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루한 주자를 집(Home)으로 가장 잘 귀가 시켰던 KBO 타자는?

2016년 가장 뜨거웠던 타자 중 한 명인 한화이글스의 김태균 / 사진=한화이글스제공

[야구공작소 권대현] 대부분의 스포츠 종목들은 경기에서 승리하기 위해 득점을 필요로 한다. 득점을 직접적으로 만들어 내는 포지션의 중요성이 어느 종목에서나 강조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야구의 경우,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결정적인 득점의 순간은 주로 ‘클린업 트리오’라고 불리는 각 팀의 중심타선에 의해 만들어진다. 때문에 팀의 공격력을 측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중심타선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야구에서는 타자들의 생산성을 계량화하는 방식으로 득점권 타율, 홈런 등의 다양한 지표들을 활용하고 있다.

중심 타선에서 생산해낸 득점의 절대적인 양은 ‘타점’이라는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허나, 타점은 누적 기록이라는 특성상 얼마나 많은 주자를 타석에서 맞이했는지의 여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타자의 득점 생산 능력 자체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떤 지표를 참고하는 것이 좋을까. 여기서는 ‘주자 대비 타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활용하여 각각의 타자들이 넘겨받은 주자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주자를 불러들였는지를 확인해 보고자 한다. 최근 세 시즌 동안 KBO리그에서 활약한 타자들을 대상으로 했다.

 

2015시즌 주자 대비 타점 TOP 30

2015시즌 동안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가장 믿음직스런 결과물을 만들어낸 선수는 현재 밀워키 브루어스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는 에릭 테임즈(前 NC)였다. 테임즈는 총 319명의 주자를 넘겨받았고, 140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면서 리그 최고인 0.44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을 기록했다. 리그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 박병호가 테임즈를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0.4 이상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을 달성했다. 이해 총 361명의 주자를 넘겨받은 박병호는 이로부터 146타점을 만들어내면서 홈런왕다운 실력을 뽐냈다. 이 둘을 필두로 총 13명의 선수가 0.3을 상회하는 주자 대비 타점을 기록하면서 빼어난 득점 창출 능력을 과시했다.

예상대로 타자들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과 장타율 사이에는 강한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리그 상위권인 0.530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들의 경우, 대부분이 주자 대비 타점 비율에서도 0.3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kt의 마르테와 삼성의 이승엽은 각각 0.569와 0.562에 이르는 우수한 장타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주자 대비 타점 비율에서는 0.29, 0.27에 그치면서 최정상급 선수들에 비해서는 다소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많은 주자를 넘겨받았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타점을 생산해내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한 시즌에 300명 이상의 주자를 받고 타석에 들어설 수 있는 타자의 수는 대략 25명 안팎에서 형성된다. 350명의 이상의 주자를 넘겨받고도 아쉬운 타점 기록을 남긴 선수들로는 넥센의 김하성 (주자 대비 타점 0.21, 73타점)과 삼성의 박해민(주자 대비 타점 0.13, 47타점)이 있었다.

이 중에는 준수한 장타율과 나쁘지 않은 득점권 타율에도 불구하고 다소 아쉬운 주자 대비 타점 비율을 기록한 사례들도 있었다. 앞서 언급된 마르테와 이승엽, 그리고 김하성이 대표적이다. 먼저 이승엽과 김하성의 경우는 득점권 상황에서 장타율이 급감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김하성은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0.451의 장타율을 기록하며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의 0.532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치를 보였고, 이승엽도 0.610에서 0.524까지 줄어들었다.

그에 비하면 마르테의 사례는 다소 이질적이다. 마르테는 주자가 있을 때 0.583, 주자가 없을 때 0.451로 오히려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훨씬 빼어난 장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기현상에 대한 실마리는 주자들의 배치에 따른 마르테의 타격 성적을 보다 자세하게 살펴봄으로써 얻을 수 있다. 마르테는 주자 1, 3루 상황에서 0.267의 장타율을, 주자 2루 상황에서 0.212의 장타율을 기록하는 등 수월하게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었던 일부 상황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서의 손실이 전체적인 주자 대비 타점 비율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측된다.

 

2016시즌 주자 대비 타점 TOP 30

2016시즌 동안 주자 대비 타점에서 최상위권을 형성한 3인방은 한화의 김태균, 삼성의 최형우 그리고 SK의 최정이었다. 이들은 나란히 0.36의 주자 대비 타점을 기록했다. 2015 시즌 리그 1위를 차지했던 테임즈 역시 0.35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로 여전한 생산성을 보여주었다.

다만 실제로 생산해낸 타점의 총량은 넘겨받은 주자 수의 차이에 따라 큰 폭으로 갈렸다. 404명의 주자를 두고 타석에 들어선 최형우는 144타점을, 375명의 주자를 가질 수 있었던 김태균은 136타점을, 상대적으로 주자를 적게 둔 채로 타석에 들어섰던 최정은 298명의 주자를 상대로 106타점을 기록했다.

NC 나성범은 리그에서 7번째로 많은 113타점을 기록했지만 주자 대비 타점에서는 그리 인상적인 수치를 남기지 못했다. 2016 시즌 나성범이 기록한 주자 대비 타점 비율은 리그에서 19위에 해당하는 0.26에 불과하다. 113타점이라는 성과의 원동력은 나성범 자신의 생산력보다도 리그에서 가장 많은 438명의 주자를 앞에 두고 타석에 들어섰다는 외부 조건에 있었다. 조금 더 자세하게 파헤쳐 보면, 나성범의 저조한 주자 대비 타점 비율은 2015시즌의 마르테와 상당히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나성범은 이 시즌 주자 1루 상황에서 0.430, 2루 상황에서 0.405, 주자 만루 상황에서 0.462의 장타율을 각각 기록하면서 다소 들쭉날쭉한 성적을 거뒀다.

많은 주자를 넘겨받았지만 그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타점 기록을 남긴 선수들의 이름도 찾아볼 수 있었다. 넥센의 고종욱은 337명의 주자를 두고 타석에 들어섰지만 0.21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로 72타점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롯데의 김문호 역시 359명의 주자를 넘겨받았으나 0.19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로 70타점을 올린 것이 고작이었다. 삼성의 박해민은 2015시즌에 이어서 다시 한 번 300명이 넘는 주자를 타석에서 맞이했지만 0.18의 저조한 주자 대비 타점 비율에 묶이며 61타점을 생산해내는 데 만족해야 했다. 이들은 0.400 이상의 나쁘지 않은 장타율을 기록하고도 주어진 주자의 수에 비해 다소 아쉬운 타점 실적을 남겼다.

 

2017시즌 주자 대비 타점 TOP 30

그렇다면 올해의 주자 대비 타점 현황은 어떨까. 시즌이 약 1/5가량 지난 현 시점(5월 12일 기준)에서 주목할 만한 주자 대비 타점 생산력을 보이고 있는 선수들을 살펴 보았다. 조사는 이번 시즌 현재까지 10타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가장 두드러지는 주자 대비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SK의 최정이다. 57명의 주자를 두고 27명의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며 0.47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로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박경수는 올 시즌에도 0.44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로 리그 2위를 차지했다. 예상하기 어려운 이름인 SK 한동민은 0.42의 주자 대비 타점 비율로 리그 3위에 올랐다.

한편 메이저리그에서 KBO리그로 복귀한 이대호의 경우 90명의 주자를 맞아 23타점을 올리면서 0.26의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의 구자욱은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인 95명의 주자를 넘겨받고도 단 18타점을 올리는 데 그치는 등 초반 슬럼프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주자 대비 타점 0.19). 여기에는 비교적으로 낮은 구자욱의 시즌 득점권 타율(0.244)이 많은 영향을 끼친 듯 보인다.

 

주자 대비 타점’의 의의와 한계

KBO리그의 평균적인 한 팀은 시즌 동안 약 3500명 내외의 주자를 루상에 내보낼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이 가운데 800에서 900명의 주자가 2~3명의 중심타자에게 주어지기 마련이다. 이 중심타선에 얼마나 타점 생산력이 좋은 타자들을 배치하는지에 따라 팀의 득점 생산 효율은 큰 폭으로 변화하게 된다.

훌륭한 타점 생산력을 선보이는 타자들의 명단은 대부분이 많은 장타를 기록하는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많은 장타가 꼭 그에 준하는 타점을 보장해주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2016시즌의 최정은 리그 최다인 40개의 홈런을 날리고도 타점에서는 리그 10위에 오르는 데 그쳤다. 주자 대비 타점의 활용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개념은 감독들이 타순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각 타자들의 적합한 위치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특히 팀의 타점 생산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담당하는 중심타선의 배치를 결정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한계도 있다. 주자의 자세한 위치나 아웃카운트에 대한 고려 없이 모든 주자를 균등한 가치로 평가하였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차등을 두어 보다 정교한 지표를 완성하기보다는 주요 타자들의 대략적인 타점 생산 효율을 파악해 보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2루나 3루까지 나아간 주자를 보다 자주 접하는 중심타선의 타자들과 나머지 하위 타순의 타자들 혹은 테이블세터들을 동등한 조건에서 비교하기 어렵다는 단점 또한 존재한다.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타자들의 생산성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주자 대비 타점은 그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감독들은 찬스를 어떻게 살려내는지가 승패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말한다. 과연 올 시즌에는 어떤 타자들이 자신 앞에 놓인 주자를 효율적으로 불러들여 더 많은 승리에 기여할 수 있을까. 주자 대비 타점을 참고함으로써 이를 예측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하다.

참조: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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