트레이드로 승전고를 울려온 캔자스시티였지만, 2016 시즌을 앞두고 시도한 케네디, 소리아, 크리스 영 등의 계약은 모두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그 어느 해보다도 많은 돈을 투자하며 구단 역사상 최초로 총 연봉 1억불을 넘겼던 해이기에, 이 실패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몸집이 불어난 캔자스시티가 이번 오프시즌에 대형 FA와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캔자스시티의 단장 데이튼 무어는 얼마 전, 총 연봉을 지금보다 더 늘리는 것은 어렵다는 사실을 이미 밝힌 바 있다. 벤 조브리스트, 쟈니 쿠에토 등의 영입과 지난 3년간의 낮은 드래프트 순번으로 유망주 자원도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라, 트레이드를 통한 전력 보강도 쉽지 않아 보인다.

스몰마켓인 캔자스시티가 이렇게까지 대권 도전을 이어간 이유는 그럼에도 아주 분명하다. 2017 시즌이 끝나면 팀의 주축인 호스머(1루), 무스타커스(3루), 에스코바(유격), 케인(중견), 다이슨(중견), 더피(선발), 데이비스(마무리) 같은 선수들이 한꺼번에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이들을 붙잡을 여력이 부족한 캔자스시티로서는, 그만큼 이들이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의 우승을 추가하는 것을 지상과제로 삼을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캔자스시티는 내년에도 도전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외부로부터의 보강은 쉽지 않겠지만, 여전히 2015 시즌의 우승 주역들 대부분이 팀에서 함께하고 있다. 사실 올 시즌의 아쉬웠던 성적은 거의가 타자들의 부상, 그리고 이에 따른 득점력 저하 탓이었다. 만약 에너지 넘치는 타선이 부활하고, 불펜이 여전한 강력함을 자랑하며, 데이튼 무어 단장의 예상치 못한 무브가 또 한 번의 성공을 거둔다면, 캔자스시티의 여정은 다시금 포스트시즌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다.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Reference, MLB.com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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