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장과 감독, 미묘하고 어려운 그 둘의 관계

3년 계약의 마지막해를 맞이한 한화의 김성근 감독 (사진=한화이글스 구단제공)

관계(關係)

1.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따위가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음. 또는 그런 관련. [비슷한 말]  계관1(係關).
2.어떤 일에 참견을 하거나 주의를 기울임. 또는 그런 참견이나 주의.

 

[야구공작소 권대현] 지루했던 겨울이 지나고 이제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었다. 지난 겨울 동안 KBO리그, 그리고 한국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키워드는 아무래도 ‘관계’가 아닌가 싶다. 스토브리그에서 스프링캠프, WBC, 그리고 시범경기까지 이어지는 야구의 겨울에서 유독 ‘관계’라는 단어가 눈에 뜨인 것은 대통령 탄핵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의 중심에도 ‘관계’라는 키워드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박근혜와 최순실이라는 사람의 ‘관계’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화제였다.

 

한화의 새 단장과 감독의 ‘관계’

비슷한 시기, 야구계에도 팬들의 상당한 주목을 받은 또 다른 ‘관계’가 있다. 바로 한화 이글스의 박종훈 신임 단장과 김성근 감독 두 사람의 관계다.

지난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던 한화 이글스는 2016년 11월 4일 보도자료를 통해 ‘New Challenge!’ 라는 새로운 구단 운영의 철학을 발표하고 LG Twins 감독을 역임했던 박종훈 전 NC 육성총괄이사를 새로운 단장으로 영입했다. 

향후 김성근 감독에게는 1군 감독 본연의 임무에 집중하도록 하고, 박종훈 신임단장은 선수단 운영의 전반적인 관리를 맡겨 내부 유망주 발굴과 선수단의 효율적 관리를 진행하게 할 예정이라는 구단의 발표에 많은 팬들이 우려 섞인 시선을 보냈다. 언뜻 순탄해 보이지 않은 둘의 관계로 인해 구단운영에 불협화음이 지속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박종훈 단장은 부임 초기부터 개혁이라는 단어를 공공연하게 사용했고, 이홍범, 박상열 코치 해임을 비롯해 선수단 관리 전반에 있어 김성근 감독과 많은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이런 상황을 바탕으로 둘의 관계를 회의적으로 보거나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고 전망하기도 한다. 박종훈 단장이 인터뷰를 통해 이런 인식을 잠재우려 애쓰기도 했지만 이들의 관계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빚어냈다.

 

좋은 관계와 옳은 관계

같은 기간 또 다른 이유로 화제가 된 대통령과 그 절친한 친구 최순실이라는 사람의 관계를 현 한화 이글스 사태에서 돌아보게 된다. 박근혜와 최순실 둘의 관계는 조화롭고 이상적이었을지 모른다. 힘든 시기에 도움이 되어주는 조력자이며 친구였고, 서로에게 있어 진심으로 좋은 관계로 오랜 시간을 함께해 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검찰의 수사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이 둘은 비리로 점철돼 침몰한 정권을 만들어낸 것으로 결론이 나는 듯하다. 서로에게는 마냥 좋기만 한 언니와 동생 사이였던 최순실과 박근혜. 이 두 사람의 독특하면서도 문제적(?)인 관계에서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의 관계에 대한 방향성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지난 겨울 박종훈 단장은 1군 감독과의 대립각이 신임단장으로서 부담스러웠는지 둘의 관계는 원만하다는 해명 인터뷰를 자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일종의 강박 같이 느껴질 정도로 원만한 사이를 강조하던 박종훈 단장에게 진짜 필요한 건 ‘박근혜와 최순실의 오붓한 관계’가 아닌 명확한 방향설정과 운영철학의 확립일 것이다.

박종훈 신임단장의 인터뷰와 그가 구단의 상황을 미디어에 알리는 접근방식에는 공감한다. 단장과 감독의 좋은 관계가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구단이 목표로 하는 1군의 성적을 위해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팀 운영의 본질을 놓치면 한화의 미래는 지난해보다 더 암울할 것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좋은’ 관계를 넘어 ‘옳은’ 철학과 명확한 방향성 설정이 2017 시즌 한화의 성공의 키워드가 되지 않을까?

 

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의 역할이다

KBO에서 1000승 이상을 거둔 노감독에게 1군 운영에만 관여하라는 모호한 역할 분담으로 갈등을 키울 것이 아니라, 단장과 감독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공허한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부족한 전력을 극복하고 암흑기를 벗어날 수 있는 미래의 기반을 만드는 구체적이고 명확한 목표를 정립해야 할 것이다. 팬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신임단장과 감독의 파워게임 끝에 나타날 최후의 승자가 아닌, 팀의 승리, 팀의 성공적인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화의 2017시즌은 위태롭게 보인다. 서로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기 위해서라면 가끔은 단장과 감독의 관계가 조금은 나빠도 괜찮지 않을까? 이번 겨울 한화의 단장과 감독의 파워게임이 소모전에 가까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을 위해 갈등하고 있는지도 불명확한 상태에서 무조건적으로 갈등이 없다고 부정하고만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화의 두 수장 간의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개막과 함께 공수교대는 이뤄졌다. 야구계의 대선배인 김성근 감독이 좋은 성적을 내 역으로 신임단장을 흔들지, 연패의 늪에 빠져 뒤늦게 완전히 주도권이 박종훈 단장에게 넘어갈지, 여러모로 궁금한 2017년 새 시즌의 한화 이글스다.

Be the first to comment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