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야구장 직관 도장깨기 시리즈 (1편)

[야구공작소 양정웅] 야구팬으로서 한번쯤 가지고 있는 꿈(?)이 있다면 바로 전국 야구장 투어일 것이다. 익숙하다 못해 이제는 질린다는 느낌까지 받는 내 고장의 야구장을 벗어나 여행을 하는 기분으로 야구를 본다는 것은 경기 결과를 떠나서 설레는 마음을 가지게 한다. 그래서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야구팬들은 야구장 투어를 시도하게 된다.

하지만 야구장 투어는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 우선 응원팀 일정에 맞추겠다고 하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롯데 자이언츠의 팬이 2018년 5월 중순에 인천 경기를 보러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다음 일정은 잔여경기가 시작되는 9월 이후가 되기 때문에 넉 달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굳이 응원팀 경기를 보러 가지 않더라도 여행의 동선을 깔끔하게 짠다는 것은 매우 귀찮고 어려운 일이다. 금전적 문제는 덤이다.

능력의 부족으로 입학 후 7년 가까이 졸업을 하지 못한 대학 생활도 어느덧 한 학기만 남았던 2018년 상반기. 이제는 더 남은 시간이 없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나는 야구장 탐방을 계획했다. 그러나 야구 관련 회사에서 일하게 되면서 현실적 사정으로 직관보단 ‘집관’을 많이 하게 됐다. 어쨌든 시즌은 시작했고, 나는 남는 시간에 야구장을 몇 번 찾았다. 야구장 투어의 소박한 시작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8월 1일, 나는 모든 1군 야구장을 방문했다. 어찌어찌 하다 보니 12개 구장을 다 찾게 된 것이다. 그래서 경험을 공유하고자 12개 구장을 방문한 소감을 적어본다.

*1편에서는 수도권에 있는 4개 구장을 방문한 느낌을 적었다. 2편에서는 지방에 있는 팀들의 메인 구장인 대전, 대구, 광주, 사직, 마산을, 3편에서는 지방의 제2구장인 청주, 포항, 울산을 살펴볼 예정이다.

 

① 잠실 야구장

5월 10일 롯데-LG전. 앤디 번즈가 홈런을 치고 홈을 들어올 때(사진=양정웅)

잠실 야구장은 이전에도 몇 번 가본 적이 있던 곳이다. 롯데 경기를 보러도 갔고, 호랑이와 독수리가 맞붙는 경기도 가서 봤던 야구장이다. 그래서 익숙한 구장이라 대전과 마찬가지로 별 부담없이 갈 수 있었다.

잠실을 갈 때마다 느끼지만 지하철역과 가까운 게 너무나도 좋다. 직관을 간 야구장 중에서는 손꼽을 만큼 가까운 곳이다. 그리고 구장이 큰 것도 좋다. 탁 트인 야구장을 보면 가슴이 시원해지는 느낌마저 들 때가 있다. 선수들에게는 불편한 구장이라고는 하지만 라이트 팬의 입장에서 잠실 정도면 꽤나 괜찮은 구장이다.

내가 갔던 날은 걸그룹 에이핑크의 윤보미가 시구를 했던 날이다. 하지만 잠실을 찾은 많은 롯데팬들이 입장을 대기하는 통에 ‘뽐가너’의 시구는커녕 1회 터진 이대호의 선취타도 보지 못했다. 그것이 뭐가 중요하랴. 어쨌든 경기는 이겼고, 나는 이틀 후에 갈 조용필 콘서트를 위해 주경기장을 살펴보는 여유마저 챙겼다.

 

JYP 콘서트의 현장. 아- 그는 위대하다(사진=양정웅)

하지만 이날의 승리 이후 직관 7연패가 찾아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점: 넓은 야구장, 괜찮은 교통, 원정팀도 홈 구장 같은 느낌이 들게 함
단점: 주위에 마땅히 먹을 거리를 사갈 곳이 없음, 사람이 붐비면 길 찾기 어려움

 

② 고척 스카이돔

원래라면 고척 스카이돔은 롯데전에 방문할 수가 없었다. 일하는 날짜와 겹쳤기 때문에 무슨 수를 써도 잔여경기 일정에나 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빠르게 퇴사를 하게 되면서 시간이 남았고, 결국 고척도 순조롭게 방문할 수 있었다.

 

7월 27일 롯데-넥센전. 이날 승리로 직관 7연패의 사슬을 끊었다(사진=양정웅)

고척을 방문했던 7월 27일 18시 서울의 기온은 섭씨 32도. 바깥에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나는 날씨였다. 타 구장 같았으면 입구에 들어서기도 싫었을 날씨지만 고척은 달랐다. 계단을 올라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순간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말. ‘허구연 해설위원님, 당신이 옳았습니다.’ 여름철 25도로 맞췄다는 고척의 온도는 그 뽀송함까지 더했을 때 마음 속 체감기온은 이미 영하나 마찬가지였다.

 

고척 스카이돔의 에어컨. 우리는 여름철마다 에어컨의 발명자 윌리스 캐리어에게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사진=양정웅)

고척을 방문하면서 물론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에어컨과 지붕이었지만 그 외에도 관중석이 매우 가파른 것도 눈에 들어왔다. 고척에 먼저 갔던 사람들이 말하던 고소공포증이 무슨 말인지 대강은 알 수 있었다. 두 개의 전광판이 공격팀과 수비팀의 정보를 잘 보여주는 것은 에어컨만큼이나 고척이 자랑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날 경기장을 찾을 때 사실 기분은 별로 좋지 않았다. 5월 10일 잠실에서의 승리 이후 직관 8경기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1무 7패를 안았던 것이다. 이런 마음을 선수들이야 몰랐겠지만 롯데는 2회부터 4점을 내더니 6이닝 연속 득점, 선발 전원 안타를 기록하며 9대2 승리를 거뒀다.

장점: 시원함, 신기함, 경기장 자체는 지하철과 가까움, 먹을 거리 풍부
단점: 지하철-입구 사이 거리가 좀 있음, 주위 상권 아쉬움, 4층 관중석 높이

 

③ 인천SK 행복드림구장

수도권 구장은 그다지 많이 갈 일은 없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래도 그 중에서 인천은 자주 가는 편이었다. 갈 수 있으면 1년에 한 번씩은 꼭 가는 편이다. 롯데의 플레이오프, 그리고 아시안게임도 이 곳에서 봤다. 그래서 올해는 그냥 패스하고 싶었지만 그러면 투어의 의미가 퇴색될 것 같아 결국은 타 팀 경기지만 보러 가기로 했다.

 

7월 26일 두산-SK전이 열린 인천SK 행복드림구장(사진=양정웅)

인천도 이제는 완공된 지 15년이 넘은 구장이다. 최근 몇 년간 신축구장들이 우후죽순 등장하면서 새 구장의 이미지는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곳은 여전히 신선한 느낌을 준다. 탁 트인 시야, 그리고 커다란 전광판 ‘빅보드’를 보면 인천이 아직은 KBO 구장 중에서는 상위권임을 느낄 수가 있다.

7월 26일은 폭염의 절정이었다. 내야 관중석에서 경기를 보는 것은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이렇듯 더위를 못 참는 사람들을 위해 인천에는 ‘끼리끼니(kiri kini)’라는 곳이 있다. 내야지정석 관객을 위한 시설인 이곳은 그라운드 기준으로는 백스톱쪽, 관중석에서는 라이브존 아래에 위치하고 있다. 너무 더웠던 이날 나는 4회부터 경기가 끝날 때까지 끼리끼니에서 야구를 봤다.

 

8회 로맥이 홈런을 치고 들어오는 순간. 끼리끼니에서(사진=양정웅)

이 날 경기는 만 원만 추가하면 블랙 유니폼을 받을 수 있는 날이었다. 직관 운수가 안 좋았기에 혹여 유니폼을 입은 것만으로도 SK가 패배하면 어쩌나 걱정도 했다. 그러나 SK는 4회 집중타와 상대 실책을 묶어 빅이닝을 만들고 10년 만에 두산전 스윕을 달성했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이렇게 평화로울 수 있음을 오랜만에 느낀 순간이었다.

장점: 지하철과 가까움, 편의시설 좋음, 번화가와 가까워 뒤풀이 용이
단점: 가 본 구장 중 제일 단점이 없음(단, KT, LG 이용자도 와이파이 쓰게 해달라!)

 

④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이하 위즈파크)는 2018년 이전까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야구장이었다. 애초에 수원을 처음 가본 것이 20대 중반이었고 그 전에 갈 수 있었더라도 수원에서 한동안 프로구단이 없었기 때문에 기회도 없었다.

 

6/21 롯데-kt전. 올 시즌 직관경기 중 분노의 감정으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경기였다(사진=양정웅)

위즈파크를 실제로 가보니 예전 현대 유니콘스 시절 중계로 봤던 수원구장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경기장 분위기도 밝고 여기저기 신경을 많이 썼다는 느낌이 들었다. 경기장을 돌아보면서 곳곳에 붙여진 편의 기능에 대한 안내를 보면서 kt 구단에서 팬 유치를 위해 노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위즈파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바로 음식이었다. 심지어 주위에서는 진미통닭과 보영만두를 먹기 위해 위즈파크를 찾는다고 할 정도로 두 곳은 인기가 많은 음식점이다. 또한 이 음식을 공식 앱인 ‘위잽(wizzap)’을 통해 주문할 수 있다는 것 또한 부러움을 느끼게 했다.

 

위즈파크에서 구매한 또리 폰케이스. kt 구단은 당장 또리 인형을 출시해야 할 것이다(사진=양정웅)

다른 구장에서도 딱히 직관 전적이 좋지 않았지만 수원에서는 유독 더했다. 8월까지 롯데는 kt에게 8승 1무 2패, 수원에서는 4승 1무 1패를 기록했다. 그런데 내가 간 날은 1무 1패만을 기록했다. 직관의 신이 나를 버렸다는 것을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장점: 통신사가 모기업이라 와이파이 빵빵함, 편의성을 신경 쓴 게 느껴짐
단점: 수원역에서 오면 거리가 좀 있음

 

* 본문의 내용은 개인적 의견임을 밝힙니다.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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