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 자일스와 휴스턴의 마무리 투수 오디션

켄 자일스(사진=Wikimedia Commons)

 

[야구공작소 김태근] 좋은 마무리 투수는 강팀의 필수 요건으로 꼽힌다. 팀의 수호신이란 명예는 모든 불펜 투수가 선망하는 자리다. 또한 현대 야구에서 마무리 투수는 선발 투수 못지 않게 가치 있는 보직이 됐다 .

 

지난해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마무리는 켄 자일스다. 2017시즌 자일스는 63경기 등판해 34세이브(4블론)를 거두며 아메리칸리그(AL) 최다 세이브 부문 4위를 차지했다. 그가 기록한  평균자책점 2.30은 AL 풀타임 마무리 투수 가운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마무리 크레익 킴브럴(1.43) 다음으로 좋은 수치였다.

 

그러나 올 시즌 현재(7월 2일 기준)까지 자일스의 마무리 자리는 위태로운 상황이다. 4월까지 10이닝 2실점(ERA 1.80)을 기록하던 자일스는, 이후 2달 동안 18.2이닝 11실점(ERA 5.30)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최근 들어 자일스는 세이브 상황에서의 등판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켄 자일스 미스터리

그러나 놀랍게도 부진을 겪고 있는 자일스에게선 제구력의 난조는 찾아볼 수 없다. 현재 자일스는 28.2이닝 동안 3개의 볼넷을 내주며, BB/9가 0.94개에 불과하다. 이는 지난해까지 통산 기록인 3.02보다 발전한 수치다. 실제로 자일스의 올 시즌 Zone%(투구가 존 안에 들어간 비율)는 50.8%로 통산 성적인 47.3%보다 높다. 뿐만 아니라 자일스는 피홈런도 잘 억제하고 있다. 자일스가 올 시즌 허용한 피홈런은 5월 1일 뉴욕 양키스 포수 개리 산체스에게 맞은 1개뿐이다.

 

그 덕분에 자일스는 작년까지 통산 12.39개였던 K/9가 올시즌 8.79개로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즌 FIP(수비무관평균자책점) 1.91을 기록하고 있다. 한 투수의 평균자책점은 대체로 FIP에 수렴한다. 따라서 올 시즌 ERA(평균자책점) 4.08로 FIP보다 무려 2.17이 높은 자일스는 억울한 시즌을 보내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자일스의 올 시즌 평균자책점은 왜이리 높은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피안타율이 .276에 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커리어 내내 1할 후반대에서 2할 초반대의 피안타율을 유지해온 자일스치고는 지나치게 높은 수치다. 그리고 높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원인은 0.356으로 급등한 BABIP(인플레이 된 공이 안타가 되는 비율)에서 찾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세이버메트리션들은 한 투수의 BABIP가 커리어 평균에 비해 지나치게 높은 경우 ‘불운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일스의 경우엔 BABIP가 높다고 해서 불운만을 탓할 수는 없다. 올 시즌 자일스가 허용한 타구가 지난해 대비 더 빠르고 날카로워졌기 때문이다.

 

[표1] 켄 자일스의 허용 타구 세부 지표 변화

 

[표1]은 자일스가 지난해 허용한 타구의 질과 올 시즌 허용한 타구 질을 비교한 자료다. 올 시즌 자일스는 지난해 대비 라인드라이브 비율이 6.4%p, 강하게 맞은 타구(Hard%) 비율이 10.3%p나 늘어났다. 반대로 약하게 맞은 타구(Soft%)는 12.1%p 감소했다. 이에 따라 평균 타구속도 역시 3.5마일 증가했다. 당연히 라인드라이브 타구와 강한 타구는 안타가 될 확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자일스의 BABIP가 높아진 이유다.

 

메이저리그의 타구 속도와 발사 각도에 따른 결과

 

한편, <베이스볼서번트>에서는 스탯캐스트 자료를 활용해 기대 타율(xBA)라는 지표를 제공하고 있다. 기대 타율이란 타구속도와 발사각도를 활용해 안타 확률을 측정한 다음 합산한 뒤 타수로 나눈 지표다. 빠른 속도의 타구일수록 기대 타율의 수치가 높다. 이런 방식은 운이 배제된 상황에서 특정 선수가 어떤 타율 또는 피안타율을 기록할 지 가늠할 수 있도록 해준다.

 

 

켄 자일스의 시즌별 피안타율과 기대 피안타율

 

위 그래프는 자일스의 시즌별 실제 피안타율(BA)과 기대 피안타율(xBA) 변화 추이를 나타낸 자료다. 이를 통해 자일스의 실제 피안타율과 기대 피안타율의 변화 추이가 대체로 일치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올 시즌 자일스의 피안타율과 기대 피안타율은 각각 0.276과 0.277로 흡사하다. 자일스는 0.397의 피장타율에 비해 높은 0.448의 기대 피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데, 장타 허용에 대해선 오히려 행운이 따르고 있다. 높은 기대 성적의 원인이 강한 타구의 허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현재 자일스의 부진은 단순히 불운 탓이 아님을 알 수 있다.

 

[표2] 켄 자일스의 2018시즌 세이브∙논세이브 상황에서의 성적 차이

 

그런데 한가지 이상한 점이 있다. 현재 자일스가 11세이브/노블론 시즌을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현재 메이저리그에서 10세이브 이상/노블론을 기록하고 있는 투수는 자일스와 텍사스의 키오니 켈라(20세이브)뿐이다. [표2]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자일스는 세이브 상황에서 발군의 안정감을 뽐내고 있다. 그러나 세이브 상황이 아닌 등판에서는 6점대가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다. 이는 자일스의 심리적 무장 상태에 따른 변화라고 짐작해볼 수도 있지만, 명확하게 단정지을 수는 없는 문제다. 그야말로 ‘미스터리’인 셈이다.

 

디펜딩 챔피언의 ‘온리 원 클로저’ 명예는 누구에게

자일스가 부진에 빠지자 최근 휴스턴은 세이브 상황에서 헥터 론돈을 자일스와 번갈아 기용하고 있다. 론돈은 한때 시카고 컵스의 마무리로 활약했으나, 지난 시즌 컵스에서 방출된 후 휴스턴과 2년 850만 달러에 계약을 맺은 선수다. 올 시즌 현재까지 론돈은 33경기에서 평균자책점 1.50을 기록하는 중이다. 반등에 성공한 론돈은 어느새 패전조에서 격상돼 더블 스토퍼의 한 자리를 꿰찼다.

 

그러나 시즌 내내 더블 스토퍼(혹은 집단마무리)체제를 유지하는 팀은 많지 않다. 따라서 후반기가 되면 자일스와 론돈 가운데 한 명은 마무리 자리에서 강등될 가능성이 크다. 휴스턴은 6월에 있었던 7번의 세이브 기회 중 2번을 자일스에게, 5번을 론돈에게 부여했다.

 

두 선수 모두 세이브 기회를 놓치지 않았지만, 6월만 놓고 보면 론돈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에 둘 중 누가 휴스턴의 마무리 자리를 최종적으로 차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한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과연 자일스는 경쟁자인 론돈으로부터 마무리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휴스턴의 마무리 자리를 놓고 치열한 오디션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Savant, Baseball-reference

 

에디터=야구공작소 이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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