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KIA 타이거즈 “자 이제 시작이야, 내 꿈은~!♬”

시즌 성적: 정규시즌 5위 (70승 73패 1무),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

 

[야구공작소 김태근] 리빌딩을 천명한 김기태 감독의 KIA 타이거즈는 오프시즌을 조용하게 보냈다. 주장 이범호와 4년 36억에 계약하며 내부단속을 한 것이 전부였다. 대신에 외국인 투수 영입에 힘썼다. 대상은 프리미어 12 결승전에서 미국전 선발투수로 나온 지크 스프루일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헥터 노에시였다(지크 70만달러 / 헥터 170만달러). 그리고 취약한 불펜을 보강하기 위해 시즌 직전인 3월 28일에 임창용을 영입했다.

한화나 롯데가 전력보강에 돈을 아끼지 않은 반면, 특별한 선수단 보강이 없었던 KIA는 하위권을 맴돌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4월까지는 그 예상이 들어맞았지만, 6월과 7월 두 차례의 고공비행을 통해 5강권에 진입한다.

%ec%82%ac%ec%a7%841<두번의 고공비행 (그래프=야구공작소 황규호)>

4월을 9승 13패(-4)로 출발했지만 5월부터는 61승 60패 1무(+1)를 기록해 최종순위 5위로 시즌을 마쳤다. 짧았지만 2011년(4위) 이후 5년 만에 가을야구를 맛보기도 했다.

 

해도 해도 너무한 불펜의 불장난

FA시장에서 대어급 구원투수들을 쳐다보지 않고 기존의 전력을 믿었던 KIA는 부상에 제대로 발등을 찍혔다. 곽정철의 혈행장애 부상으로 불펜 운용의 일년지계가 어그러졌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짊어진 다른 구원투수들도 도미노처럼 무너지기 시작했다. 작년 구원투수 승리기여도 전체 1위를 차지한 클로저 윤석민이 구원진에서 이탈하고 불혹의 최영필의 나이가 더 들었다는 것을 감안해도 실망스러운 변화다. 구원진으로 인해 가장 많은 피해를 본 양현종은 하마터면 두자릿수 승수를 쌓지 못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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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했던 임창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징계로 인해 후반기부터 출전했던 그는 34경기에서 6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 작년(55경기 5블론)보다는 재작년(49경기 9블론)에 가까웠으며 종종 ‘창용영화제’를 열었다. 비록 어수선한 겨울을 보내면서 컨디션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고는 하지만 KIA 팬들이 원하는 임창용과는 거리가 멀었다.

 

‘내꺼 중에 최고’ 열심히 일한 선발진

암울한 불펜 사정에도 불구하고 팀을 승리로 이끈 것은 특급 원투펀치가 버틴 선발진이었다. 윤석민이 어깨부상으로 이탈하과 임준혁이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간 끝에 SK에 트레이드되기도 했지만 헥터와 양현종은 로테이션을 거르지 않고 제 할 일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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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터와 양현종은 이닝∙QS∙평균자책점∙탈삼진 등 대부분의 투수지표에서 모두 최상위권에 위치했다. 특히 이들은 모두 200이닝을 돌파하면서 2001년 SK의 페르난도 에르난데스-이승호 이후 15년만에 200이닝을 돌파한 듀오가 되었다. QS도 양현종(22번)과 헥터(21번)가 리그 1,2위를 나눠 가졌고, 나란히 최다 완투(3회)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들은 제외하고는 2번의 완투를 기록한 투수도 없었다.

이러한 헥-양 듀오의 강력한 동력을 바탕으로 한 KIA는 두산 다음가는 선발진을 구성할 수 있었다. 양현종 혼자 버티던 지난해와는 천양지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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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KIA 타선을 무시하지 마라

올 시즌 KIA가 반등할 수 있었던 또 다른 이유로는 180도 달라진 타선이 꼽힌다. 사실 시즌 전만 해도 타선이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 팬은 없었다. 추가 전력 보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KIA는 타선의 힘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0위(648점)였던 팀 득점은 올 시즌 6위(803점)로 상승했다.

득점 순위가 상승한 이유는 홈런에 있다. 2015년 리그 7위의 팀 홈런 개수는 2016년 리그 3위로 수직 상승했다. 홈런의 증가에 비례해 장타율도 10위에서 3위로 일곱 계단이나 올라갔다.

지난해에는 20홈런 이상을 친 타자가 이범호와 브렛 필 2명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나지완(25홈런)과 김주찬(23홈런)이 추가되어 총 4명의 타자(이범호 33홈런, 필 20홈런)가 20홈런에 성공했다. 여기에 커리어 최다경기(135G)에 출장한 김주형도 19홈런으로 힘을 보탰다.

수비부담을 벗고 지명타자로 주로 출장한 나지완은 25홈런 90타점 OPS 1.02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으며, 김주찬은 건강한 시즌을 보내면서 개인 첫 20홈런-100타점에 성공했다. 4월 18일엔 구단 최초로 히트 포 더 사이클을 달성하기도 했다.

주축 타자들이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한 KIA 타선은 리그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보였고, 2009년 우승 이후 최고의 타선을 구성할 수 있었다.

 

빛을 찾아가는 신예들

리빌딩을 하는 팀이 가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리빌딩을 최대한 빠르게 끝마치는 것이다. 여기에 리빌딩 중에 눈에 띄는 실적까지 올려주면 금상첨화이다. 올해 김기태 감독의 KIA가 그랬다.

투수진에서는 홍건희와 한승혁이 돋보였다. 전반기의 홍건희(34경기 3.35)와 후반기의 한승혁(24경기 4.03)은 KIA팬들이 기대를 갖기에 충분했다. 홍건희는 올스타에 뽑히기도 했다.

넓은 수비범위로 중견수에 자리잡은 김호령은 점점 타격에도 눈을 떠가는 모습이다(OPS .558→.706). 유창식 트레이드 때 한화에서 넘어온 노수광은 다이나믹한 플레이로 팬들에게 ‘노토바이’라는 애칭을 얻었다(77경기 .309/.373/.406 12도루). 노수광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에서의 슈퍼캐치로 단숨에 주목을 받기도 했다.

Key Point : 타선의 마중물이 된 서동욱

%ec%82%ac%ec%a7%842‘김상사의 후예’ 돌아온 서중사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넥센에서 경쟁에 밀린 서동욱은 올해 4월 6일 무보상 트레이드로 자신의 커리어 첫 팀인 KIA 타이거즈로 복귀했다. 그리고 복귀 후 대타로 나선 첫 타석(4월 19일 삼성전)에서 쐐기 투런포를 터트린다. 나흘 뒤 롯데전에선 3안타 2홈런 5타점을 올리며 팀의 16:10 대승을 이끌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KIA의 타선은 막힌 혈이 뚫린 것처럼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특히 그의 장타력은 최근 꾸준히 장타 갈증을 느꼈던 KIA 타선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가 됐다(장타율 .496). 정근우∙박민우∙서건창∙박경수가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2루수’로 자리잡은 형국에서, 커리어 처음으로 풀타임 2루수를 맡은 서동욱이 이들과 견줄 만한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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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Most Valuable Player): 이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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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길만 걸읍시다 ‘꽃’주장님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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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만 35세의 이범호에게 4년 36억의 재계약을 안긴 KIA는 이범호에게 남다른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김기태 감독 아래에서 어린 선수들을 이끄는 주장 리더십 때문이다. 그리고 이범호는 올 시즌 팀에서 필요할 때 최고의 활약을 해 주며 ‘꽃주장’으로 만점 활약을 펼쳤다.

지난해 28홈런으로 커리어 최다 홈런을 기록했던 이범호는 올시즌 33홈런으로 또 다시 본인의 기록을 경신했다. 여기에 108타점을 더하여 커리어 첫 30홈런-100타점 시즌을 보낸다. 모두 팀 내 1위 기록. 정확성도 놓치지 않았다. 타율 .310로 12년만에 규정타석 3할을 이뤘다. 만 35세에 거둔 성적이기에 더욱 놀라웠다.

LVP(Least Valuable Player): 윤석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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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어린이가 아니에요. 책임지는 어른이라구요
(사진 제공=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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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가장 기대에 못 미쳤던 선수는 바로 윤석민이다. 메이저리그 도전이 실패로 끝나면서 4년 90억원의 계약으로 KIA에 복귀했던 그는, 지난해 마무리투수로 51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2.96, 30세이브로 활약했다. 그러나 12억 5천만원의 연봉을 받는 ‘호화마무리’ 논란에 시달린 그는 올 시즌 선발투수로서의 복귀를 다짐했다.

시작은 좋았다. 홈 개막전 선발투수로 나서 6이닝 1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렸고 시즌 3번째 등판인 LG전에선 9이닝 2실점으로 998일 만에 완투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경기 이후 어깨통증이 찾아와 1군을 떠나야 했고, 8월 30일이 되어서야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불펜으로 등판한 윤석민은 13경기에서 12이닝을 던지며 6홀드 1세이브로 무난한 활약을 보여줬다. 그러나 4년 90억의 계약을 맺은 선수에게 기대한 성적은 아니었다.

마무리

2년간의 리빌딩을 끝마쳤다고 해도 될 만한 시즌이었다. 특히 야수진에서는 신예들의 성장과 안치홍-김선빈의 복귀로 신구조화가 잘 된 탄탄한 스쿼드를 완성했다. 김선빈과 안치홍이 개막부터 출전하는 KIA 타이거즈는 2017년 KBO리그에 변화를 일으킬 만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

관건은 오프시즌이다. 타선에서 가장 뛰어난 득점생산력(wRC+ 158)을 보여준 나지완과 2007년 류현진 이후 토종투수로는 처음으로 200이닝을 달성한 에이스 양현종이 FA 자격을 얻는다. 이들이 KIA 전력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헥터 노에시와의 재계약을 포함한 외인투수 문제와 브렛 필과의 재계약도 고려해야 한다.

과연 KIA는 리빌딩을 성공적으로 마친 김기태 감독에게 전력보강이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까? KIA의 2017 시즌은 기대해 봐도 좋을 것이다.

*기록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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