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공작소 17시즌 리뷰] 시카고 화이트삭스 – 리툴링의 다음은 리빌딩

(일러스트=야구공작소 황규호)

 

팬그래프 예상 성적: AL 중부 5위 (68승 94패)

17시즌 최종 성적: AL 중부 4위 (67승 95패)

 

[야구공작소 김태근]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마지막으로 아메리칸리그 중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던 2008년으로부터 어느덧 10년 남짓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중부지구의 패권은 4시즌 연속 지구 우승을 달성한 디트로이트와 월드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린 캔자스시티, 그리고 지난 2년간 196승을 쓸어 담은 클리블랜드의 차지였다. 화이트삭스는 한동안 이 패권 경쟁에서 큰 폭으로 뒤처져 있었다.

부진이 본격화된 최근 5시즌 동안 화이트삭스는 내리 지구 4~5위를 전전하며 아메리칸리그의 약체 중 하나로 전락하고 말았다. 해당 기간 동안 거둔 성적은 평균 71.4승, 승률 0.440. 5할 이상의 승률을 달성한 시즌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2014시즌부터 2016시즌까지는 소폭이나마 승수가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지만(73→76→78승), 본격적으로 리빌딩 노선에 접어든 이번 시즌에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가 이루어진 모습이었다. 4월 동안 13승 10패(0.565)를 기록하며 ‘깜짝’ 지구 선두로 시즌을 시작했으나, 이후 54승 85패(0.388)로 추락하며 예상대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사실 화이트삭스의 2017시즌은 개막하기 전부터 백기를 들고 시작한 시즌이었다. 보스턴으로 떠난 에이스 크리스 세일의 대가로 요안 몬카다와 마이클 코펙을 위시한 4명의 유망주 패키지를 건네 받았고, 리드오프 애덤 이튼을 워싱턴으로 떠나보내며 루카스 지올리토를 비롯한 유망주 3명을 손에 넣었다. 그러는 사이에 보강한 즉시전력감은 데릭 홀랜드(2016시즌 107.1이닝 ERA 4.95)뿐이었다. 기존의 2선발 호세 퀸타나 역시 시즌이 끝나기 전에 다른 팀으로 이적하리라는 것이 기정사실화되어 있었던 만큼, 화이트삭스의 ‘핫 토픽’은 시즌 내내 경기 내용보다는 트레이드 루머를 향하고 있었다.

실제로 화이트삭스는 퀸타나를 필두로 여러 건의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다. 우선 최대어인 퀸타나를 지역 라이벌 컵스로 트레이드시키며 일로이 히메네즈, 딜런 시즈 등을 받아왔다. 이어서 다음 순번인 데이빗 로버트슨과 토드 프레이저, 새롭게 떠오른 불펜 요원 토미 케인리를 한데 묶어 양키스로 보냈다. 이 역시 대가에 블레이크 러더포드, 이안 클라킨 등의 유망주를 포함하고 있었다. 셋업맨 역할을 넘겨받은 앤서니 스와잭 또한 유망주를 대가로 팔아 넘겼고, 알짜 외야수로 평가받아온 멜키 카브레라 역시 유망주와 맞바꿨다.

화이트삭스의 릭 한 단장은 시즌 내내 트레이드에 온 신경을 기울이고 있었다. 덕분에 2016 미드시즌까지만 해도 리그에서 최악을 다퉜던 화이트삭스의 팜 랭킹은 2017 프리시즌에 3위로 급상승한 뒤, 같은 해 미드시즌에는 전체 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MLB.com, 짐 칼리스).

* 2017 프리시즌, 미드시즌 팜 랭킹

<프리시즌>

1. 애틀란타

2. 양키스

3. 화이트삭스

4. 샌디에이고

<미드시즌>

1. 화이트삭스

2. 애틀란타

3. 샌디에이고

4. 양키스

‘베테랑 장사’에 심혈을 기울인 화이트삭스는 올스타전 이후 9연패를 기록하며 전격적인 리빌딩 구단의 위용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리그 최하위로 추락하는 굴욕만큼은 피할 수 있었다. 9월 이후 15승 15패를 기록하며 뒷심을 발휘한 선수단 그리고 디트로이트의 한술 더 뜬 추락 덕분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17시즌의 화이트삭스에서 경기 내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것은 메이저리그 최초로 똑같은 성을 가진 선수 3명이 외야를 지켰던 4월 14일의 경기 정도가 고작이었다(아비사일,루리,윌리 가르시아).

 

MVP – 아비사일 가르시아 & 호세 어브레유

아비사일 가르시아는 제이크 피비와 호세 이글라시아스가 포함되었던 2013년 여름의 디트로이트-보스턴-화이트삭스 삼각 트레이드를 통해 화이트삭스로 넘어온 선수다. 항상 타석에서의 잠재력을 인정받아왔던 가르시아는 2017년에 드디어 그 기량을 꽃피웠다.

0.330의 타율과 18개의 홈런, 80개의 타점과 0.885의 OPS를 기록하며 최고의 시즌을 보낸 가르시아는 타율 부문에서 호세 알투베에 이어 아메리칸리그 2위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거기에 fWAR에서도 4.2의 수치로 팀내 1위를 기록했고, 올시즌 화이트삭스 선수들 중 유일하게 올스타전에 출전하기도 했다.

시즌 초반부터 맹타를 휘두르다가 시즌 중반에 부상으로 잠시 대열에서 이탈했지만, 부상 복귀 이후에도 0.382/0.439/0.545의 호성적을 기록하면서 팀의 막판 상승세에 힘을 보탰다. 특히 9월 14일 디트로이트전에서는 6타수 5안타 1홈런 7타점으로 폭발하면서 팀의 최하위 탈출에 혁혁하게 공헌했다.

함께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선수가 바로 호세 어브레유다. 2014시즌 처음 팀에 합류한 이래 어느덧 팀의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은 어브레유는 올시즌에도 가르시아에 버금가는 승리기여도를 쌓았다(fWAR 4.1). wRC+(138)에서는 가르시아(137)를 근소한 차이로 제치기도 했다. 시즌 내내 팀의 로스터를 지키면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고, 4년 연속 20홈런-100타점을 달성하며 생애 두 번째 3할-30홈런-100타점 시즌을 만들어냈다.

특히 정규시즌 마지막 2달 동안에는 52경기에 나서 0.322/0.361/0.612 14홈런 34타점을 기록하며 활활 타올랐다. 9월 10일 샌프란시스코전에서는 구단 역사상 6번째 ‘히트 포 더 사이클’을 작성하기까지 했다(이전 달성자 2000년 호세 발렌틴).

 

LVP – 카를로스 로돈

화이트삭스가 세일과 퀸타나를 처분하면서도 로돈을 팀에 남긴 이유는 명백했다. 3번째 시즌을 맞는 로돈이 두 좌완 에이스의 자리를 물려받아 활약해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로돈은 규정 이닝 이상을 투구하면서 기존의 훌륭한 K/9을 유지하는 동시에 BB/9을 끌어내리는 데 성공했다(K/9 8.98→9.16, BB/9 4.59→2.95). 점차 제구력을 잡아가는 평균 구속 94마일의 젊은 좌완 선발투수. 큰 기대를 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부상이 로돈의 발목을 잡았다. 시즌을 부상자 명단에서 시작한 로돈은 복귀 이후에도 많은 경기에 등판하지 못했다. 시즌 막판에는 다시 한 번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결국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아웃되고 말았다. 다행히 단순한 ‘청소’ 개념의 수술이라고 하지만, 반갑지 않은 소식이라는 것만은 분명하다. 로돈의 예상 복귀 시기는 내년 4월에서 6월 정도. 화이트삭스는 그저 건강하게 복귀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Key Point – 라인업을 채우기 시작한 유망주들

여름 내내 이어진 트레이드를 통해 수많은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다. 그 빈자리를 차지한 것은 빅리그 준비를 마친 여러 유망주들이었다.

1995년생의 특급 유망주 요안 몬카다는 프레이저가 양키스로 떠난 7월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첫 10경기에서 34타수 4안타에 14삼진을 곁들이며 실망스러운 출발을 맞이했지만, 시즌 첫 멀티히트를 기록한 8월 5일을 기점으로 41경기에서 0.264/0.354/0.453을 기록하며 점차 적응해가는 모습을 보였다. 8개의 홈런과 3개의 도루를 기록한 데서 드러나듯 본인의 장점인 다이내믹한 툴들을 유감없이 발휘했다는 점이 가장 고무적이었다.

한때 100마일의 패스트볼을 뿌렸던 루카스 지올리토는 지난해부터 제기된 구속 하락 논란을 잠재우지 못했다. 올시즌 지올리토가 구사한 패스트볼의 평균구속은 지난해에 비해서도 2마일 가까이 떨어진 92.8마일(2016시즌 94.2마일). 하지만 BB/9을 큰 폭으로 감소시키면서 투구내용 면에서는 한층 성숙해진 모습을 보였다(5.06→2.38). 내년 시즌은 지올리토와 화이트삭스 모두에게 중요한 분기점이 될 듯하다.

지올리토와 함께 화이트삭스로 건너온 레이날도 로페즈는 소문대로 빼어난 구속을 선보였다(평균 94.6마일, 최고 99.7마일). 볼넷 허용 역시 준수한 수준(BB/9 2.64). 다만 가지고 있는 강속구의 위력에 비해 탈삼진이 너무 적었다(K/9 5.66). 투구 메커니즘에 문제가 있어 결국 불펜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는 스카우트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패스트볼-커브-체인지업의 안정적인 레퍼토리를 보유한 만큼 내년에도 선발투수로 기용될 전망이다.

한편, 개막 직전에 화이트삭스가 최대 8년 5150만 달러의 계약을 선사했던 주전 유격수 팀 앤더슨은 큰 폭으로 하락한 수비 지표 탓에 다소 아쉬운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 10.9의 인상적인 수치를 기록했던 앤더슨의 UZR/150은 올시즌 무려 -17.1까지 추락했다. 때문에 늘어난 경기수에도 불구하고 fWAR은 2.5에서 0.2로 줄어들고 말았다. 공격 쪽의 여러 비율 지표에서도 전반적으로 하락세가 나타났는데, 다만 홈런 생산성만큼은 상당히 좋아졌다(410타수 9홈런→587타수 17홈런). 이제 커리어 두 번째 시즌을 마친 1993년생의 젊은 선수인 만큼, 화이트삭스가 안겨준 계약의 성패는 차후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콜업 이후 좋은 활약을 펼쳐준 닉 델모니코(43경기 9홈런 23타점), 텅 빈 불펜에서 마무리로 낙점된 후안 미나야(9세이브 1블론), 장타력을 갖춘 3루수 맷 데이비슨(118경기 26홈런 68타점)등 새로운 얼굴들이 화이트삭스의 로스터에 자리 잡았다.

*BA 2017 미드시즌 화이트삭스 유망주 TOP 10

  1. 요안 몬카다 2B (데뷔)
  2. 일로이 히메네스 OF
  3. 마이클 코펙 RHP
  4. 루이스 로베르트 OF
  5. 레이날도 로페즈 RHP (데뷔)
  6. 루카스 지올리토 RHP (데뷔)
  7. 딜런 시즈 RHP
  8. 제이크 버거 3B
  9. 대인 더닝 RHP
  10. 알렉 한센 RHP

가장 빅리그에 가까웠던 세 선수가 데뷔 시즌을 마쳤음에도 화이트삭스의 팜 시스템은 여전히 훌륭한 편이다. 일로이 히메네즈, 마이클 코펙, 루이스 로베르트, 딜런 시즈는 모두 단순한 주전급 선수 이상을 기대할 수 있는 높은 실링의 유망주들이고, 특히 일로이 히메네스는 몬카다에 버금가는 특급 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밖에도 공격력을 갖춘 포수 잭 콜린스, 호타준족 중견수의 포텐셜을 지닌 루이스 알렉산더 바사베가 대기 중이다. 잭 듀크의 트레이드 때 세인트루이스에서 건너온 중견수 찰리 틸슨도 빼놓을 수 없다(2017시즌 AAA 0.282/0.345/0.407).

 

마치며

2017년 월드시리즈의 최종 승자인 휴스턴은 화이트삭스가 지난 2005년 월드시리즈에서 꺾었던 팀이기도 하다. 이후 암흑기를 보낸 휴스턴이 전격적인 리빌딩을 통해 강팀으로 재탄생한 것과는 달리, 화이트삭스는 끊임없는 리툴링을 통해 꾸준히 대권에 도전해왔다. 그리고 오늘날, 두 팀은 정반대의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화이트삭스의 노선 역시 지난해 겨울을 기점으로 본격적인 리빌딩을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그들이 휴스턴의 선례를 참고해야 하는 시점인 것이다.

다행히 화이트삭스가 내놓은 매물들은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질의 유망주를 대거 확보한 덕분에 화이트삭스가 감내해야 할 고통의 시간은 상당 부분 단축되었다. 그렇다면 ‘화이트삭스 부흥’의 순간은 언제쯤 찾아오게 될까? 유망주들이 예상대로만 성장해준다면 2020년 이후에는 분명히 빛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는 게임과 달리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법. 결국 팀의 미래는 ‘어린이들’에게 달려 있다.

 

기록 출처: Baseball-Reference, MLB.com, Fangraphs, Baseball America, Brooks Baseball, Roster Resour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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