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한화 이글스 제라드 호잉

(일러스트=야구공작소 최원영)

 

 

제라드 호잉

 

외야수, 우투좌타, 191cm, 93kg, 1989년 5월 18일생

 

[야구공작소 차승윤] 윌린 로사리오의 한신 타이거즈행 소식이 전해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12월 19일, 한화 이글스가 외야수 제라드 호잉과의 계약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총액 70만 달러. 한화 구단이 로사리오의 후임으로 호타준족의 외야수를 영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부터 팬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거론되어왔던 대표적인 영입 후보였다.

1989년생인 호잉은 먼저 합류한 두 명의 신입 외국인 투수들과 마찬가지로 젊고 건강하며 저렴한 선수다. 덕분에 한화는 올 시즌의 외국인 선수 영입을 총 197만 5천 달러의 지출로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알렉시 오간도에게만 18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30대의 베테랑 선발투수들로 승부를 걸었던 지난 시즌의 행보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대목이다.

 

 

배경

 

호잉은 대학 시절부터 낮은 타율과 많은 삼진이라는 약점이 두드러지는 선수였다. 동시에 상당한 장타력과 스피드를 지닌 선수이기도 했다. 호잉은 후자의 강점들에 힘입어 2010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텍사스 레인저스에 지명받으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할 수 있었다. 다만 지명 라운드는 10라운드에 그쳤다. 상하체가 따로 움직이는 타격 메커니즘으로 인해 상위 레벨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스카우트들의 평가 때문이었다. 여기에 기존의 포지션이었던 유격수 자리에서의 송구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결국 프로 무대에서는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되었다.

호잉의 마이너리그 시절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루키리그에서 활약한 2010시즌에는 62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5 10홈런 20도루를 기록하면서 노스웨스트 리그 MVP와 올스타에 선정되기도 했지만, 로우 싱글 A를 건너뛰고 맞이한 하이 싱글 A에서부터는 긴 시즌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부진을 거듭하기 시작했다. 매 시즌 안타와 거의 동일한 수의 삼진을 당했고, 장기인 장타력 역시 좀처럼 발휘하지 못했다(2011시즌 5홈런, 2012시즌 8홈런, 2013시즌 13홈런).

반전의 실마리가 드러난 것은 트리플 A 2년차에 접어든 2014시즌부터였다. 호잉은 135경기에서 장타율 0.517, OPS 0.842, 26홈런 20도루의 빼어난 성적을 남겼다. 그가 활약한 퍼시픽 코스트 리그의 타고투저 성향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준수한 성적이었다. 2015시즌에는 타율이 0.214까지 떨어졌지만 2시즌 연속으로 20-20을 달성했고, 2016시즌에도 100경기에 나서 16홈런 18도루를 기록하면서 드래프트 때부터 호평받은 파워와 스피드를 증명해냈다.

특히 2016시즌에는 극악의 선구안이 어느 정도 개선되면서 처음으로 빅리그 무대를 경험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2014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두 시즌 동안 각각 40볼넷/140삼진, 29볼넷/110삼진의 처참한 선구안을 선보였던 호잉은 2016시즌 37볼넷/78삼진으로 뚜렷한 발전을 이뤄냈다.

 

하지만 호잉이 빅리그에서 보여준 모습은 텍사스 구단의 기대와는 거리가 멀었다. 최대 강점인 장타력을 전혀 살리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장타력을 상실한 호잉이 차지할 수 있었던 보직은 대주자와 대수비뿐이었다. 2016시즌부터 2017시즌까지 2시즌 동안 도합 118경기에 출전한 호잉은 0.220의 타율로 단 1개의 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고, 결국 추신수를 비롯한 텍사스 외야진의 부상 여부에 따라 빅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가는 대체 자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016년 7월 8일 미네소타전에서 마운드에 올라 9:0으로 기울어진 경기의 마지막 이닝을 책임졌던 정도가 유일하게 특기할 만한 이력이었다. 그 정도로 호잉이 빅리그에서 보여준 존재감은 미미했다.

2017시즌 종료 후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면서 FA 신분을 획득한 호잉은 얼마 뒤 LA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아시아 진출을 놓고 고민하던 호잉은 결국 한화 이글스의 손을 잡고 한국행을 결심하게 된다.

 

 

 

스카우팅 리포트

 

호잉은 장단점이 명확한 선수다. 우선, 대학 시절부터 인정받은 주루 능력과 장타력은 KBO 리그에서도 어느 정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마이너리그 통산 도루 성공률 자체는 71%로 그리 높지 않지만, 표본을 트리플 A와 빅리그로 좁히면 성공률은 76.6%(82도루 25실패)로 준수해진다. 20도루를 기록한 2014시즌 이후로 꾸준히 도루 실적을 쌓아왔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마이너리그에서의 도루 숫자가 KBO 리그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김태균을 필두로 느린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는 한화의 클린업 사정을 감안하면 호잉의 주루 능력이 큰 보탬이 되어줄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장타력 역시 근래의 외국인 외야수들 중에서는 빼어난 편에 속한다. 마이너리그 통산 홈런이 111개에 이르고, 트리플 A에서 활약한 5시즌 동안 무려 83개의 홈런을 기록했다. 이는 호잉이 지니고 있는 극단적인 뜬공 위주의 타격 성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호잉은 통산 GB/FB가 1에 미치지 않을 정도로 높은 뜬공 비율을 자랑하는 타자다. 뜬공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시즌만 세 시즌을 보냈고, 트리플 A 승격 이후로는 뜬공 비율이 가장 낮았던 시즌조차 수치가 44.6%에 달했다.

외야 전 포지션을 준수하게 소화할 수 있는 강견 외야수라는 점도 외야난에 허덕이던 한화에게는 큰 힘으로 다가올 것이다. 호잉은 마이너리그에서 활약한 8시즌 동안 외야의 모든 수비 포지션을 두루 경험했다(중견수 3645.1이닝, 좌익수 1762이닝, 우익수 1389.2이닝). 한화에서 맡게 될 가능성이 높은 우익수 자리에서의 수비율 역시 준수한 편이었다(0.994). 포지션 중복으로 골치를 썩였던 전임자 로사리오에 비하면 로스터 운용 면에서는 훨씬 도움이 되어줄 공산이 크다.

 

반면, 부족한 컨택 능력은 분명하면서도 치명적인 단점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0.260, 트리플 A 통산 0.254의 타율은 근래 KBO 리그를 찾은 선수들 중 가장 떨어지는 축에 속한다. 대학 시절과 마이너리그 시절을 통틀어도 호잉의 타율이 3할을 넘어섰던 적은 루키리그 시절 한 번뿐이었다. 선구안 또한 심각한 편이다. 호잉은 프로 무대에서 단 한 시즌도 0.5 이상의 BB/K를 기록해본 적이 없다.

더 큰 문제는 호잉이 한국 무대에서 선보일 모습이 단순히 ‘컨택 능력이 좋지 않은 장타자’에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2013시즌부터 2016시즌까지의 호잉은 극단적인 뜬공 타자인 동시에 뜬공당 홈런 비율이 11%를 웃도는 확실한 장타력을 갖춘 타자였다. 그런데 빅리그 콜업을 경험한 2016시즌부터 그 장타력에 뚜렷한 이상징후가 관찰되고 있다. 커리어 하이인 2014시즌 당시 15.3%에 이르렀던 호잉의 뜬공당 홈런 비율은 2016시즌 11.1%로 떨어지더니, 2017시즌에는 8%까지 추락하고 말았다. 0.200을 넘나들던 순장타율 역시 0.158까지 줄어들었다. 최근 두 시즌의 모습만 놓고 보면 호잉은 자신의 최대 강점이었던 장타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린 것처럼 보인다.

 

박종훈 단장을 비롯한 한화 관계자들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생산해내는 중장거리 타자라며 호잉을 소개했다. 하지만 이는 호잉의 본래 타격 성향과는 상당히 괴리가 있는 설명이다. 2017시즌 트리플 A에서의 라인드라이브 타구 비율이 18.9%까지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원래의 최대 강점인 장타력이 급작스런 하락세를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불안요소로 해석하는 편이 옳다. 호잉은 어디까지나 중장거리 타자보다는 높은 순장타율로 승부하는 장타자에 가깝다. 만약 KBO 리그에 선을 보인 호잉이 2014년의 홈런 타자가 아닌 2017년의 그 타자라면,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외야수에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좌투수 상대 시의 부진한 성적도 적잖이 우려를 남긴다. 호잉은 루키 시즌과 2014시즌을 제외한 커리어의 모든 시즌에서 좌투수를 상대로 확연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약점은 최근 두 시즌 동안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오히려 2016시즌에는 좌투수 상대로 0.608, 우투수 상대로 0.894의 OPS를 기록하면서 커리어에서 가장 큰 좌우 편차를 노출하기까지 했다.

 

 

미래

 

호잉이 전임 외국인 타자 로사리오의 빈자리를 완벽하게 메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로사리오는 KBO 리그를 찾아온 것 자체가 의아한 수준의 선수였고, 특히 2017시즌에는 그 이름값에 걸맞은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호잉은 로사리오가 지니지 못했던 장점을 갖추고 있다. 바로 한화의 취약 포지션인 우익수와 외야 전반을 준수하게 소화해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한화의 야수들은 우익수 자리에서 0.21의 WAR을 합작하는 데 그쳤다. ‘나이트 사건’으로 2군에 다녀온 양성우가 타격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주전을 꿰차기는 했지만, 0.277의 타율과 0.372의 장타율 모두 주전 코너 외야수로는 한참 모자란 성적이었다. 다른 외야수들도 형편이 좋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준수한 타격 능력을 갖춘 최진행과 이성열은 수비 불안과 부상으로 좌익수와 지명타자 자리를 전전했고, 이용규마저 부상으로 결장하면서 초보 외야수 김원석과 이동훈이 지나칠 정도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었다.

이처럼 한화는 호잉이 건강하게 어느 정도의 성적만 올려주더라도 충분히 영입 효과를 볼 수 있는 형편의 팀이다. ‘FA 재수’를 택하며 잔류한 이용규 역시 그간의 부상 이력으로 풀타임 출전을 장담하기 어려운 만큼, 중견수와 우익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호잉의 존재가 한층 든든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물론 타격에 대한 기대치도 있다. 구단에서 기대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준의 비교대상은 바로 덕 클락이다. 2008시즌 0.246의 타율에도 불구하고 22홈런 25도루 wRC+ 115.8을 기록하며 ‘다이너마이트 타선’의 일원으로 활약했던 클락의 한국 무대 성적은 호잉의 마이너리그 성적과도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구단이 원하는 최선의 결과는 역시 한화를 상징하는 외국인 타자 제이 데이비스일 것이다. 물론 호잉이 제2의 데이비스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컨택 능력 부족이라는 단점을 극복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어디까지나 리그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고, 기존의 단점까지 개선해내야만 실현될 수 있는 시나리오인 셈이다.

다른 모든 외국인 선수와 마찬가지로 호잉의 성공 여부도 시즌 초반 얼마나 빠르게 한국 무대에 적응하는지에 달려 있다.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타격 스타일을 고려해보면 여타 외국인 타자들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때문에 리빌딩 시즌을 천명한 한화 구단이 잠시의 부진에 인내심을 발휘해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호잉의 입장에서는 호재다. 과연 호잉은 전임 로사리오의 존재감을 지우고 성공한 외인 타자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까?

 

 

출처: MiLB.com,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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