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KBO 최고의 ‘갑툭튀’, ‘기량 발전상’ 후보는? – 타자 편

 

[야구공작소 박기태] 뜨거웠던 KBO 리그의 2016 시즌이 마지막으로 치닫고 있다. 기록적인 폭염만큼이나 타자들의 방망이도 뜨겁게 타올랐던 타고투저의 시즌이었다. 그 중심에는 예년보다 눈에 띄게 매서워진 스윙을 선보인 이 타자들이 있었다. 올해의 KBO 리그에서 가장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 타자들, 그리고 지난해보다 가장 크게 성적이 뛰어오른 타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보았다. (순서는 순위와 관계 없음)

※ 모든 선수 성적은 2016년 9월 26일(월) 기준임.

 

1. 손주인(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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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KBO 리그의 2루는 공수주를 겸비한 슈퍼스타들의 치열한 대전이 벌어지는 격전지가 되었다. 그 쟁쟁한 이름들을 앞에 놓고 보면, 손주인의 이름은 상대적으로 빛이 바래는 편이다.

그러나 손주인의 올시즌 활약은 그의 12년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났다. 과거의 기록에서 알 수 있듯이 손주인은 본래 공격력이 강점인 선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는 0.797의 OPS와 100.8의 wRC+를 기록하며 박경수의 이탈로 공백이 생긴 LG 트윈스의 2루수 자리를 충실하게 메꿔주고 있다.

손주인의 OPS는 지난해보다 0.207 상승했고, wRC+는 53.2 증가했다. 둘 모두 작년과 올해 20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들 중에서 2위에 해당하는 상승폭이다(1위는 모두 나지완). 실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LG 팬들 중에서도 이 정도의 반전을 예상했던 이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2. 나지완(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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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지완에게 보다 잘 어울리는 상의 명칭은 ‘기량 발전상’보다는 ‘올해의 재기상’일 것이다. 하지만 올해 나지완이 선보이고 있는 절정의 선구안을 생각하면 기량 발전이라는 명칭도 그리 근거 없는 표현은 아닌 듯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지완은 2011년부터 2014년까지 4년 연속으로 125 이상의 wRC+를 기록한 바 있는 리그 A급의 타자이다. 체격에 비해 생각보다 적은 홈런 숫자 때문에 그 존재감이 다소 묻히는 경향이 있었을 뿐이다(2009년 23홈런이 최고 기록).

그러나 올해의 나지완은 9년 간의 커리어에서 가장 뛰어난 선구안을 발휘하고 있다. 나지완의 올시즌 볼넷 비율은 리그 최고의 감식안을 지녔다고 알려진 김태균(한화)의 16.6%를 넘어서는 17.5%에 달한다. 출루율은 무려 0.453으로, 둘 모두 자신의 통산 볼넷 비율인 12.5%와 통산 출루율 0.389를 훌쩍 뛰어넘는다. 놀라운 개안(開眼)이다. 지금까지 기록하고 있는 160.2의 wRC+도 마찬가지로 커리어 최고 기록이라는 것 또한 주목해볼 만한 부분이다.

 

 

3. 김성욱(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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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의 강자로 떠오른 NC 다이노스의 고민 중 하나는 작년 시즌의 주전 좌익수였던 김종호의 부진이었다. 지난해 41도루를 기록하며 NC 공격의 첨병으로 맹활약했던 김종호는 올시즌 초반부터 심각한 부진에 시달렸고, 시즌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도 OPS가 0.622에 머무르고 있다. 김종호의 부진이 부른 이 공백을 완벽하게 메꿔준 것이 바로 김성욱이다.

김성욱은 원래 올시즌 NC 다이노스의 대수비 요원 역할을 맡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통산 230타석을 소화한 것이 1군 경력의 전부였고, 올해 역시 6월 초까지는 40타수에 나서서 겨우 3안타를 기록한 것이 실적의 전부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의 타격 능력에 대한 기대감은 거의 바닥에 가까웠었다.

그러나 김성욱의 후반기 성적을 보면 어째서 이 정도의 선수가 제한적인 역할을 받고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절로 들게 된다. 그의 후반기 타격 성적은 타율/출루율/장타율이 각각 0.313/0.396/0.544로, 후반기 OPS가 무려 리그 15위에 달한다(175타석 이상). 6월부터 시작된 맹폭은 시즌 막바지까지도 그칠 줄을 몰랐고, 김성욱은 어느덧 15홈런 외야수의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다.

 

 

4. 김문호(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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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기량 발전상 후보에서 ‘대타자’ 김문호의 이름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리그 초반의 활화산 같던 화력은 식은 지 오래지만, 여전히 그는 롯데 자이언츠가 오매불망 찾아 헤맸던 “나는 좌익수다”의 진짜 주인공으로 모자람이 없는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6월 초반까지 4할을 넘나드는 타율을 기록했던 그이지만, 그 높은 타율이 언젠가 내려가게 되리라는 것은 사실 예상된 일이었다. BABIP가 4할을 훌쩍 뛰어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김문호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6월과 7월, 계절과 반대로 차갑게 식어버린 방망이 탓에 골머리를 썩여야 했다.

그러나 8월이 되자 그의 선구안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를 바탕으로 시즌 출루율 4할 고지를 다시 점령한 김문호는 8월 월간 OPS를 0.800 이상으로 끌어올리며 확연한 반등세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이 좋은 분위기는 9월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겨우 만 29세에 불과한 고교 천재 타자 출신의 김문호에게 내년에도 뛰어난 성적을 기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5. 윤석민(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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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선수층 때문일까. KBO 리그에서는 나이가 만으로 30세에 가까워지고 나서야 뒤늦게 재능이 만개하는 대기만성형 선수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지금 소개하는 윤석민 역시 이 대기만성형의 선수들 중 한 명이다.

유망주라고 불리기엔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85년생), 윤석민의 그간의 활약은 기대에 비하면 아쉬운 면이 적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0.848의 OPS와 111.1의 wRC+를 기록했지만, 한 시즌 20홈런이 기대되던 재능에 비하면 조금 미진한 활약이었다.

그리고 올시즌, 윤석민은 드디어 그런 기대에 아낌없이 부응하고 있다. 0.979의 OPS는 350타석 이상 들어선 타자 중 10위에 해당하며, 득점 단위 기록인 wRC+도 145.1로 동일 집단에서 10위에 해당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채태인, 대니 돈 등의 동료 타자들과 출장 시간을 많이 나누었던 탓에 들어선 타석이 겨우 377타석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6. 히메네스(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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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요미’의 등장에 물음표를 떠올렸을 당신, “우리 히요미는 원래 잘했거든요!”라고 화를 내려고 한 당신, 잠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설명할 시간을 주시길. 분명히 ‘히요미’는 작년에도 좋은 활약을 펼쳤다. 타석에서도 기대 이상으로 잘했고, 오지환의 어깨를 가볍게 해준 3루 수비 역시 대단했다.

그렇지만 ‘히요미’에게 약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의 가장 큰 약점은 선구안이었다. 공격성이 지나치다 보니 볼넷 비율이 4.0%에 불과했던 것이다. 지난 시즌 250타석 이상 들어섰던 타자들 중 히메네스보다 낮은 빈도로 볼넷을 얻었던 타자는 삼성의 이지영(3.5%)과 롯데의 박종윤(2.2%)이 유이하다. 지나친 적극성은 타자에게 독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때문에 이를 근거로 그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표했던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올시즌의 히메네스는 그 공격성을 유지하면서도 나름대로 개선된 선구안을 보여주고 있다. 6.9%의 볼넷 비율은 여전히 높은 편은 아니지만 지난해보다는 나아진 수치이며, 삼진 비율은 16.1%에서 11.6%로 많이 줄어들었다. 그 결과 히메네스는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전반기 OPS 2위에 올랐다. LG 트윈스의 팬들이 오랫동안 기다려왔던 특급 외국인 타자는 이렇게 LG를 찾아왔다.

 

 

7. 송광민(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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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리그의 창립 이래 수많은 유망주들이 ‘천재 타자’라는 평가를 들으며 프로 무대에 입성했다. 송광민 역시 그러한 이력의 소유자이다. 그러나 만 25세였던 2008 시즌 154타석에 들어서며 0.805의 OPS를 기록한 이후로 송광민의 활약은 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2009년부터 2015년까지의 시즌들 가운데 송광민이 100 이상의 wRC+를 기록했던 시즌은 단 한 차례도 존재하지 않는다.

어처구니없는 해프닝으로 엉뚱한 타이밍에 병역의 의무를 마무리하고 돌아온 송광민은 복귀 다음 시즌인 2014 시즌에 상당한 활약을 펼치면서 2015 시즌에 대한 기대를 점차 키워나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또 토미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게 되었고, 결국에는 2016년이 되어서야 제대로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맞이한 올해의 호성적은 한화 이글스 팬들의 가슴을 그만큼 더 뜨겁게 만들고 있다. 저돌적인 공격성(볼넷 비율 5.6%)으로 이따금 공격의 맥을 끊을 때도 있지만, 올시즌의 송광민은 화끈한 장타력을 통해 그 보상을 톡톡히 해나가는 중이다.

 

 

8. 서동욱(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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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트레이드 시장의 최고 스타 중 하나였던 서동욱. 그의 활약은 KIA 타이거즈 팬들이 입을 모아 “넥센의 선물”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을 만큼 갑작스럽고 은혜롭다. 안치홍의 입대 이후로 제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던 타이거즈의 2루수 자리를 훌륭하게 메꿔주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타이거즈의 팬들이라면 서동욱의 활약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에 대해 구태여 숫자를 들어가며 설명하지 않더라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올시즌의 서동욱이 리그에서 보여주고 있는 위상을 확인한다는 차원에서 몇 가지의 기록을 살펴보도록 하자.

– 홈런 16개 : 올해 2루수 3위(1위 박경수 20개, 2위 정근우 17개)
– wRC+ 115.9 : 올해 2루수 3위(1위 박경수, 2위 박민우, 4위 서건창, 5위 정근우)
– OPS 0.882 : 올해 2루수 2위(1위 박경수 0.943, 3위 박민우 0.852, 4위 서건창 0.843)

거기에 여차하면 우익수도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이니, 복덩이도 이런 복덩이가 없다.

 

 

9. 김재환(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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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김재환은 올해 KBO 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이다. 그가 남기는 궤적은 곧 두산의 역사가 되고 있다. 두산 역대 토종 타자 홈런 1위(36), 타점 2위(119, 1위 김현수 121타점), 득점 1위(105), 그리고 OPS 역대 2위까지(1.062, 1위 심재학 1.072).

2015년 퓨쳐스리그를 폭격했던(197타석 OPS 1.129) 김재환이지만, 이제 만 28세(1988년생)가 된 나이와 불확실한 포지션 문제는 묵과할 수 없었다. 포수에서 1루수로, 다시 포수로 돌아갔다가 올해 좌익수로 자리잡기까지, 참 먼 길을 돌아왔다. 야수 선수 층이 두터운 팀 사정 상 김재환의 활약을 예상하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만큼 충격적인 활약상도 예상할 수 없었다.

물론 김재환은 KBO 리그 팬들에게 특별한, 아니 따가운 눈길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선수다. 수많은 위대한 선수들이 그가 해온 만큼의 노력을, 어쩌면 그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해왔을 것이다. 그의 성공이 진정으로 인정받으려면, 지난 날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자세로 팬들 앞에 서는 것이 앞으로도 항상 우선시되어야 할 것이다. 그의 호성적을 향한 찬사는 그 다음의 일이다.

 

 

10. 채은성(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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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양아들(?)에서 “주인공은 바로 너”까지. 리빌딩을 모토로 삼은 올해 LG의 가장 큰 수확 중 하나는 역시 채은성이다.

채은성의 기록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홈과 원정에서의 성적 차이이다. 올시즌 홈구장인 잠실에서 채은성이 올린 성적은 2홈런에 0.761의 OPS로, 원정에서 올린 7홈런, 0.872의 OPS와 비교하면 그 격차가 확연하다. 지난해에도 이러한 홈과 원정에서의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했었다(홈 OPS 0.660, 원정 OPS 0.784). 잠실의 많은 타자들처럼 채은성도 ‘잠실 너프’ 효과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LG는 채은성에게 더 많은 기대를 걸고 기회를 보장해줬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잠실에서 약했던 많은 유망주들이 다른 팀에서 재능을 만개한 전례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LG의 실패는 채은성에서 드디어 대가 끊길 것으로 보인다.

 

11. 김주형(K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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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에서 대기만성형 타자, 천재 타자들의 이름이 줄줄이 튀어나왔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김주형의 이름을 꺼낼 때가 됐다. 그 또한 수많은 타격 코치들이 탐낸 재능의 소유자였지만, 단 한 번도 그 기대에 부응한 적이 없었다. 올해 3월까지는 말이다.

롯데의 김문호가 아름다운 2개월을 보낸 뒤 6월부터 7월까지 슬럼프를 겪었다면, 김주형의 슬럼프는 그보다 더 일찍 찾아왔다. 유격수라는 낯선 포지션에서 예상외의 대활약을 펼쳤던 아름다운 4월이 지나고, 5월부터 0.798로 낮아진 OPS는 6월에 0.635까지 떨어지며 바닥을 찍었다. 많은 팬들이 ‘수비도 안 되는 유격수’를 타선에서 빼라며 성화를 냈다.

그러나 낯선 수비 위치를 벗어난 덕일까, 7월과 8월 동안 김주형은 1, 3루와 지명타자를 오가면서 0.987와 0.952의 OPS를 기록하며 다시 한 번 KIA 타선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9월 들어서는 타율 0.254를 기록하며 잠시 쉬어가고 있기는 하지만, 올시즌의 성적은 확실히 지난 10년의 기다림에 마침내 응답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12. 김준완(N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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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NC 다이노스의 선전에는 김성욱 말고도 또 하나의 복덩이가 큰 역할을 했다. 이종욱의 부상과 노화로 빈틈이 생긴 중견수 자리를 갑작스럽게 치고 들어간 김준완이 바로 그 복덩이이다. 부족한 장타력 때문에 OPS와 wRC+는 그리 높지 않은 편이지만, 그의 진정한 가치는 1번 타자의 덕목인 출루 능력에 있다.

많은 팬들은 선구안을 타율이나 장타율과는 별개인, 완전히 독립되어 있는 능력으로 생각한다. 타자의 파워나 투수의 구속이 주력이나 제구력과 크게 관계가 없는 독립된 영역인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사실 타자가 얻어내는 볼넷의 비율은 타자의 ‘위압감’과 상당한 연관성이 있다. 다시 말해서,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강타자의 경우에는 투수들이 승부를 피하면서 볼넷도 자연스럽게 늘어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김준완이 달성하고 있는 출루율과 볼넷 비율은 그런 맥락에서 참 기이한 기록이다. 장타율이 0.314밖에 되지 않는 김준완에게 강렬한 위압감이 존재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준완이 기록하고 있는 타율과 출루율 간의 차이는 0.151이며, 볼넷 비율은 무려 19.9%에 달한다(김태균의 지난해 기록이 18.3%이다). 김준완이 공룡 군단의 1번 타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분명하다. 깐깐하다 할 수준을 넘어 치사하게까지 느껴지는 그의 눈 덕분이다.

 

 

13. 최승준(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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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빌딩을 통해 암흑기의 흔적을 지워내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가는 중인 LG이지만, 그간 여러 팀으로 떠나보냈던 선수들의 성공은 여전히 지울 수 없는 실패의 흔적으로 남아있다. 그 중에서 올시즌 가장 뼈아프게 다가왔을 유출 전력은 아마 최승준이었을 것이다.

부상으로 인해 오랜 시간을 결장했지만, 폭염이 시작됐던 6월부터 그가 선보인 활약은 더운 날씨와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느껴졌다. 100타석 동안 3연타석 홈런을 포함해서 기록한 OPS가 무려 1.233이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할까.

가장 놀라운 것은 최승준의 작년 성적이다. 이 글에서 다룬 선수들 중에서 유일하게, 음의 wRC+를 기록했었다. LG 시절부터 타격에 소질이 있다는 칭찬을 달고 살았던 선수이기는 했지만, 한 시즌 만에 이 정도로 기가 막히게 ‘터질’ 줄은 누가 알았을까. 그동안 SK 와이번스의 1루 터줏대감 역할을 했던 박정권에게 드디어 막강한 경쟁자가 나타났다.

 

 

14. 유민상(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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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현의 ‘사고’ 소식은 kt 위즈에게 너무나도 뼈아픈 비보였다. 그러나 부진하고 있던 김상현 대신에 유민상이라는 좋은 유망주에게 기회를 줄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된 구석도 없지 않은 듯하다.

유승안 경찰 야구단 감독의 아들이자 유원상(LG)의 친동생으로 유명한 유민상이지만, 그의 퓨쳐스리그 성적은 이름값만큼(?) 빼어났다. 지난 2014년에 이미 0.350의 타율과 12개의 홈런, 75타점을 기록하며 퓨쳐스 북부리그 타점왕에 오른 바 있고, 올해도 28경기 84타석에서 타율/출루율/장타율 0.333/0.418/0.488라는 뛰어난 퓨쳐스리그 성적을 기록했다.

7월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4타수 4안타를 기록한 유민상은 후반기에는 0.740의 OPS로 다소 주춤하고 있는 상태이지만, 여전히 0.350의 높은 출루율을 기록하며 ‘눈야구’가 되는 선수임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그가 기록하고 있는 9.7%의 높은 볼넷 비율은 앞으로의 순조로운 1군 적응을 기대해볼 수 있게 해준다.

 

아차상

김용의(L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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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 유망주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실직이 걱정되기도 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0.725의 OPS와 91.8의 wRC+를 기록했던 2013년의 커리어하이를 경신하면서 순항하고 있다. 예년보다 높은 BABIP(통산 0.340, 올해 0.410)는 ‘플루크’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지만, 장타력이 나아진 것은 반길 만한 소식이다. 뒤늦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이한 또다른 사례가 될지 주목된다(85년생).

 

 

박정음(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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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수가 올해 1군에 처음 데뷔한 중고 신인이라는 것이 믿어지는가. 두산과 함께 KBO리그의 양대 화수분으로 발돋움한 넥센 히어로즈의 또다른 히트 상품. 팀 사정상 많은 타석을 부여 받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다. 9월 2일 발가락 골절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했으나, 내년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263타석에서 16도루를 기록한 빠른 발도 주목할 만하다.

 

 

박건우(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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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우가 이 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 ‘지난해에도 너무 잘해서’다. 성적으로만 보면 김현수가 나간 자리에 2살 어린 김현수가 나타난 셈이다. 일반적으로 보았을 때, 반 시즌 동안 좋은 기록을 냈던 선수가 이듬해 풀타임으로 시즌을 소화하면서 비슷한 비율 기록을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박건우는 지난해의 기록이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는 것을 온 세상에 증명해내고 있다.

 

기록 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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