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그 팬 감소, 함께 극복해야할 과제

자리가 많이 보이는 캠든 야즈 (사진=Wikimedia Commons CC BY 2.0)

 

[야구공작소 김준업] ‘팬을 잃어가는 메이저리그’, 언론이 대중에게 이 화두를 던지는 것도 어느덧 연례 행사가 되었다. 기사 댓글란과 커뮤니티에서는 팬들의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오히려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긍정적인 의견과 미식축구나 농구 팬 연령층을 봤을 때 메이저리그 팬의 고령화는 명백하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다.

메이저리그는 매년 많은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실질적인 구매력을 가지고 있는 중장년층이 야구를 꾸준히 소비하고 있다는 점은 야구위기론을 부정하는 이들에게 좋은 무기로 활용된다. 가족 단위의 응원 문화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아동팬들도 소비의 한 축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ESPN에 의하면 월드시리즈 시청자 수는 1978년 4430만 명에서 2014년에는 1220만 명으로 약 74.4% 감소했다. 46세였던 2004년 메이저리그의 평균 시청자 연령은 2014년  53세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동안 풋볼(NFL)은 43세에서 47세로 소폭 상승했고 농구(NBA)는 37세를 그대로 유지했다.

리틀 리그의 상황도 여의치 않다. 1990년대에는 리틀 리그 등록 선수가 300만 명에 달했지만 2010년대 초반에는 240만 명까지 줄어들었고, 이후 협회 차원에서의 집계는 중단되었다. 전문가들은 팬 감소 문제가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다음 세대에서 큰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팬 유입을 위한 구단의 노력

지난 3월 볼티모어 오리올스는 아동팬 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프로모션을 발표했다. 홈구장 캠든 야즈에서 치러지는 경기 입장권을 구매한 성인 한 명당 9세 이하 아동을 최대 두 명까지 무료로 입장시켜 주는 행사를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비록 상단 응원석 입장만 가능하고 4월 말까지만 시행되는 제한적인 이벤트였지만 팬들은 물론 업계 종사자들에게도 많은 지지를 받았다. 특히 홈경기 관중이 가득 차지 않는 스몰마켓팀의 경우 관중 수 제고는 물론 매점 이용 등의 부수익도 창출할 수 있어 충분히 시도해 볼 만한 정책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여기에 마케팅 전문가들은 직접적인 관중 동원 효과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어린이 팬에게 야구라는 컨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젊은 팬층이 줄어드는 현 상황에 맞는 좋은 시도라는 것이다

새로운 팬을 야구로 끌어들이기 위한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은 어린 시절부터 야구를 접할 기회를 꾸준히 제공하는 것이다. 어린 시절 즐기면서 체화된 문화 컨텐츠는 성인이 되어서도 즐길 확률이 높다. 처음 가 본 야구장, 선수들의 플레이, 열렬히 응원하는 관중들, 관중석에서 먹은 음식 등 어릴 때 접했던 문화는 우리의 마음 속에 남아 야구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만든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여기에 중점을 두고 어린이 팬들을 구장에 불러들이기 위한 직접적인 프로모션을 실시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어린이 회원 제도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구단들도 벤치마킹한 유서 깊은 프로모션이다. 회원이 되면 여러 이벤트에 우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고 특정 경기를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유료 회원이 되면 구단에서 운영하는 교실에서 야구를 배울 수 있고, 야구 용품을 제공받기도 한다. 경기가 있는 날 이른 시각에 입장하여 구장 탐방을 하면서 배팅 연습을 하고 도루 컨테스트를 치르며, 경기가 끝난 후에는 베이스를 밟으며 그라운드를 도는 행사도 개최된다.

 

아동팬 도루 컨테스트 이벤트 (사진=Flickr Keith Allison, CC BY SA 2.0)

 

야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가족들이 함께 경기장에 와서 느긋하게 즐기기에 적합한 스포츠라는 인식이 있어 가족 단위 행사도 많다. 가족이 함께 그라운드에 입장해 캐치볼을 할 수 있고 경기장 내 먹거리를 가족할인 적용을 받은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도 있다.

필라델피아 필리스의 파나틱,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리, 뉴욕 메츠의 미스터 멧 등 각 구단의 인기 마스코트도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구단들은 어린 팬들에게 추억을 안겨주기 위해 마스코트와 함께 그라운드에서 운동회 혹은 생일파티를 함께하는 이벤트를 제공한다. 비시즌에는 마스코트가 직접 투어를 다니면서 유소년 야구 클럽을 방문하여 팬서비스를 하기도 한다.

이처럼 구단들은 아동팬 및 가족팬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오래 전부터 시행된 프로모션들이기도 하지만 팬 감소가 우려되는 현 상황에 자연스럽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으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근원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리그 운영의 중추 역할을 하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제 역할을 해야한다. 사무국은 이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메이저리그 사무국의 정책

우선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팬 감소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2015년 롭 맨프레드가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로 부임한 이래 사무국은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중 가장 많이 힘을 쏟고 있으며 동시에 가장 많은 논란을 야기하는 것이 바로 경기 시간 단축 방안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젊은 층이 야구를 보지 않는 이유를 지나치게 긴 경기 시간으로 생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규칙을 만들었다. 2015시즌 구장에 초시계를 설치해 투구 간격 시간을 준수하게 만든 규칙은 실제로 경기 시간을 예년에 비해 평균 8분 이상 단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난해부터는 투구 없이 인정되는 고의사구가 시행되었고 올 시즌부터는 교체 목적을 제외한 마운드 방문 횟수가 6회로 제한되었다. 또한 공수교대시간이 제한되면서 타자가 타석에 들어서는 시간이나 투수 교대 시간도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투수의 연습투구횟수도 줄어들었다.

야구는 오랫동안 시간 제한 없이 치러져 온 스포츠다. 오랜 세월 사랑을 받아온 만큼 기존에 없던 낯선 규정을 신설하는 것에 대해 팬들의 반발이 상당하다. 그러나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무국은 위기감을 느끼고 제도를 바꾸고 있으며, 그 결과 실제로 평균 경기 시간은 단축되고 있다.

사무국이 단순히 시간 단축에만 전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많은 팬들이 지적하는 야구의 저변 확대를 위한 노력 또한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1999년 이래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메이저리그 선수협회 공동으로 운영되는 야구 미래 기금(Baseball Tomorrow Fund)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기금은 야구와 소프트볼에 대한 청소년 참여를 유도하는 데에 사용되는데, 주로 교육 프로그램, 코치 육성, 유니폼 및 장비 마련 경비 등에 지원되었다

이외에도 유소년 대회를 개최하고 유소년 아카데미와 공식 자선 단체를 운영하는 등 부각이 되지 않을 뿐 사무국의 야구 인프라 투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노력을 더 할 수 있을 것인가?

 

저변 확대를 위한 인프라 개선

여전히 야구는 백인들을 위한 고급 스포츠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 미국 내 백인 스포츠 유망주들은 부모와 단체의 지원 하에 스포츠 캠프와 여행을 다니거나 리그에 참여할 수 있고, 재능을 인정받으면 장학금을 받고 대학에도 진학할 수 있다. 그러나 백인이 아닌 경우 그런 혜택을 누릴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매우 많아서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사무국의 역할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애덤 존스는 매릴랜드 지역의 흑인 인권 신장을 위해 많은 노력과 기부를 하는 스포츠 스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5년 흑인 소요 사태로 인해 무관중 경기가 치러졌을 당시의 인터뷰에서 야구라는 스포츠는 세 시간 동안 경기장에 온 관중들의 화합을 이끌어내는 멋진 문화 컨텐츠라는 말을 남겼다. 야구장은 인종에 관계 없이 같은 장소에 모여 맥주를 마시고 핫도그를 먹으면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장이라는 것이다. 그는 1992년 LA 소요 사태를 어린 나이에 직접 겪었고 당시의 경험들은 흑인들을 위한 인프라 구축의 동력이 되고 있다고 고백했다. 성장기 때 겪는 문화적인 차별이 어떻게 다가오는지 알기 때문에 많은 저소득층, 특히 흑인 유소년들에게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의 흑인 선수 비중은 1986년 19%에서 2015년 8%까지 감소했다. 그 원인은 MVP 수상자 앤드류 맥커친의 인터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그는 기고문을 통해, 저소득 계층의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운명을 맡길 수밖에 없다며 본인은 운이 좋아서 1라운드에 지명받았을 뿐이라는 고백을 한 바 있다. 특히 시골의 논밭에서 열정적으로 야구를 하는 청소년들이 수천 명이나 있지만 그들이 스카우트의 눈에 띄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는 점을 이야기했다. 또한 구단에 입단한 후에도 몇 년의 수련 기간을 거쳐야한다는 점은, 흑인 운동 선수들이 야구가 아닌 풋볼 혹은 농구를 선택하게 만드는 이유라고도 덧붙였다.

 

앤드류 맥커친과 애덤 존스 (사진=Wikimedia Commons CC BY 2.0)

 

맥커친은 라틴 아메리카 소속의 다른 국가에서 온 유망주에 대한 부러움도 숨기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구단 스카우트가 직접 방문하여 육성 비용을 부담하고 선수에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계약금을 제시하는 것이 선수들에게는 매우 귀한 기회라는 것이었다. 실제로 최근 메이저리그의 흑인 선수 비중은 줄었지만 히스패닉 선수들의 비중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ESPN의 루커 기자가 실시한 투표에서 히스패닉은 백인과 흑인보다 더 많이 야구를 즐기는 인종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이번에는 도미니카 공화국 출신의 호세 바티스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는 라틴 아메리카 국가에 직접 파이프라인을 구축하여 야구 유망주에 투자하는 각 구단의 정책에 감사함을 표한 바 있다. 반면 구단들의 정책 외에 사무국 차원에서의 인프라 구축도 함께 제언하고 있다. 성장기에 기본 교육을 받지 못한 채 야구에만 전념한 선수가 훗날 미국에서 활동을 할 땐 위험요소가 많다는 논지였다. 이러한 리스크를 줄이려면, 언어장벽과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한 교육과 더불어 야구를 그만두었을 때 경제활동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학력이 필요하다. 국가 교육 체계 정비는 도미니카 공화국 정부의 역할이지만, 영어와 미국 문화 체득은 사무국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지 않겠냐는 뜻이었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구단이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는 권한과 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사무국은 여러 선수들의 경험담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 자국 내 비백인 저소득층이든 라틴 아메리카의 유소년 유망주든, 이들을 대상으로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인프라 구축 방안을 세울 수 있어야 한다. 사무국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경기 시간 단축만 이슈가 되는 현 상황은 결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위스콘신 대학 산하 야구 마케팅 연구소가 발표한 야구 인기 관련 분석에 따르면, 팬들은 야구 경기 시간이 긴 것보다는 경기 도중에 특별한 이벤트가 발생하지 않는 것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즉 경기 시간이 길더라도 경기 내용이 흥미진진하다면 팬은 관심을 가지고 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이다.

경기 중에 특별한 이벤트를 직접 만들어낼 수 있는 역할은 선수들에게 주어져 있다. 농구나 풋볼에 비해 점잖은 세레모니, 종종 이해가 되지 않는 특유의 불문율, 경기 내외적으로 보수적인 문화는 새로운 팬 유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무국은 세레모니와 배트 플립에 대해서 좀 더 관대해질 것을 꾸준히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실천하는 것은 선수들의 몫이다.

호세 바티스타는 가을야구에서 오랫동안 회자될 배트 플립을 선보였다. 브라이스 하퍼는 야구를 신세대 스포츠로 바꾸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좀 더 와일드한 경기를 보여주겠다고 인터뷰했다. 팬들이 보기에 불필요해 보이는 불문율을 타파하기 위해 선수들은 더욱 노력해야 한다.

 

2015 ALDS 5차전, 호세 바티스타의 배트플립 (사진=Flickr Johncarlo Madio, CC BY SA 2.0)

 

현장에서 경기를 만들어내는 코칭 스태프도 이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예를 들어 배트 플립이 투수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는 이유로 팀 차원에서 보복구를 던지는 것은, 선수 개개인의 부상 위험이 클 뿐더러 장기적으로 팬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한다. 홈런을 친 타자가 배트를 던지는 것은 기분이 나쁘고 투수가 삼진을 잡은 후 세레모니를 하는 건 크게 상관이 없다는 건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많다. 팀 전체가 서로에게, 그리고 팬에게 모순 없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각 구단들도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팬 유입을 위한 프로모션을 더 고민하고 적극적으로 시행해야 한다. 호평을 받은 볼티모어의 동반 아동 2인 무료입장 프로모션은 시즌 개막 2주 만에 4월 말에서 9월까지로 연장되었다. 스몰 마켓 팀을 응원하는 팬들은 그들의 응원팀도 볼티모어의 프로모션을 벤치마킹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팬 감소 문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함께 해결해야 할 과제다. 메이저리그 사무국, 구단, 선수 들은 메이저리그를 이끌어 온 구성원이다. 그러나 그들이 존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팬이다. 매일 보고 싶은, 보다 더 재미있는 야구를 팬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더 많은 노력들이 서로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낼 때, 앞으로도 팬들은 야구를 찾을 것이다.

늘 그래왔듯이 말이다.

 

출처: washingtonpost.com, forbes.com, espn.com

 

에디터=야구공작소 오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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