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t wiz 조니 모넬

[야구공작소 반승주] KBO리그의 막내 구단인 kt wiz도 어느덧 1군에서의 세 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그간 신생팀에게 주어졌던 어드밴티지도 올 시즌부터 자취를 감춘다. 외국인 선수들의 보유 한도 역시 다른 구단들과 동일한 3인까지로 줄어들게 된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kt는 피어밴드를 제외한 두 명의 기존 외국인 투수들과 작별을 결정했다. 지난 두 시즌을 함께했던 외국인 타자 앤디 마르테 또한 한국 무대를 떠나게 되었다. 이 마르테를 대신해서 kt와 계약을 맺은 신임 외국인 타자가 바로 조니 모넬이다(총액 85만 달러).

 

배경

모넬은 올 시즌 중으로 만 31세가 되는 1986년생의 포수 겸 1루수이다. 그의 아버지인 조니 모넬 시니어는 17년을 프로 무대에서 활약한 야구선수였지만, 마이너리그와 대만 리그 그리고 독립리그를 오갔을 뿐 빅리그 무대를 밟아보지는 못했다. 모넬은 그러한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보며 메이저리거의 꿈을 키웠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의 모넬은 별다른 주목을 모으지 못했다. 고졸 신분으로 나선 2005년 드래프트에서는 27라운드(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 지명되었고, 플로리다의 세미놀 주립 칼리지(2년제)에 진학한 2006년에는 무려 49라운드(뉴욕 메츠)에 이르러서야 지명을 받았다. 모넬은 이 두 차례의 지명을 모두 거절하고 대학으로 돌아갔지만, 결국에는 대학을 졸업하고 나선 2007년 드래프트에서 30라운드 914픽으로 샌프란시스코에 다시 한 번 호명되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마이너리그 생활 역시 길었다. 드래프트부터 2년 동안은 루키리그와 쇼트시즌 싱글 A를 졸업하는 데 보냈고, 이어서 2009년에는 싱글 A에서 한 시즌을 통째로 보냈다. 모넬이 본격적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부터였다. 하이 싱글 A에서 시즌을 출발한 모넬은 115경기에 나서 19홈런과 70타점 그리고 0.837의 OPS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고, 이를 발판 삼아 시즌 말미에는 더블 A를 건너뛰고 트리플 A로 승격되는 기쁨을 맛봤다. 이듬해에는 샌프란시스코의 40인 로스터에도 이름을 올렸다.

이후 2011년부터 2012년까지 모넬은 샌프란시스코 산하의 더블 A 팀인 리치몬드에서 주전 포수로 활약했다. 매시즌 100경기 이상을 출전하면서 10개 이상의 홈런과 20개 이상의 2루타를 기록하며 잠재력 있는 타격을 선보였고, 40개 이상의 볼넷을 얻어 3할대 중반의 출루율을 기록하는 등 선구안에서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2011년까지 거의 모든 경기에 포수로만 출장했던 모넬은 2012년부터 조금씩 1루수로 출장하는 시간을 늘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 당시 리치먼드에서 모넬과 포수 마스크를 나눠 썼던 선수가 바로 지난 시즌 필라델피아에서 21홈런을 쏘아 올린 신인 1루수 토미 조셉이다.

모넬에게 본격적인 기회가 찾아온 것은 2013 시즌의 스프링캠프에서였다. 모넬은 스프링캠프 동안 21타수 10안타, OPS 1.236의 대활약을 펼치면서 코칭스태프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시켰다. 샌프란시스코의 브루스 보치 감독 역시 모넬이 캠프에서 보여준 모습과 빼어난 타격 성적에 깊은 인상을 받은 모습이었다. 마침 백업 포수로 활약해왔던 헥터 산체스가 어깨 부상을 입어 개막을 앞두고 로스터에서 이탈해버린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 데뷔의 기회가 모넬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그러나, 보치 감독의 최종적인 선택은 모넬이 아닌 기예르모 퀴로즈였다.

그렇게 트리플 A의 프레스노에서 2013 시즌을 맞이하게 된 모넬은 기죽지 않고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만들어냈다. 데뷔 후 최다인 121경기를 소화하면서 0.858의 준수한 OPS를 남겼고, 생애 최초의 시즌 20홈런도 달성했다. 9월 로스터 확장 때는 빅리그 데뷔의 꿈까지 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시즌이 끝난 뒤 로스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모넬은 팀으로부터 지명할당을 당하며 40인 로스터에서 제외되고 말았다.

이후로 모넬은 ‘저니맨’의 행보를 밟았다. 7년 동안의 긴 마이너리그 생활 탓에 나이는 어느덧 28세에 이르렀고, 샌프란시스코에는 자신보다 젊고 뛰어난 유망주들이 넘쳐났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와 LA 다저스를 거친 모넬은 2015 시즌을 앞두고 고향 팀인 뉴욕 메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다(그는 뉴욕 주 브롱크스 출신이다).

2015 시즌 중에는 메츠의 주전 포수인 트래비스 다노의 부상을 틈타 메이저리그 재입성에 성공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을 남기지는 못했다(27경기 타율 .167 4타점). 두 시즌 동안 뉴욕 메츠 산하의 트리플 A 라스베가스에서 활약한 모넬은 지난 시즌을 마친 후 다시 FA 신분이 되었고, 결국 태평양을 건너 한국 땅을 밟기로 결정을 내렸다.

<조니 모넬 최근 7년간 메이저리그&마이너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모넬은 예전부터 타격 면에서는 낮은 지명 순위에 비해 높은 평가를 받아왔던 선수다. 샌프란시스코의 스카우트팀은 2005년 드래프트 이전부터 좌타자인 모넬의 범상치 않은 파워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실제로도 모넬은 9번의 마이너리그 풀타임 시즌을 보내는 동안 다섯 차례나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면서 나름의 ‘한 방’을 갖춘 타자로 성장했다. 하지만 홈런에 비하면 2루타의 개수는 다소 적은 편이다. 스카우트들이 평가한 대로, 모넬은 ‘갭 히터’보다는 슬러거에 가까운 유형의 타자다.

모넬은 베이스볼 아메리카에서 선정한 팀내 유망주 랭킹에서 2009년에 22위, 2010년에는 28위에 올랐다. 당시 스카우트들은 그의 최대 성장치를 우완투수를 상대하는 플래툰 요원으로 규정지었다. 마이너리그 통산 기록에서도 모넬은 좌완과 우완을 상대로 유의미한 차이를 드러냈다. 타율은 우완 상대 0.273, 좌완 상대 0.265로 별 차이가 없었지만, 장타율에서는 우완 상대 0.472, 좌완 상대 0.394로 확연한 격차가 나타났다. 이처럼 좌완 투수를 상대할 적이면 모넬은 자신의 강점인 파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마이너리그 시절부터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는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모넬의 선구안은 파워 히터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우수한 편이다. 마이너리그에서 기록한 통산 순수 출루율은 0.078에 이르고, BB/K 역시 0.52로 준수하다. 일반적으로 선구안은 타자가 나이를 먹는다고 해도 기량이 잘 유지되는 영역인 만큼, 마이너리그에서 보여주었던 출루 능력을 KBO리그에서도 발휘할 수 있다면 선구안에서는 합격점을 받기에 무리가 없을 것이다(2016년 KBO리그 평균 순수 출루율 0.074).

마이너리그에서 모넬은 포수로 601경기에, 1루수로 117경기에 출장했다. 본래의 포지션은 포수였지만 2012년부터는 1루수로도 자주 나섰다. KBO리그에서 역시 1루수로 주로 출전할 전망이다. 포수로서의 모넬은 50%가 넘는 시즌 도루 저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좋은 송구능력을 갖춘 포수였지만, 반면 포구 능력에서는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았다. 2011 시즌에는 782이닝을 소화하면서 무려 20개에 이르는 패스트볼을 기록하기도 했다. 1루수로서의 수비 역시 좋은 편은 아닌데, 일단 수비율부터가 다소 낮은 편에 든다. 수비에 대해서는 이번 스프링캠프 동안 분명한 개선이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넬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바로 건강이다. 모넬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매 시즌 100경기 이상을 소화했고, 2015년에도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간 탓에 출전 빈도가 줄어들었을 뿐 도합 98경기에 나서며 건강하게 한 시즌을 보냈다. 근 몇 년 동안의 부상 이력이라고는 2014년 도중 발목 부상으로 잠시 이탈했던 것이 고작이다.

 

전망

조니 모넬은 나름대로 성공적인 마이너리그 경력을 남겼지만, 그 능력을 메이저리그에서 펼치는 데는 실패한 선수였다. 전형적인 ‘쿼드러플 A’형의 선수였던 모넬은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KBO리그를 노크하는 결단을 내렸다.

미국에서 모넬은 명확한 한계를 보여주었다. 어쩌면 마이너리그 생활 대부분을 타자 친화적인 리그에서 보낸 탓에 겉으로 보이는 성적이 다소 과대평가되었는지도 모른다. 우선은 좌완과 우완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파워를 유감없이 발휘해주는 모습이 필요할 것이다. 뚜렷한 좌우 편차를 극복하는 것이 모넬이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한 선결조건이다.

모넬은 이제 kt의 새로운 1루수 겸 중심 타자로서 활약하게 된다. 댄 블랙을 떠나보낸 지난 시즌, kt의 1루 자리는 사정이 썩 좋지 않았다. FA 재계약을 체결하고 돌아온 김상현은 부진에 시달리다가 6월 도중 불미스러운 일로 팀을 이탈했다. 무주공산이 된 1루 자리에는 유민상, 문상철, 남태혁, 김연훈 등이 들어섰지만, 이들 중 주전 1루수를 맡기기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준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유민상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1루수 출전 시 WAR은 0에도 미치지 못했다(유민상 0.55). 지난 시즌, kt의 1루수들이 기록한 WAR의 합산은 무려 -1.54였다(리그 최하위). 합산 WAR에서 리그 선두를 차지한 NC 다이노스의 1루수들이 합계 7.15의 WAR을 쌓았으니, 두 팀 사이에서는 1루수 자리에서만 8승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던 셈이다.

이 1루수 자리에서 kt의 중심 타선을 이끌어주는 것이 바로 kt가 모넬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이다. 모넬마저 부진한다면 지난 두 시즌 동안 최약을 면치 못했던 kt의 타선은 올해도 큰 진전을 보이기 어려울 것이다. 1군 무대에 합류한 이래, kt의 타선이 ‘신바람’을 냈던 시절은 블랙과 마르테, 일명 ‘마블 듀오’가 불을 뿜었던 2015년 시즌 중반이 유일하다. 이번 시즌에도 kt의 타선에서 믿을 만한 타자는 모넬과 이대형, 유한준, 박경수 정도가 고작일 것으로 보인다. kt의 타격이 반전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적어도 모넬을 위시한 이 선수들의 활약은 상수가 되어주어야 한다.

결국 모넬에게 팀이 기대하는 것은 확실한 장타력이다. 현재 kt의 타선에서는 제대로 된 거포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지난해 20홈런을 때려냈던 박경수가 있지만, 그 역시 거포보다는 중장거리형 타자에 가깝다. 타고투저인 현재의 KBO리그에서 외국인 선수들의 장타력은 점차 당연한 덕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드문 수준의 투수친화 구장인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두산의 에반스와 LG의 히메네스도 지난 시즌 각각 24홈런과 26홈런씩을 때려냈다. 중립적인 성향을 띠는 수원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kt는 아마 모넬에게 그 이상의 기대를 품고 있을 것이다.

출범 이후 2년 연속으로 리그 최하위를 기록한 kt는 올 시즌을 앞두고 김진욱 감독을 새로운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선임 당시에는 제대로 된 전력보강을 약속했지만, 스토브리그를 마친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뚜렷한 진전은 이뤄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타선의 경우에도 새롭게 찾아볼 수 있는 얼굴은 모넬 하나뿐이다. 이처럼 아직도 갈 길이 먼 kt지만, 모넬이 타선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적어도 홈 팬들을 만족시킬 만한 화끈한 타격전 정도는 펼쳐줄 수 있을 것이다.

참고: Baseball America, Baseball-Reference, MiLB.com, Fangraphs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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