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부상, 부진, 아쉬움이 한 가득’ 탬파베이 레이스

 

시즌 전 팬그래프 예상 성적: 80.9승 81.1패
시즌 최종성적: 아메리칸 동부 5위 (68승 94패)

 

프롤로그

[야구공작소 홍기훈] 1998년 창단 후 지구 최하위를 도맡아 하던 탬파베이는 2008년 팀 이름을 데빌레이스에서 레이스로 바꾼 후 환골탈태, 험난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도 꾸준히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여기에는 단장 앤드류 프리드먼과 감독 조 매든의 공로가 작지 않았는데, 그들이 떠난 후 첫 시즌인 작년에도 갖은 우려를 뒤로 한 채 80승 82패를 기록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오프시즌 선발 투수 네이선 칸즈 등을 내주고 브래드 밀러와 로건 모리슨을 데려왔으며, 세이버메트릭스 친화적인 구단답게 프레이밍의 달인 행크 콩거를 데려와 (왜 레이스는 송구를 못하는 투수를 데려왔는가?) 주전 포수 마스크를 씌웠다. 또한 불펜 투수 제이크 맥기를 보내며 콜로라도에서 코리 디커슨을 영입하기도 했다. 파격적이지는 않았지만, 부족했던 야수진을 보완하기 위해 나름의 전력보강을 한 셈이다.

하지만 탬파베이는 2016시즌, 기대보다 한참 모자란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예상치 못했던 부상이 발목을 잡은 탓이다. 작년 5월 토미존 수술을 받은 선발 투수 알렉스 콥은 몇 번의 복귀 지연 끝에 9월에서야 메이저리그에 모습을 드러냈다. 복부근육수술로 시즌을 부상자명단에서 시작했던 마무리 투수 브래드 박스버거는 복귀전에서 옆구리 부상으로 다시 전열에서 이탈하며 결국 올 시즌 24.1이닝만을 던졌다. 부상의 악령은 케빈 키어마이어도 비켜가지 않았다. 최고의 중견수비를 자랑하는 그는 다이빙캐치를 하다 손목이 부러지는 불운을 겪었다.

5월 20일까지 20승 19패를 기록하며 분투하던 레이스는 작년 팀 내 최고인 5.4 WAR (팬그래프 기준)을 기록한 키어마이어를 잃은 후 13경기에서 단 2승만을 기록하며 점점 미끌어지게 된다. 결국 지구 최하위로 시즌을 마감했고, 이는 팀 이름에서 “데빌”을 뗀 후 처음 있는 일이다. 몇몇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은 차치하고라도 한 점 차 승부에서 13승 27패 밖에 (2016년 메이저리그 전체에서 최저승률) 기록하지 못한 점,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8.6경기나 적은 경기를 이겼다는 점은 아쉬움이 많이 남는 대목이다.

이는 불펜에서 일부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맥기와 박스버거 대신 마무리 자리를 맡게 된 알렉스 콜로메는 1.91의 평균자책점과 37세이브를 기록하며 분전했다. 그럼에도 레이스의 불펜진은 승수 30위 (20승), HR/9 28위 (1.30), 평균자책점 21위 (4.09), FIP 27위 (4.45)를 기록하는 등 각종 지표에서 리그 최하위권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역대급 시즌을 보낸(?) 신시내티 레즈의 불펜진을 제외하면 가장 적은 WAR의 합을 기록했다.

나아질 기미가 없었던 공격력에 주축 선수의 연쇄부상, 박빙의 경기를 이끌어 줄 불펜진의 붕괴가 더해져 탬파베이는 시즌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결과는 2008년 이후 최악의 팀 성적으로 나타났다.

 

베스트 플레이어 – 에반 롱고리아

당연한 이야기지만, 올해도 팀의 중심은 롱고리아였다. 데뷔 이후 꾸준히 128 이상의 wRC+를 기록하던 롱고리아는 2014년 105, 2015년 109를 기록하며 이제는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올해 그는 .273/.318/.521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123의 wRC+와 4.5의 WAR(팬그래프 기준)로 지난 2년간의 부진을 털어냈다.

올해 그가 기록한 .248의 ISO(순수 장타율)는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이며, 장타율은 재작년과 작년에 비해 거의 1할 가까이 올랐다. 그가 기록한 36개의 홈런은 개인통산 최고이다. 예전처럼 10%가 넘는 BB%를 기록하지는 못하지만, 그 대신 그는 파워를 앞세운 달라진 모습으로 자신이 왜 팀의 기둥인지를 여실히 증명했다.

투수진에서는 맷 앤드리스의 깜짝 활약이 반가웠다. 8승 8패 127.2이닝 4.37의 평균자책. 겉보기에는 평범한 성적이지만 안정된 컨트롤을 가진 앤드리스는 선발, 불펜을 가리지 않고 등판해 알토란 같은 활약을 보여줬다.

대형 유망주 블레이크 스넬도 19번의 선발 등판 동안 3.54의 평균자책점과 3.39의 FIP을 기록하며 무난히 첫 시즌을 마쳤다. 다양한 변화구로 이닝보다 많은 탈삼진을 잡으며 빼어난 구위를 선보였던 점도 반가웠다. 부족했던 부분이 없지는 않았다. 올 시즌 스넬은 9이닝 당 5.16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제구에 애를 먹었을 뿐 아니라, 선발 등판 시 평균 5이닝을 채 소화하지 못했던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가 작년 시즌 초에는 겨우 상위 A 레벨에서 던지고 있었던 것을 고려하면, 그의 올 시즌 성적은 분명 ‘쾌속성장’이라 볼 수 있다. 앞으로 이 23살의 좌완투수가 어떤 모습을 보일 지 상상하는 것이 즐거운 이유다.

 

실망스러웠던 플레이어 – 크리스 아처

시즌 전 크리스 아처는 강력한 사이영 상 후보로 꼽혔다. 하지만 그는 전반기에만 4승 12패, 4.66의 ERA를 기록하며 추락하던 팀을 구해내지 못했다. 빠른 공의 커맨드는 아쉬웠고, 고비마다 나온 장타는 그를 울렸다. (전반기 19경기에서 그가 허용한 홈런은 18개.) 물론 전반기 3.93개이던 9이닝당 볼넷허용률이 후반기 1.87로 떨어졌고, 시즌 마지막 8경기 중 7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하며 반등했던 점은 반가웠다. 하지만 전반기의 부진을 되돌리기엔 팀이 이미 반전의 동력을 잃은 시기였다.

시즌 끝난 후 아처가 기록한 성적은 201.1이닝 (아메리칸 리그 8위) 233삼진 (크리스 세일과 아메리칸 리그 공동 2위), 3.41 xFIP (아메리칸 리그 규정이닝 2위), 3.1 WAR (아메리칸 리그 15위, 팬그래프 기준)이었다. 9승 19패의 성적이 경기당 3.51점에 불과했던 득점지원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세부성적은 오히려 준수한 편에 가까운 셈이다. 그럼에도 그를 “실망스러웠던 플레이어”에 꼽은 이유는 아처에 대한 높았던 기대치 때문일 것이다. 달라진 후반기의 모습과 여전히 30%를 넘는 O-Swing%, 12.2%의 SwStr%같은 세부지표를 감안해보면 내년에도 그가 19패나 할 확률은 없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아처를 제외하고도 지구 최하위 팀에 실망스러웠던 선수들이 여럿 있는 것은 피치 못할 일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팀의 포수진을 구멍으로 만든 행크 콩거 (.194/.265/.306 타율/출루율/장타율), 가진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스티븐 수자 (34.0%의 삼진율), 프론트라이너급 선발투수로 성장해주길 바랐지만 부상등이 겹치며 부진한 드류 스마일리 (평균자책점 2015년 3.11 -> 2016년 4.88)는 특히 아쉬웠다.

 

팀의 중요했던 순간 – 6월의 11연패

6월 16일 시애틀과의 시리즈 마지막 경기를 내준 탬파베이는 이후 홈에서 샌프란시스코에게, 원정에서 클리블랜드에게 각각 3연패를 당한데 이어 볼티모어와의 4연전까지 스윕 당하면서 11연패의 늪에 빠지게 된다. 이 11경기에서 72실점을 하는 동안 올린 득점은 단 29점이었다.

31승 32패로 지구 선두와 5.5경기차였던 레이스는 이 11연패로 선두와 13.5경기차까지 벌어지게 된다. 포스트시즌 진출 다툼에서 사실상 밀려나게 된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총평

최하위권의 적은 페이롤로 인해 레이스는 운용의 폭이 크지 못하다. 때문에 내년에도 대형 FA의 영입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연고지의 작은 시장규모, 접근이 쉽지 않은 구장 문제까지 고려하면 당분간 페이롤이 늘어날 확률도 높지 않다.

하지만 탬파베이의 장점인 강력한 선발투수진은 여전히 건재하다. 맷 무어는 트레이드 되었지만 내년에는 알렉스 콥이 개막전부터 출격 가능할 예정이다. 스넬과 앤드리스가 성장하고 스마일리가 반등한다면 선발진은 그 어느 팀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모든 선수들이 20대라는 점은 그들의 성장, 반등가능성을 더 높게 볼 수 있는 요소이다.

선발진보다 더 큰 장점은 똑똑한 프런트 오피스와 전력분석팀이다. 최근 레이스는 에릭 니앤더를 Senior Vice President 겸 단장으로, 체임 블룸을 Senior Vice President로 승진시켰다. 프리드먼이 팀을 떠난 후 니앤더와 블룸이 사실상 팀을 이끌어 왔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파격적인 인사이동이다. 33살 동갑내기인 둘은 각각 인턴으로 레이스에 입사해 10년 이상 팀에서 일해오며 팀 역사의 황금기를 함께 했다. 능력 있는 젊은 인력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탬파베이 프런트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적은 페이롤로도 수년간 강호로 군림해온 레이스의 최근 몇 년은 확실히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올해는 지구 최하위로 처지며 팬들의 한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하지만 업계에서 소문난 탬파베이의 프런트 오피스는 언제나 그랬듯이 답을 찾아낼 것이다. 머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그 답을 확인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일러스트 = 야구공작소 황규호)

3 Comments

  1. 콩거 기대했었는데.. 송구만 못하는줄 알았더니 타격도 못하더군요 -_-
    이정도로 망할 전력은 아니라 다음시즌 5할정도 기대해봅니다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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