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 첫 단추를 끼우다. 경남대학교 1학년 외야수 황성빈

경남대학교 1학년 외야수 황성빈은 대학리그 첫해에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뒀다. 3-4학년 위주로 꾸려지는 대학야구 라인업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고 이제는 팀에 꼭 필요한 주전 선수로 자리잡았다. 이번 시즌 실력 발휘에 성공한 1학년 선수들 중에서도 특히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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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 대학야구 1학년 주요 타자 기록 >

여느 신입생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황성빈 역시 처음부터 많은 기회를 받았던 것은 아니다. 대타로 투입된 경기에서 제 역할을 다했고 매 경기 집중하며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갔다. 시즌 초 그저 신입생 중 한 명이었던 황성빈은 이제 경남대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됐다. 내년이 더 기대되는 선수, 경남대 황성빈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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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는 경남대학교에 재학중인 1학년 외야수 황성빈입니다.”

 

야구 형제

황성빈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친동생을 따라 야구를 시작했다.
“동생이 야구를 먼저 했어요. 동생이 야구할 때 따라갔다가 재미있어 보여서 저도 하겠다고 마음 먹었죠.”

막상 야구부에 입단해 운동을 시작하니 힘든 점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야구 형제를 둔 부모님이 항상 황성빈을 잡아주었다.
“저도 그렇고 동생도 그렇고, 부모님 말씀이 많이 힘이 된 것 같아요. 부모님도 저랑 동생이랑 둘 다 야구를 하니까 더 잘 말씀해 주셨던 것 같기도 해요. 힘들다고 하면 세상에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냐고 하시면서, 그래도 막상 하면 잘 할 수 있을 거라고 힘을 주셨죠.”

황성빈은 야구하는 동생과 힘든 부분도 나눌 수 있었다.
“동생은 경동고등학교 1학년 황규빈이에요. 동생도 저도 둘 다 1학년이라서 가장 힘든 시기잖아요. (웃음) 그래서 서로 더욱 위로가 되는 것 같아요.”

형제 간의 미묘한 신경전은 야구 형제의 또 다른 묘미다.
“동생은 투수거든요. 맨날 저한테 ‘공 세 개면 형 잡을 수 있다고’ 말해요. (웃음) 저도 동생이랑 마주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꼭 같이 시합해보고 싶어요.”

 

드래프트의 부담감을 이겨낸 2015 시즌

황성빈은 소래고등학교 재학 당시에도 눈에 띄는 선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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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 소래고 성적>

* 소래고등학교 재학 시절 1-2번 타순에 주로 이름을 올렸던 황성빈. 1-2학년 때에 비해 3학년 들어 부쩍 성장해 뛰어난 컨택 능력으로 .372의 타율을 기록했다. 컨택 능력과 함께 빠른 발이 또 다른 강점으로, 3년 동안 38경기에서 39개의 도루를 기록했다. 특히 3학년 때는 안타보다 많은 20개의 도루를 기록해 그야말로 나갔다 하면 뛰었다.

고교리그 마지막 시즌에서 황성빈은 공격과 주루 두 가지를 모두 잡았다. 황성빈은 그 비결로 자신감을 꼽았다.
“일단 시합을 많이 나가게 되면서 정말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시합을 거듭할수록 자신감이 많이 붙었거든요. 타석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이 특히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신인 지명을 앞두고 있던 3학년 때, 그는 2년 동안 아쉬웠던 모습을 모두 털어냈다.
“신인 지명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아요. 연습했던 것들을 시합 때 보여주자고 많이 생각했죠. 원래 선배가 먼저 하면 후배들이 뒤따라오잖아요. 저도 후배들 계속 격려하고 다독이면서 하려고 했어요.”

당시 좋은 성적을 만들어줬던 마음가짐은 지금도 여전하다.
“원래 모든 선수들이 프로 입단하는 게 목표잖아요. 가장 잘 하는 것을 잘 보여줘야 프로에 갈 수 있고요. 저도 시합 때 예쁜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했던 것 같아요. 이건 지금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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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새로운 시작

2016 신인 지명회의에서 소래고 황성빈의 이름은 불리지 않았다. 야구를 계속 하고 싶었기에 황성빈은 대학 진학을 결정했다.
“감독님께서 먼저 경남대학교를 추천해 주셨어요. 원래는 지명을 못 받으면서 야구를 그만두고 싶었죠. ‘대학 가서도 잘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부터 들었어요. 다시 막내 생활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도 걱정됐고요.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계속 한 것도 야구고, 앞으로도 하고 싶었어요. 불안한 마음을 빨리 접고 다잡았죠.”

워낙 적응력도 좋고 성격도 활발한 덕에 대학교 생활에도 금세 익숙해졌다. 이 덕분인지, 그는 대학 시즌 첫 대회였던 2016 춘계리그전에서도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처음엔 그도 물론 대타였다.
“첫 경기가 한양대전이었어요. 당연히 주전이 아니었죠. 대타로만 시합을 뛰었어요. 그런데 선배가 부상 때문에 출전을 못 하게 된 거예요. 얼떨결에 5번 타자로 선발 출전 기회를 받았어요.”

황성빈에게 첫 선발 기회였던 2016년 4월 9일 문예대와의 경기. 황성빈은 9회까지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9회 말에 동점의 씨앗이 된 값진 안타를 때려냈다. 경남대는 결국 동점을 만들었고, 10회에는 역전에 성공한다.
“처음 선발 출전에서 감독님께서 상위 타선에 넣어주셨는데 안타가 안되니까 엄청 신경 쓰였죠. 대학 첫 안타를 딱 치고 나니까, 그때부터 마음이 진짜 편해진 것 같아요. 제가 원래 동계 훈련 3주를 쉬었거든요. 몸 상태가 안 좋아서. 근데 연습경기 때 보여드렸고 결국 실전에서 기회를 한 번 주신 것 같아요.”

4월 9일의 첫 선발 출전 이후, 황성빈은 자신의 진가를 톡톡히 발휘한다. 곧바로 이어진 4월 11일 경희대와의 경기에서는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하여 4타수 3안타로 맹타를 휘둘렀고 15일 성균관대전에서도 3안타로 활약했다. 4월 15일부터 7월 1일까지, 총 7경기 연속 안타 기록을 세웠는데 7경기 중 5경기가 멀티히트 경기였을 정도로 그의 활약은 눈에 띄었다.
“타석에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이 나왔다고 생각해요.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자신감을 중요하게 생각했거든요. ‘저 투수가 무엇을 던지든 내가 다 쳐낼 수 있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어요. 그리고 다시 1학년이니까, 전 잃을 게 없잖아요. (웃음) 그래서 더 공격적으로 하지 않았나 싶어요. (웃음)”

 

팀의 믿음

“앞으로도 기회를 계속 주시지 않을까요.”

대학 리그 첫 시즌을 최고의 한 해로 만든 황성빈은 내년 시즌에도 주전으로 뛸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을 보였다.
“사실 하계리그전에서 제가 손가락 부상을 당했어요. 저학년이니까 눈치가 보였는데 선배들이 너무 걱정을 많이 해주더라고요. ‘다음 경기는 꼭 뛰어주면 좋겠다.’고요. 정말 힘이 많이 났어요. 팀에서 감독님, 코치님, 선배들이 많이 믿어주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직 1학년인데, 너무 감사합니다.”

올 시즌 총 15경기에서 9번의 경기에 멀티 히트를 때려내다 보니 이제는 황성빈에게만 할 수 있는 진담 반의 농담도 생겼다.
“3타수 1안타도 잘 한 거잖아요. 그런데 선배들이 ‘성빈아 오늘 좀 못 쳤네…’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웃음) ‘아, 성빈아 오늘 두 개 밖에 못 쳤어?’ 이렇게요. (웃음) 이런 농담들도 모두 절 믿어주시기 때문에 나오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눈에 보이는 기록부터 팀의 믿음까지. 첫 단추를 잘 끼워도 너무 잘 끼운 황성빈. 솔직한 심정은 어떨까.
“잘 하고 있다고 느끼긴 하는데… 또 타율 떨어질까 봐 매 경기 신경 쓰이는 부분은 있었어요. (웃음) 그리고 지금보다 더 잘하고 싶기도 하고. 타율도 더 올리고 싶고요.”

사실, 타율보다 더 욕심나는 기록은 따로 있다.
“도루요. 도루에 욕심이 많이 나요. 작년에 두산에 지명된 조수행 선수가 4년동안 도루 92개를 했다고 하더라고요. 감독님께서 저보고 넌 도루 100개 하고 졸업하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저도 진짜 100개는 하고 싶어요. (*2016 시즌 15경기 19개) 원래 1학년 목표는 번트 제외하고 다섯 타수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기회가 더욱 감사하죠.”

당연히 아쉬운 점도 있다. 야구에 욕심이 많은 만큼, 좋은 성적보다 아쉬운 부분에 더 마음이 쓰이는 황성빈이다.
“장타가 많이 안 나오는 점이 아쉬워요. 저는 발도 빠르니까 타구가 잘 빠지면 무조건 3루타로 만들 자신은 있거든요. 연습 때는 많이 나오는데 이상하게 시합 들어가면 장타로 연결이 안 돼서 답답한 부분이 많아요.”

 

이제 남은 시간, 3년

1년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황성빈은 이제 2학년에 진급하고 대학 생활은 3년이 남았다. 남은 시간 그의 목표는 무엇일까.
“큰 사고 안 치고 팀에 민폐 안 끼치려고요. 내 역할을 잘 하는 선수가 되려고 합니다. 야구는 지금처럼만 되면 좋겠어요.”

역시나, 최종 목표는 2019년에 있을 2020 신인 지명회의다.
“일단 높은 라운드 받고 싶어요. 솔직히 저를 알아봐 주는 팀이 있다면, 어디라도 좋아요. 그래도 갈 때는 상위 라운드로 인정받고 지명되고 싶어요. 선배들이 4년 후에 팀 성적 탓하지 말고 그 전에 미리미리 개인 성적 만들어 놓으라고 하더라고요. 목표 이루려면 지금부터 더 집중해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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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빈은 항상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대학 졸업할 때는 감독님께서 ‘성빈이는 팀에 큰 도움이 되는 선수였다’고 말씀해주시면 좋겠어요. 프로에 가서는 팬분들께서 ‘황성빈 선수는 우리 팀에 계속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으면 좋겠고. (웃음)”

운동을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지만, 그는 야구가 어느덧 인생의 전부가 된 것 같다고 말한다.
“나중에 성공을 못 하면 미련은 남겠지만 절대 야구 했다는 것에 후회는 안 할 것 같아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신인 지명 실패라는 좌절을 딛고 새로운 환경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 황성빈. 지난 1년보다 앞으로의 3년이 더 기대되는 이유는 그의 자신감과 야구에 대한 확신 때문일 것이다. 내년 대학리그에서 더 발전된 황성빈의 모습이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기록 출처: 대한야구협회
사진: 오늘부터 아마야구

취재/글: 김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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