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시즌 리뷰] 한화 이글스 – 불꽃 투혼? 하얗게 타 버리고 황무지만 남았구나.

2016 시즌 성적: 7위(66승 3무 75패)

 

시즌 정리

[야구공작소 차승윤] 김성근 감독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2016시즌 한화의 성적을 기대하지 않는 야구 팬은 드물었다. 2015시즌 대체 외인으로 들어와 강렬한 임팩트를 남긴 에스밀 로저스와 역대 최고 금액으로 재계약했고, 지금까지의 외국인 타자들과 차원이 다른 진짜 현역 빅리거 윌린 로사리오를 영입했다. 여기에 FA 투수 최대어 정우람까지 영입하면서 승리를 쥐어짜는 것만큼은 인정받았던 김성근식 불펜 야구가 가동되기 좋은 환경이라는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현실은 비참함을 넘어 처참하고 참담했다. 개막 LG와의 시리즈에서 충격적인 역전 2연패를 당하며 시작한 한화의 봄에서 꽃은 찾아볼 수 없었다. 초반 15경기 동안 한화는 2승 13패를 기록했는데, 이는 류현진이 떠난 후 역대 최악의 팀으로 불리던 2013년 한화와 같은 승률이었다. 하지만 김태균을 제외하면 제대로 된 선수를 찾기 힘들었던 그때와 달리 2016년의 한화는 연봉 1위 팀이었고 유망주를 내보내면서까지 우승을 노리는 Win-now 팀이었다. 한화는 이겨야 했지만 이기지 못했으며 이는 감독의 조급함과 선수들의 자괴감, 팬들이 받는 조롱으로 이어지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최고 연봉 팀 엔트리의 면면은 화려했지만 속 빈 강정에 불과했다. 로저스는 부상으로 얼굴조차 볼 수 없었고, 로사리오는 4월 단 1홈런에 그치고 삼진 머신에 똑딱이 타자에 불과했다. 국가대표 테이블세터 정근우와 이용규는 부진과 부상으로 존재감을 찾기 힘들었고, 국내 최고 연봉으로 팀에 잔류했던 프랜차이즈 김태균은 4월 OPS 0.784에 그쳤다. 거물을 영입하겠다며 영입을 미루다 뒤늦게 데려온 알렉스 마에스트리는 한화가 그 동안 봐 오던 실패한 외국인 투수의 전형이었다. 박정진은 작년의 혹사 여파로 성적이 폭락했고 선발진이 붕괴된 가운데 권혁, 송창식, 정우람만이 외롭게 마운드를 지켰다. 믿었던 상수들이 무너지고, 기대한 변수들은 터지지 않았다.

그렇게 한화는 삼미 슈퍼스타즈의 기록에 도전하며 안정적인 10위를 기록하는 듯했다. 하지만 5월, 중심 타자들이 살아나고 로저스가 돌아오면서 한화는 탈꼴찌의 시동을 걸었다.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5연승과 6연승을 한 번씩 기록하며 9위와의 승차를 빠르게 좁혔고, 결국 7월 8일 삼성전에서 승리하며 탈꼴찌에 성공한다.

기쁨도 잠시, 한화에게는 지난(至難)한 버티기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상위 팀들의 독주 속에 5강 진출의 기준도 낮아지면서 나머지 일곱 팀끼리는 물고 물리는 싸움이 이어졌다. 한화 역시도 경쟁에 참여했고, 어느 날은 7위로, 어느 날은 9위로 떨어지며 매일 매일 바뀐 성적표를 받아들며 쉼없이 달려야 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쉼 없이 달려야 했던 선수들. 연패의 나날이던 시즌 초에도 계속 등판하던 정우람, 권혁, 송창식, 심수창, 장민재는 팀이 승리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더욱 자주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게다가 이 과정 중에 로저스는 결국 수술로 팀을 이탈했고, 마에스트리도 성적 부진으로 퇴출당하면서 선발진이 완전히 붕괴해 구원진의 부하는 나날이 심해졌다.

기다렸던 대체 외인들이 들어왔지만, 작년 로저스가 보여준 모습과는 거리가 있었다. 카스티요는 공은 빨랐지만 특급과는 거리가 멀었고, 큰 기대를 갖고 영입한 서캠프는 좌완 마에스트리에 불과했다. 결국 한화는 이렇다 할 상승요인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7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좋았던 선수

한화를 강팀으로 꼽게 만들었던 요인인 거물급 선수들은 대부분 그 이름값을 다했다. 이용규는 타율 0.352로 리그 3위, 정근우는 18홈런을 기록하며 홈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로사리오는 4월에 처참했던 부진(OPS 0.755 1홈런 5타점)을 딛고 시즌 OPS 0.961에 33홈런, 120타점을 기록했다.

%ed%95%9c%ed%99%944 이용규를 비롯한 고액 선수들의 성적은 그 명성에 부족함이 없었다. 문제는 언제나 그 외였다.(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투수진에서도 정우람이 돈값은 못할지언정 이름값을 다했다(WAR 3.26. 구원투수 WAR 1위). 권혁은 당연한 것처럼 언제나 나왔음에도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고 송창식도 처절했던 4월 14일 두산전(4.1이닝 90구 12실점 10자책)에도 불구하고 4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치며 고군분투했다. 신예 장민재도 전천후로 던지며 6승 6패, ERA 4.68 WAR 2.41을 기록하며 선배들과 함께 마운드를 이끌었다.

 

MVP : 김태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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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율 2위, 출루율 1위에 KBO 최초의 300출루와 이글스 역대 타점 1위(136타점)까지. 나락의 4월에서 돌아오기 위해 김태균은 뜨겁게 방망이를 돌렸다.(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일본에서 돌아온 이래 김태균의 성적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었다. 2009년 WBC 때 남긴 국가대표 4번타자의 이미지는 김태균에게 이대호와 같은 스타일을 강요했다. 하지만 김태균의 스타일은 일본에서 돌아온 후 OPS형 타자로 더욱 분명해졌다. 2012년 김태균의 wRC+는 195.6으로 역대 13위의 기록이었다. 복귀 후 30홈런은 더 이상 기록하지 못했지만 3년 연속으로 출루율 타이틀을 거머쥐면서 스스로의 스타일을 분명하게 정립했음을 보여 주었다. 2015년에도 출루율 2위로 밀리기는 했지만 7년 만에 20홈런을 기록하며 꾸준함을 과시했고, 시즌 후에는 4년 84억에 한화에 잔류했다.

하지만 2016 시즌의 시작은 순탄치 않았다. 4월 OPS는 겨우 0.784로, 장기인 출루율도 0.396로 김태균답지 않았을 뿐더러 장타율이 0.388에 홈런도 1개에 불과했다. 수비에서도 불안을 노출했고 특히 5월 7일 kt전에서 나온 홈으로의 패대기 송구는 팬들의 뇌리에 깊게 새겨지며 김태균을 순식간에 먹튀 선수로 전락시켰다.

그렇지만 김태균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선수라는 사실은 선수 본인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 형태로. 반전은 5월 25일 넥센전에서 일어났다. 이날 2타수 1안타 1홈런 2볼넷 5타점을 기록한 김태균은 타석에서 계속 밝은 모습으로 스윙을 반복했다. 후일 인터뷰를 통해 이날 자신의 스윙 폼을 되찾았다고 말한 그는 이후 원래의 성적표를 되찾기 위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비록 이날 경기는 넥센의 역전승으로 끝이 났지만, 김태균의 질주와 함께 한화 역시 연승을 달리며 꼴찌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성적은 매달 모든 부문에서 상승했다. 4, 5월을 제외하면 모두 OPS 1.0을 넘겼고, 4월 1개뿐이던 월 홈런은 달마다 증가해 기어이 23홈런으로 시즌을 마쳤다. 출루율 0.476로 커리어 하이를 달성하며 타이틀을 되찾은 것은 물론, 310출루-301루타를 기록하며 KBO 역사의 한 획을 그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실망스러운 선수

사실 2016시즌 한화에 못한 선수는 많아도 실망스러운 선수는 그리 많지 않았다. 명성 있는 선수들은 대부분 이름값을 했고, 반대로 큰 기대를 받지 못한 선수들은 딱 그만큼의 성적을 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명의 예외도 있었다. 2015 시즌을 마무리하고 FA로 팀에 잔류했던 조인성은 노쇠화를 온몸으로 증명했고, 대체 외인으로 큰 기대를 받으며 온 서캠프는 공인구에 적응하지 못하며 실투 머신으로 전락했다.

물론 조인성이 큰 기대를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응답하라 1994]에 칠봉이 친구로 등장하던 선수가 2016년까지 전성기 기량을 유지할 리 만무했다. 하지만 이를 고려해도 조인성의 성적 하락은 심각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요 이상으로 기용되면서 팀 득점력에 끼치는 악영향을 극대화시켰다.

떨어진 파워에도 불구하고 여전했던 적극적인 타격 성향이 가장 큰 문제였다. 초구 스윙 비율이 45.9%였고 타석당 평균 투구수는 3.14로 타석마다 3구 안에 죽는 진기한 풍경을 보였다. 전성기 때와 같은 적극적인 타격은 감소한 파워와 스윙 스피드 때문에 정타로 이어지지 못했다. 그 결과가 타율 0.168, 장타율 0.248이었고, BB%는 1.4%에 그치면서 음수 조정 득점 생산력을 기록했다. (wRC+ -12.4)

마운드에서는 로저스의 대체 외인으로 온 서캠프가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감했다. 좋은 제구력과 특이한 투구폼으로 제 2의 벤자민 주키치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제구도 구위도 수준 이하였다.

ERA 6.31에 피안타율 0.320의 시즌 기록은 선발 등판 기록만 추려내면 더욱 심각했다. 선발 등판 시 서캠프의 ERA는 8.65, WAR은 -0.58로 단 하나의 선발승도 챙기지 못했다. 구위 역시 인상적이지 못했는데 특히 직구 구종 가치 -6.0을 기록하며 이대호의 메이저리그 1호 홈런 허용 투수라는 명성을 증명했다. 같은 시기 LG가 대체 외인으로 영입한 허프는 결정적인 활약을 하며 팀을 4위로 이끈 것을 떠올리면, 서캠프의 영입은 한화의 결정적인 악수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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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수한 마이너 성적과 달리 서캠프의 공은 오렌지색 모자를 쓰던 그 시절 외인들을 떠올리게 했다.(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Key point  – 딱 한 명만 변하면 되는데…

시즌 종료 후 온갖 논란 속에서도 한화는 결국 11월 3일 김성근 감독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박종훈 전 LG 감독의 단장 부임이라는 변화는 있겠지만, 이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아직은 알 수 없다.

결국 2017년 한화의 성적은 김성근 감독에게 달려 있다. 한화에서의 김성근 감독의 언행은 과거보다 더욱 조급했고, 독선적이었다. 어떤 요소가 그를 그렇게 만들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확실한 것은 그가 스스로와 팀에게 밟고 있는 엑셀을 누그러뜨려야 팀도 자신도 산다는 사실이다.

구단 차원에서도 팀 방향성을 재고해야 할 것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체제를 선택하고 수많은 FA영입으로 Win-now 정책을 실시했다. 그러나 2016년의 성적표는 한화 이글스가 Win-now를 감당할 만한 체질이 아니었음을 명백하게 증명했다. 돌이킬 수 없는 길 위의 한화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이제 두 가지뿐이다. 수백억을 추가로 지출하면서 Win-now를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남은 자원을 관리하면서 후유증을 최소화할 것인가.

권혁과 송창식 등 이탈 전력이 있지만 한화는 아직도 리그 상위권의 타선과 준수한 불펜진을 보유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약점은 선발진뿐이다. 감독의 무리한 기용과 이해하기 어려운 육성만 아니라면 한화는 더 이상의 영입 없이도 충분히 내년을 꿈꿀 수 있다. 요컨대, 단 한 사람만 변해준다면 말이다. 많이도 필요 없이, 남들만큼만 참을성을 보여준다면, 조급함을 버려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한화는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 어려운 이 과제를 한화 이글스는, 그리고 김성근 감독은 풀어낼 수 있을까?

 

기록 출처: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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