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 최고의 ‘갑툭튀’, ‘기량 발전상’ 후보는? – 투수 편

[야구공작소 차승윤] 뜨거웠던 KBO 리그의 2016 시즌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144경기로 진행된 두 번째 시즌이기에 어느 팀이든 투수는 부족했고, 부족한 투수진을 새로운 얼굴로 잘 채운 팀이 높은 자리에 올랐다. 시즌이 마무리되는 이때, 어떤 새로운 얼굴들이 ‘갑자기 툭 튀어나왔는지’ 살펴 보자.

올해 KBO 리그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 투수들, 그리고 지난해보다 크게 성적이 뛰어오른 투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보았다. (순서는 순위와 관계 없음)

※ 모든 선수 성적은 2016년 10월 1일(토) 기준임.

 

1475827367586

 

  1. 신재영(넥센)

%ed%91%9c1

자타공인 신인왕 0순위. 기량이 발전한 선수를 이야기하자면 신재영을 가장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풀타임 선발을 소화하며 160이닝 14승 7패 ERA 3.93으로 개막 전 걱정뿐이었던 영웅의 마운드를 이끌었다. 당연히 팀 내 WAR 1위(4.80, 2위 서건창 4.26, 투수 2위 김세현 2.79), 이닝 1위(2위 박주현 118이닝), 탈삼진 1위(2위 피어밴드 82개). 하지만 그의 첫 등판 때만 해도 이 정도까지 해줄 거라 기대한 팬은 많지 않았다. 작년 경찰청에서 10승 4패를 기록하고 전역했지만 당시 ERA는 5.74. 아무리 타자 친화구장인 벽제구장을 홈으로 썼다고 하더라도 퓨처스에서 5점대를 기록한 8라운드 대졸 투수가 팀의 에이스로 변신할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시즌 내내 질주했다. 4월 ERA 2.23에 4승 1패를 시작으로, 시즌 중반까지 다승왕 경쟁을 하며 마지막까지 3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다. 주목받지 못했던 그를 당당한 에이스로 만들었던 것은 바로 제구력. 탈삼진은 95개로 선발투수 치고는 결코 많다고 할 수 없지만 21개의 볼넷은 풀타임 선발 투수 중 독보적 1위다.(2위 해커 31개) 제구가 쉽지 않은 사이드암 투수라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할 만하다. K/BB 역시 4.52로 압도적 1위(2위 피어밴드 2.94).

시즌 전 모두가 예상하는 꼴찌 후보 넥센을 당당히 3위에 안착시킨 것이 신재영만의 공은 아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처음으로 에이스 없이 시즌을 시작해야했던 넥센이었기에, 또 장원삼-이현승-고원준의 이적 이후 토종 에이스 없이 팀을 꾸려왔던 넥센이었기에 올해 신재영의 등장은 천군만마와 같은 가치가 있었다.

 

  1. 김세현(넥센)

%ed%91%9c2

앞에서 신재영이 있었다면, 뒤를 지켜준 김세현과 김상수의 이야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올해 넥센 투수진의 약점으로 지목된 것은 에이스 밴헤켄의 부재와 필승조 한현희-조상우-손승락의 공백이었다. 이 중 필승조가 모조리 빠져나간 불펜진에 대해 염경엽 감독이 꺼내든 카드는 155km/h를 넘나드는 광속구 투수 김세현이었다. 언뜻 보기에 강속구 마무리 투수는 굉장히 합리적 선택 같았지만, 정작 팬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그 빠른 공을 가지고도 정작 중요한 순간 스트라이크를 던지지 못해온 투수가 바로 김영민, 즉 개명하기 전의 김세현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6년의 김세현은 60억짜리 FA 손승락의 빈자리를 완벽히 채웠다. 2점대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최다 세이브를 기록하며 팬들이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해냈다. 블론 세이브 8개를 기록했음에도 패전을 기록하지 않으며 꿋꿋이 버텨낸 그를, 팬들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는다.

 

  1. 김상수(넥센)

%ed%91%9c3

김상수는 넥센에서 세 번째로 기량을 키워 등장한 주전급 투수다. 사실 김상수의 활약은 어느 정도 예견되어 있었다. 상무에서 복무하는 동안 퓨처스 리그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2014시즌 10승 3패 ERA 4.04, 2015시즌 14승 3패 ERA 3.02라는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전역했기 때문이다.

비록 1군에 복귀한 후 보직은 선발이 아니었지만, 넥센 불펜 운용의 키 역할을 묵묵히 수행했다. 언뜻 보기에 4.75의 평균자책점은 그리 매력적이라 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ERA+ 110.9로 타고투저 환경 속에서 커리어 처음으로 리그 평균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BB/9, HR/9, K/BB, 피OPS에서도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풀타임 셋업맨으로 20홀드를 달성하기도 했다.

분명 그의 성적은 지난 2년간 화려한 성적을 거둔 조상우/한현희 듀오에 비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올해 66경기에 출장해 72이닝을 던져 불펜에서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한현희와 조상우, 여기에 김택형까지 빠진 넥센에서 이탈 없이 꾸준히 마당쇠 역할을 해준 그의 능력은,  넥센이 새로운 승리 공식을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1. 주권(kt)

%ed%91%9c4

비록 팀은 일찌감치 최하위를 확정 지었지만, 올 시즌 kt의 최대 수확은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뽑았던 에이스의 각성이 아닐까.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고교 최대어였던 주권은 정작 데뷔 첫해에는 그리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가장 호투를 한 경기조차 4이닝 정도를 소화했을 뿐이었으며, 구위나 제구에서도 눈에 띄는 모습 없이 15시즌을 마감했다.

올해 역시 4월을 ERA 6.06으로 시작하며 작년과 비슷한 듯했다. 하지만 5월 27일 넥센전, 주권은 무사사구 완봉승을 거두면서 왜 자신이 특별지명을 받았는지를 증명하기 시작했다. 이날부터 3 경기 연속 6이닝 이상을 소화했으며, 이후에도 기복은 있었으나 추락하는 kt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면서 팀내 WAR 1위를 기록했다. 작년에 비해 9이닝당 피홈런의 개수가 2.22에서 1.00개로 절반 이하로 감소했으며 1.106에 달하던 피 OPS도 0.831로 대폭 감소시켰다.

물론 아직 주권이 갈 길은 멀다. ERA는 5점대이며 126.1이닝이라는 이닝도 신인이라는 꼬리표를 뗀다면 높게 평가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 그렇지만 외국인 투수 대부분이 실패했고, 야심차게 지명한 신인들은 주춤한 가운데 거둔 주권의 성공은 주목할 만하다. 선발진의 기반이 되어 줄 토종 에이스와 함께, 내년 kt는 과연 탈꼴찌에 성공할 수 있을까.

 

    5. 홍건희(KIA)

%ed%91%9c5

시즌 전 KIA 팬들을 설레게 했던 것은 다름 아닌 선발진이었다. 양현종-헥터-윤석민-지크-임준혁으로 갖춰진 선발진은 누가 뭐래도 리그 1위였고, 상대적으로 허약한 불펜을 메워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윤석민이 부상으로 빠지고 임준혁 역시 부상과 부진으로 결국 트레이드되면서 믿었던 선발진은 일찌감치 붕괴됐다. 그리고 제구가 되지 않는 어린 투수들과 제구만 되는 고령의 투수들로 버티던 KIA 마운드에 희망이 나타났으니, 바로 홍건희다.

작년 이미 평균 140km/h 후반대 구속을 보여주며 관심을 받은 홍건희였지만 6.04의 ERA와 –0.12의 WAR은 결코 성공한 성적이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16시즌,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속에서도 홍건희는 팬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호투를 보여주었다. 삼진은 79개로 전년도(86개)보다 감소했지만 BB/9 역시 4.18로 작년(6.26)보다 줄이는데 성공했다. 1.40의 WAR은 헥터-양현종-최영필에 이어 팀 내 4위의 기록이다.

다만 아쉬운 건 지나친 보직 변경이다. 선발 등판 후 구원 등판, 구원 등판 후 선발 등판을 7, 8월에 보여주면서 자책점이 치솟았다. 이는 홍건희의 전반기와 후반기 성적 차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전반기 ERA 3.35로 빼어났지만, 후반기에는 ERA 7.79로 크게 무너지면서 아쉬운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 수밖에 없었다. 내년에 그에게 고정된 보직만 주어진다면, KIA의 우완 군필 파이어볼러의 미래는 더욱 밝을 것이다.

 

      6. 장민재(한화)

%ed%91%9c6

시즌 내내 한화의 마운드를 묵묵히 지킨 투수다. 2012년 8월 입대해 지난해 1군에 복귀했지만, 네 경기에서 ERA 18.00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패전조 역할조차 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쳐야 했다.

그런데 올해,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해 말 오키나와에서 류현진으로부터 직접 커브를 전수받은 것이 계기였다.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다양한 종 변화구와 본래 무기였던 제구력을 바탕으로 장민재는 송창식/권혁과 함께 한화 불펜에서 가장 힘든 마당쇠 역할을 수행했다. 46경기, 112이닝동안 선발로도 12번 등판하면서 6승 6패 1홀드 ERA 4.58을 기록했다. 선발 로테이션에 있었던 2011년보다 K/9은 증가했고 피 OPS도 0.782로 16이닝밖에 던지지 않은 2010년 이후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다.

다만 5이닝을 꾸준히 던질 선발이 부족해 시즌 내내 한화가 헤맨 것을 생각하면 장민재의 잦은 보직 변경과 그에 따른 혹사는 매우 아쉽다. 올해도 팔꿈치 통증으로 1군에서 한번 이탈했던 만큼, 내년에도 장민재의 호투가 이어지기 위해서는 고정된 보직과 체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다.

 

 7. 임정우(LG)

%ed%91%9c7

보상 선수로 영입된 이래 임정우는 꾸준히 팬들의 기대를 받아 왔다. 140km/h 후반대의 구속과 특유의 강력한 커브는 선발로도, 불펜으로도 매력적인 재능이었다. 꾸준히 가능성을 보였음에도 몇 년간 자신의 보직을 찾지 못했던 임정우는 올해 드디어 마무리라는 보직을 부여받았다. 봉중근과 이동현의 부진이라는 ‘운때’가 따르기도 했지만, 그 운을 놓치지 않은 것은 스스로의 실력이었다.

ERA 3.97, 5번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마무리에게 결점이 없진 않지만, 그는 한 해 동안 분전했다. 커리어 처음으로 9이닝당 탈삼진이 10개를 넘어섰고(10.59) ERA+도 128.3으로 커리어 하이를 기록했다.

눈에 보이는 성적 외에도 임정우는 많은 팬들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는 독특한 투수다. 대부분 투피치인 일반 불펜 투수들과 달리, 임정우는 속구 외에도 슬라이더, 커브, 스플리터를 수준급으로 구사할 줄 안다. 특히 0.109의 피안타율과 0.305의 피OPS를 기록한 커브는 김진우 이후 최고의 커브볼러라는 호칭을 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구위를 자랑한다.

빼어난 성적과 가능성 모두 보여준 임정우에게 유일한 불안 요소는 터프 세이브 상황에서 세이브 성공률이 60%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 뿐. 과연 내년에 임정우는 또 다시 가능성을 펼치면서 커리어 하이를 경신할 수 있을까?

 

     8. 김지용(LG)

%ed%91%9c8

LG 마운드에서 가장 위력적인 속구를 가진 투수다. 김지용이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142km/h 정도지만, 구종 가치로 따지면 니퍼트, 이보근과 동일한 10.9로 공동 8위를 기록하고 있다. 팀 내에서는 단연 1위. 작년 처음으로 이름 석 자를 알리며 등장한 김지용은 올해 한층 더 진화했다. K/9은 유지한 채 BB/9을 종전 3.31에서 2.52로 줄였고, 터프 세이브 상황을 모두 지켜내면서 시즌 내내 단 한번의 블론 세이브만 기록했다.

김지용이 드래프트 9라운드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올해 보여준 김지용의 모습은 기적에 가깝다. 2010년 5경기에 등판한 후 1군에 올라오지 못했던 그가 작년 25경기에 등판하고, 올해 가능성을 만개한 것이다.

2년만에 열리는 가을야구에서 LG의 마운드 공식은 대거 변모했다. 과거 이동현-봉중근을 주축으로 돌아가던 불펜진은 이제 김지용-임정우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비난과 논란에 시달리기도 했지만, LG의 리빌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아차상 – 박세웅(롯데)

%ed%91%9c9

인지도로 보면 박세웅은 당연히 들어가야 할 것처럼 보인다. 롯데의 토종 에이스이자 토종 탈삼진 1위를 노린 적도 있었던 그였지만, 화려한 시즌 초반에 비해 박세웅의 최종 성적은 조금 아쉽다. 131개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볼넷 역시 61개나 기록했고, 결국 ERA와 피OPS가 작년과 유사하게 회귀하고 말았다. 선발투수인 그의 WAR이 앞서 서술한 기량 발전한 불펜 투수들보다 낮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어리고, 많은 미래가 남아있기에, 내년에도 박세웅의 성장은 여전히 기대할 만하다.

 

기록 출처 – STATIZ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