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랄레스의 부활, 그리고 어긋난 타이밍

7경기 연속 홈런에 멈춰 버린 모랄레스(사진=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야구공작소 이해인] 8월 28일(이하 한국시간) 토론토 블루제이스의 지명타자 켄드리스 모랄레스가 8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대기록에 도전했다. 이는 메이저리그 최다 경기 연속 홈런 기록으로 과거 대타자들이었던 켄 그리피 주니어, 돈 매팅리, 데일 롱만이 달성한 바 있다. 특히 모랄레스가 상대하게 되는 선발투수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데이비드 헤스로 2018시즌 동안 9이닝당 2개의 홈런을 내주고 있어 더 많은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3타수 무안타 1볼넷 2삼진.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정말 아쉬운 순간이었다.

이런 대기록 가능성은 잦은 패배를 경험하는 리툴링 팀 팬들에게 가뭄의 단비와 같은 존재다. 게다가 모랄레스와 같이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거기에 부응하지 못했던 선수가 대기록을 앞두고 있을 경우엔 그 반가움이 배가 된다. 토론토는 2016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난 거포 프랜차이즈 스타 에드윈 엔카나시온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모랄레스를 영입했지만, 모랄레스는 2017시즌에 OPS 0.753으로 부진에 빠지고 말았다.

슬럼프는 2018시즌 초반에도 계속됐다. 심지어 3, 4월 동안에는 타율 0.160, 홈런 1개의 처참한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5, 6월에 서서히 부활의 조짐을 보이더니 7월부터는 어느 누구보다도 뜨거운 타격감을 과시하고 있다.

 

<모랄레스의 월별 타격 성적 변화>

3/4월: 타율 0.160, 홈런 1개, OPS 0.499
5월: 타율 0.233, 홈런 3개, OPS 0.702
6월: 타율 0.277, 홈런 4개, OPS 0.808
7월: 타율 0.338, 홈런 4개, OPS 1.032
8월: 타율 0.280, 홈런 9개, OPS 0.904

 

바뀐 타격 접근법

 

2017시즌 모랄레스의 문제는 간단했다. 커리어 가운데 가장 높은 빈도로 헛스윙을 했으며, 특히 스트라이크 존 안에 들어온 공들을 맞히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유독 모랄레스를 가장 많이 괴롭힌 구종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커브였다. 그는 커브를 상대했을 때 전에 비해 훨씬 높은 빈도로 방망이를 냈으며 이는 높은 헛스윙 비율로 이어졌다. 총 스윙 중에서 헛스윙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슷했으나 스윙 자체가 늘면서 전체 투구 대비 헛스윙이 늘어났다. 그러자 상대 투수들은 더 많은 커브를 구사했다.

 

표1. 모랄레스의 커브 상대 지표 변화

 

한편 스위치히터이기에 상대 투수와 반대되는 손으로 타석에 들어서는 모랄레스가 다른 타자들에 비해 많은 빈도로 상대하게 되는 공이 있다. 바로 체인지업이다. 그는 2015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매해 규정타석 진입자들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로 체인지업을 상대해야 했다.

커브가 참는 데 실패한 구종이라면 체인지업은 맞히는 데 실패한 구종이었다. 커브와는 반대로 투구 전체에 대한 스윙 비율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스윙 중에서 헛스윙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표2. 모랄레스의 체인지업 상대 지표 변화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향한 공들에 대한 컨택트 성공률

 

이렇게 2개 구종에 대해 두드러지는 약점을 보이며 2017시즌 모랄레스의 헛스윙 비율은 크게 높아졌다. 하지만 2018시즌의 모랄레스는 달라졌다. 모랄레스는 스윙 빈도 자체를 크게 줄이면서 볼이 될 공에 방망이를 훨씬 적게 휘둘렀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단순히 커브와 체인지업에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해에 비해 모든 구종에서 볼의 비율이 증가했으며 이는 볼넷 비율의 증가로 이어졌다.

 

표3. 모랄레스의 스윙 빈도 및 볼넷 비율 변화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향한 공들에 대해 스윙한 빈도

 

이처럼 2018시즌의 모랄레스는 2017시즌에 비해 변화구에 대한 헛스윙 빈도를 대폭 줄이고 볼넷을 많이 얻어내는 등 변화구에 잘 대처하고 있다. 7경기 연속 홈런을 기록할 때도 7개 중 2개는 체인지업, 2개는 커브를 받아친 홈런이었다. 지난 시즌에는 시즌 내내 체인지업과 커브를 상대로 친 홈런이 각각 1개와 2개였으니 불과 7경기 동안 그 이상의 홈런을 친 것이다.

 

뜬공타구의 증가

2018시즌 모랄레스는 55.1%의 비율로 시속 95마일 이상 타구를 양산해내고 있다. 이는 뉴욕 양키스의 외야수 애런 저지에 이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모랄레스는 2015, 2016, 2017시즌에도 95마일 이상 타구 비율에서 각각 메이저리그 9위, 5위, 13위에 오른 바 있다. 결국 강한 타구를 양산해 내는 능력은 문제가 아니었다. 문제는 타구의 방향이었다.

 

표4. 모랄레스의 타구 질 변화

 

위의 표와 같이 2017시즌 동안 모랄레스의 타구가 지면으로 향한 비율은 다른 해에 비해 3~4%p 가량 높았다. 그리고 모랄레스가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느린 선수라는 것을 고려하면 늘어난 땅볼타구는 타격에 절대 도움이 될 리가 없었다. 실제로 모랄레스는 22개의 병살타를 치면서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오르는 불명예를 떠안기도 했다.

반면 2018시즌에는 땅볼타구 비율은 제자리를 찾고 뜬공타구의 비율이 높아졌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파워를 보유한 모랄레스가 공을 더 자주 띄운다면 이는 좋은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공을 쳤을 때 이것이 배럴 타구***로 이어진 비율을 의미하는 Brls/BBE%는 지난해 10%(메이저리그 61위)에서 이번 시즌 13.1%(메이저리그 22위)로 크게 뛰어올랐다.

***타율 0.500, 장타율 1.500을 만들어내는 속성(타구 발사각과 속도의 조합으로 결정)을 가진 타구를 의미한다.

 

왜 이제서야

2017시즌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렸던 토론토는 모랄레스가 중심에서 타선을 이끌어 주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플레이오프 진출 실패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올해 초반은 지난해보다 더 부진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토론토가 본격적인 리툴링에 돌입하기로 결정을 내리자 모랄레스는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7월에도 트레이드 가치는 여전히 애매했고, 웨이버 트레이드 데드라인이 다가오는 8월 말이 되어서야 폼이 최절정에 올랐다.

팬들 입장에서는 ‘왜 이제서야’라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지금이라도 잘하는 것이 팀 입장에서는 좋다. 모랄레스를 내년 시즌 전 트레이드칩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팀의 어린 선수들을 도와주는 베테랑으로 남겨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는 프로의식적인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선수다. 모랄레스는 최고참격인 나이에도 불구하고 가장 먼저 필드에 도착하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 또한 지난 시즌 부진 이후 공이 잘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판단해 올 시즌 전에는 안경을 착용하고 나타났다. 그리고 부진이 계속 이어지자 한 경기 중에도 한 번은 안경을 쓰고 타석에 들어섰다가 다음 타석에서는 안경을 벗고 나오는 등 부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다시 안경을 쓰지 않고 경기에 임하는 모랄레스다.

이제 그와 토론토 사이에는 올해 잔여 시즌을 제외하고 1년 1,200만 달러의 계약이 남아 있다. 대기록까지 목전에 두며 올해 성적을 많이 끌어 올렸지만 여전히 그가 3년 계약 가운데 2년 동안 적립한 WAR은 0.1에 불과하다. 과연 모랄레스가 토론토에 잔류할지, 만약 그렇다면 지금의 기세를 몰아서 늦었지만 팬들이 바라던 활약을 이어 나갈 수 있을지 지켜보아도 좋을 것이다.

 

기록 출처=MLB, Fangraphs, Brooksbaseball, Baseball Savant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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