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기다림은 계속된다’ 밀워키 브루어스

팬그래프 예상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69.3승 92.7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4위(73승 89패)

 

[야구공작소 박효정]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난해 30세의 데이빗 스턴스를 새로운 단장으로 임명했다. 하버드 출신의 브레인이자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부단장으로서 ‘팜 재건’에 일가견을 보였던 스턴스의 기용은 리빌딩을 향한 구단의 강력한 의지 표명이었다. 실제로 스턴스는 부임 후 맞은 첫 스토브리그에서부터 팀의 주축 선수들을 대거 트레이드하며 대대적인 리빌딩을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애덤 린드,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 크리스 데이비스(오클랜드) 그리고 진 세구라가 유망주를 대가로 트레이드되어 팀을 떠났다. 밀워키는 시즌 중에도 올스타 포수 조나단 루크로이와 마무리투수 제레미 제프리스 등을 아낌없이 내보내며 유망주를 끌어모았다.

그럼에도 밀워키는 올 시즌 73승 89패(NL 10위)로 그럭저럭 시즌을 마무리했다. 특히 투수들이 ‘의외의 선방’을 보여줬다. 지난해 전체 24위를 기록했던 팀ERA가 올 시즌 12위로 크게 호전된 것이 그 증거다(2015년 4.28, 2016년 4.08). 스턴스가 영입한 신인 주니어 게라(ERA 2.81)와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에 본격 합류한 자크 데이비스(ERA 3.97) 등의 활약이 돋보였다.

문제가 된 것은 타격이었다. 팀득점은 지난 시즌의 22위보다도 떨어진 25위를 기록했다. 팀출루율은 0.322(전체 12위)로 준수했으나, 출루가 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팀타율 역시 지난해 0.251(전체 14위)에서 0.244(전체 27위)로 하락하며 바닥을 기었다. 다만 팀홈런은 지난해 145개(전체 21위)에서 194개(전체 15위)로 크게 늘어났고, 전체 순위도 소폭 상승했다. NL 홈런왕에 오른 크리스 카터(41홈런)와 팀의 주포 라이언 브런(30홈런)은 무려 71개의 홈런을 합작하며 밀워키의 팀 홈런 순위를 끌어올렸다.

 

최고의 선수 – 조나단 비야, 주니어 게라

2016 시즌의 밀워키가 뜻밖의 압도적 1위를 차지한 팀 기록이 있다. 바로 도루다. 밀워키는 올 시즌 181개의 팀 도루로 2위인 신시내티(139개)를 크게 따돌리며 양대 리그에서 1위를 차지했다. 신시내티의 도루 순위를 끌어올린 것이 빌리 해밀턴의 존재였다면, 밀워키의 도루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올 시즌 도루왕(62개)을 차지한 조나단 비야였다.

비야는 도루뿐 아니라 타격 전반에서도 흠잡을 데 없는 모습을 선보였다. 비야의 올 시즌 타격 성적은 .285/.369/.457 19홈런 92득점 63타점. 62개의 도루를 성공시키는 동시에 1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호타준족의 전형을 보여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91년생 유격수의 활약은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다만 0.373을 기록한 높은 BABIP는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중고신인’ 주니어 게라의 활약도 놀라웠다. 31세의 신인 투수 게라는 2006년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으나, 이번 시즌 전까지 빅리그 경험이 없다시피 했던 선수다. 미국에서는 받아주는 팀이 없어 유럽으로 건너가 스페인 리그의 산보이, 이탈리아 리그의 T&A 산마리노 등의 팀을 전전하기도 했었다. 2014년 시즌을 마친 뒤 베네수엘라 윈터리그에서 활약하다가 화이트삭스의 스프링캠프 초청장을 받아 든 것이 빅리그로의 첫 걸음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는 늦었지만, 게라는 밀워키 입단과 동시에 20경기에 선발로 나서서 9승 3패 2.81의 ERA를 기록하며 빠르게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9이닝당 피홈런 개수가 0.74에 그칠 정도로 뛰어났던 홈런 억제력이 최대 강점이었다. 이는 120이닝 이상 던진 118명의 투수 가운데 13위에 해당한다. 구단이 이닝 관리 차원에서 9월에 ‘셧다운’을 시켰음에도, 게라는 2.5의 fWAR을 기록했다.

밀워키의 대표적 프랜차이즈 스타인 라이언 브런 역시 여전한 활약을 보였다. 브런은 고질적인 손목 부상에 시달리면서도 .305/.365/.538 30홈런 80득점 91타점 16도루를 기록하며 2012년 이후 가장 좋은 시즌을 보냈다. wRC+는 133으로 양 리그를 통틀어 21위에 오르기도 했다.

 

발전한 선수 – 자크 데이비스

지난 시즌 처음 빅리그 무대를 밟아 가능성을 보여준 93년생의 신인 투수 자크 데이비스에게 올 시즌은 그 가능성을 증명한 해가 됐다. 지난해 막바지 6경기에 선발로 나서 3승 2패 3.71의 ERA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여줬던 데이비스는, 올 시즌에는 4월부터 꾸준히 선발등판하며 163.1이닝, ERA 3.97로 밀워키 투수 중 가장 높은 2.8의 fWAR을 기록했다. 경기당 평균 5.82이닝을 소화하는 등 선발로도 자리를 잡은 모양새였고, K/9도 7.44로 준수한 편이었다.

데이비스의 가장 큰 무기는 체인지업이다. 데이비스는 183cm, 70kg의 한눈에 봐도 마른 몸집을 가진 선수이고, 따라서 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이 90마일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게 느껴진다. 대신 그의 체인지업은 구종가치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NL 투수들 가운데 카일 헨드릭스, 제레미 헬릭슨, 브랜든 피네건에 이어 5위에 랭크되었을 정도로 효과적이었다. 데이비스는 예전의 한 인터뷰에서 “투수가 최상의 스터프를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타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공략할 수 있다는 게 야구의 재미있는 점”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망스러웠던 선수 – 지미 넬슨, 테일러 영맨

지난 시즌 기대를 모았던 밀워키의 젊은 투수들은 자크 데이비스를 제외한 대부분이 올 시즌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미 넬슨은 지난해 전반기인 7월까지 21경기에 선발 출장해 129.1이닝 3.76의 ERA를 기록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넬슨은 경기당 평균 6.14이닝의 훌륭한 이닝 소화력을 선보이며 훗날 선발로테이션에서 중요한 축을 맡아줄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었다. 하지만 작년 후반기부터 ERA가 5.06으로 치솟았고, 올해도 8승 16패 ERA 4.62의 아쉬운 성적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양대 리그에서 최다였던 86개의 볼넷이 발목을 잡았다.

테일러 영맨의 올 시즌은 더욱 실망스러웠다. 영맨은 지난 시즌 21경기에 등판해 9승 8패 ERA 3.77을 기록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올해는 8경기에 출장, 무승 5패에 7.76의 ERA를 남기는 데 그쳤고 대부분의 시즌을 마이너리그에서 보내야 했다. 심지어 영맨은 트리플A에서도 9.87의 ERA와 0.305에 달하는 피안타율을 기록하다가 더블A까지 내려가서야 안정적인 모습을 되찾았다. 2011년 드래프트 동기인 하비에르 바에즈와 프란시스코 린도어가 이번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활약은 영맨의 올 시즌을 더욱 아쉽게 만든다.

 

THE MOMENT – 7월의 트레이드

OUT 조나단 루크로이 / 제레미 제프리스 / 윌 스미스
IN 루이스 브린슨 / 루이스 오티스 / 필 빅포드 / 앤드류 수색

리빌딩에 돌입한 밀워키의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난 여름, 트레이드 마감시한 직전에 찾아왔다. 밀워키는 이때의 트레이드로 우수한 유망주들을 확보, <베이스볼 아메리카>의 2016년 미드시즌 유망주 TOP 100에 뉴욕 양키스와 더불어 가장 많은 7명의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올랜도 아르시아(14위, 유격수) 조시 헤이더(22위, 좌완) 루이스 브린슨(30위, 외야수) 필 빅포드(50위, 우완) 트렌트 클락(57위, 외야수) 브렛 필립스(58위, 외야수) 루이스 오티즈(74위, 우완)가 여기에 포함됐다.

쏠쏠한 전력 보강으로 명실공히 메이저리그 최고의 팜 중 하나로 거듭나고 있는 밀워키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도 있다. 라이언 브런의 트레이드설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손목 부상이 재발하긴 했지만 30홈런에 .305/.365/.538의 좋은 시즌을 보낸 브런은 언제든 훌륭한 유망주와 바꿀 수 있는 트레이드 카드다. 스턴스 단장은 브런의 트레이드설에 대해 “두고 봐야 한다”며 여지를 남겨놓기도 했다.

 

총평

밀워키 브루어스는 지난 12일(한국시각) 카운셀 감독의 유임을 발표했다. 카운셀 감독은 “아직 우리 앞에는 커다란 도전이 놓여 있다”며 “이 일을 맡은 뒤 많은 것을 해냈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는다”고 유임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지금은 앞을 바라보고, 어떻게 하면 다음에 좋은 결정을 내릴지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운셀 감독의 말처럼 밀워키의 리빌딩은 내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팀의 핵심 선수들을 내주며 받아온 유망주들이 꽃을 피우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때문에 팬들의 기다림은 계속된다. 그것이 즐거운 기다림이 될지, 괴로운 기다림이 될지는 조금 더 두고 볼 일이다. 다만 아직까지는 즐거운 마음으로 팀의 앞날을 기다려봐도 좋을 것 같다.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America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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