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파베이 레이스, 새 구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구단주인 스턴버그가 새 구장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출처=MLB.com)

 

[야구공작소 김가영] 얼마 전 탬파베이 레이스가 새 구장 계획안을 발표했다. 구단의 주요 임원과 지역 사회 인사, 새 구장 설계에 참여한 관계자가 나와 새 구장의 이전지, 건설 비용, 야구장 디자인과 컨셉, 야구장 내부 시설과 야구장 주변부 계획 등을 중심으로 발표가 이루어졌다.

 

새 구장이 필요할까?

레이스가 홈구장으로 쓰고 있는 트로피카나 필드는 현재 메이저리그 유일의 폐쇄형 돔구장이다. 1986년에 공사가 시작되어 1990년에 완공됐다. 하지만 처음부터 야구장으로 사용된 것은 아니고, 미식축구 및 하키 경기장으로 사용되다가 1998년부터 홈구장으로 사용되었다.

20년만 지나도 구장 시설 노후화가 이슈가 되는 메이저리그에서 트로피카나 필드 역시 오래 전부터 리노베이션 또는 새 구장 건설이 계속 이슈가 되었다. 또한 교통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변 인구의 잠재적 야구 구매력이 낮아 어려움이 되었고, 구단에서도 지속적으로 구장 이전을 요구하였다. 하지만 신축과 리노베이션의 기로에서 트로피카나 필드가 위치해 있는 세인트피터스버그 의회의 반대 및 구장 임대 계약문제와 맞물리면서 뚜렷한 방안 없이 계속 맴돌기만 했다.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2007년, 탬파베이는 새 구장 계획을 발표한 적이 있다. 장소는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 장소로 사용하고 있는 알랑 필드로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불과 1.7km 떨어진 곳이었다. 새 구장은 개폐식 돔으로 지어질 계획이었고 수용인원은 34000명으로 잡혔다. 하지만 자금 조달과 트로피카나 필드의 임대계약 문제로 계속 연기되다가 2010년에 결국 무산되었다.

지난 7월 10일에 구단에서 발표한 새 구장 계획안은 첫 계획이 무산된 뒤 8년 만의 일이다. 이번 계획안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개폐식이 아닌 폐쇄형 돔으로 지어진다는 점, 둘째, 소규모의 팬친화적 야구장으로 컨셉을 잡았다는 점이다.

 

탬파베이 레이스의 새 구장 조감도(사진=탬파베이 레이스 제공)

 

계획 발표와 함께 탬파베이는 구단 공식 트위터에 새 구장의 조감도를 공개했다. 개폐식 돔을 예상했던 다수의 생각과는 달리 조감도에서 선보인 새 구장은 완전 돔구장이었다. 이미 돔에 대한 인기가 사그라든 시점에서 탬파베이의 선택은 의외의 결과였다. 완전 돔은 개폐식 돔에 비해 건설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은 있지만 모두가 알다시피 가장 큰 문제점은 고정되어 있는 지붕이다. 2007년에 개폐식 새 구장을 계획했지만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무산된 경험이 있어 건설비용이 보다 적게 드는 돔구장을 선택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새 구장 설계를 맡은 파풀러스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돔구장에서 조금 변형된 설계를 보여주었다. 지붕이 고정되어 있는 대신 지붕 양 옆으로 유리문을 만들어 부분 개폐가 가능한 구장으로 설계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연광을 받게 되어 관중과 야수들에게 편안한 시각환경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구장 내 공기의 환기나 온도, 습도의 관리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구장의 디자인도 전형적인 돔구장의 모습에서 벗어나 현대적으로 디자인되었다. 전반적으로 반투명소재를 사용하여 야구장을 시각적으로 개방시켰고 밖에서도 경기장 내부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에 더 나아가 10m 높이 정도의 창문을 홈플레이트 주변으로 만들고 그 주변에 플랫폼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자유롭게 걸으면서 내부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계방향도 발표했다.

또 한가지 주목할 점은 팬친화적인 야구장 컨셉이다. 이미 많은 야구장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설계되어 있다. 이를 위해 구장들은 구장 내 수영장, 레스토랑, 외부 데크, 대형 스코어 보드 등 다양한 시설과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탬파베이의 새 구장도 이러한 마케팅을 벤치마킹하지만 전략은 조금 다르다.

새 구장은 규모를 작게 지어 야구장이 주는 현장감 극대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우선, 계획안에서 밝힌 수용인원은 30842명인데, 여기에는 일반 좌석뿐만 아니라 스탠드석, 스카이박스, 야외석의 인원까지 모두 포함되어 있다. 실제 좌석수는 28216석으로 메이저리그 구장 중 가장 적고 현재 트로피카나 필드의 수용인원보다도 적은 인원이다. 이렇게 작게 계획한 이유는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계속 줄어들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관중수와 탬파베이의 팬층을 고려할 때 큰 구장을 짓는다는 것은 위험한 선택이다. 하지만 좌석수를 최소로 가져가는 대신 작은 규모의 야구장이 택할 수 있는 장점인 ‘생생함’을 극대화한다. 이를 통해 TV중계로는 느낄 수 없는, 야구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것이 구단의 생각이다. 경기장 상단 맨 뒷줄의 좌석도 메이저리그의 구장 중에서 필드와 가장 가깝게 배치될 것이라고 한다. 또 좌석이 들어서지 않아 남게 되는 공간은 관중들을 위한 편의시설로 확충한다는 계획을 넣었다. 야구장을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어플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비록 수용인원은 적더라도 야구장을 찾는 팬들을 확실하게 만족시키겠다는 생각이다.

 

새 구장으로 이전할 수 있을까?

야구장의 디자인과 컨셉, 구체적인 마케팅 방안까지 나왔지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다. 실제로 공사가 시작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동의를 거쳐야 하고 의회의 승인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문제는 약 9억 달러(1조150억 원)의 비용이다. 이는 2017년에 완공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선트러스트 파크 건설 비용보다도 1억 7000만 달러(2000억 원) 가량 더 높은 금액이다. 야구장 자체에만 8억 달러(9000천억 원)가 투자될 것이고 나머지는 야구장 주변의 인프라 확충과 정비에 쓰일 예정이다. 전체 비용 중 구단의 부담은 1억 5000만 달러(1667억 원)이고 나머지는 세금과 각종 공공기금으로 채워지게 된다.

비록 새 구장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아직 지켜봐야 할 사항들이 많지만 이번 발표를 통해 앞으로 레이스가 생각하는 새 구장의 방향성에 대해 가늠할 수 있다. 구단이 야구장을 신축하는 이유는 보다 개선된 야구 환경을 제공하고 야구팬들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통해 돔구장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 것과 좌석수를 늘리는 대신 관중들을 위한 질 높은 야구 관람 환경에 집중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다.

탬파베이 야구팬들이 기다림 끝에 하루 빨리 새 구장을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ballparksofbaseball.com, Tampa Bay Times(기사원문1 기사원문2), DRB(기사원문1)

 

에디터=야구공작소 이택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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