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재크 페트릭

재크 페트릭,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우투우타, 191cm, 88kg, 1989년 7월 29일생

 

배경

재크 페트릭의 프로 생활은 시작부터 ‘꽃길’과는 거리가 멀었다. 미국 일리노이주 모리스 출신으로 노스웨스턴 오하이오 대학을 나온 페트릭은 2012년 아마추어 드래프트에서 어느 팀의 선택도 받지 못했다. 실의에 빠진 그가 독립리그로 눈을 돌리려는 찰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자유계약’이라는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페트릭 역시 드래프트 지명을 받지 못한 여느 자유계약 선수들이 그러하듯 프로 데뷔 초반에는 큰 관심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페트릭은 데뷔 당해인 2012년부터 자신의 실력을 착실히 입증해 나갔다. 무엇보다 대학 시절 87~90마일(140~144km)에 그쳤던 패스트볼을 팔동작 교정으로 90~94마일(144~151km)까지 끌어올렸다. 체인지업, 커브의 성장과 더불어 대학 시절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제구력도 한몫했다. 페트릭은 데뷔 첫해 루키리그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승 무패 2.17 ERA라는 빼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기대 이상의 활약에 고무된 세인트루이스는 그를 이듬해 바로 로우 싱글A로 승격시켰다.

페트릭은 2013년에도 멈추지 않았다. 주로 불펜투수로 등장했지만 로우 싱글A에서 32.2이닝 동안 0.83 ERA를 기록한 뒤 하이 싱글A에서도 33.1이닝 동안 0.27 ERA로 호투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더블A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페트릭은 그해 활약을 인정받아 2013년 팀 내 유망주 15위이자 팀 내 올해의 마이너리그 투수로 선정되는 기쁨까지 누렸다. 2013년은 ‘유망주’ 페트릭에게 있어서 최고의 한 해였다.

2014년도 출발은 좋았다. 시즌에 앞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초청받기도 한 페트릭은 그해 풀타임 선발투수로 더블A마저 수료하고 트리플A에 입성했다. 입단 동기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승격 속도였다. 하지만 그때부터 페트릭의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수준급의 제구력은 그대로였지만, 그의 구위로는 더 이상 타자들을 압도할 수 없었다. 트리플A 두 시즌 272.1이닝 동안 4.56 ERA로 실망스러웠던 페트릭은 결국 세인트루이스에서 방출된 뒤 2016년 일본 프로야구 도전에 나섰다.

안타깝게도 페트릭의 일본 프로야구 생활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했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에 입단한 페트릭은 대부분 시간을 2군에서 보내며 15경기 47.1이닝 동안 3승 2패 5.51 ERA에 그쳤다. 재계약 역시 수포로 돌아갔다. 하지만 그가 여전히 볼넷 허용이 적고 땅볼 유도에 능하다는 점을 주목한 삼성 라이온즈는 총 45만 달러에 그를 영입했다. 페트릭으로선 작년에 이어 2017년에도 새로운 도전을 택한 셈이다.

<재크 페트릭 통산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페트릭이 가진 최고의 무기는 제구력이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페트릭의 9이닝당 볼넷 수는 그 어떤 리그에서도 2.8개를 넘지 않았다. 2015년에는 오히려 1.7개로 타자 친화적인 PCL리그 4위에 오르기도 했다(100이닝 이상). 작년 휘청한 일본에서도 제구력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 1, 2군을 오가며 4.32 ERA에 그치는 동안 기록한 6.6%의 볼넷 허용률(BB%)은 트리플A(5.6%) 시절이나 전성기였던 2013년(6.0%)과도 큰 차이가 없다.

삼성이 주목한 땅볼 유도 능력도 수준급이다. 페트릭은 마이너 시절 모든 레벨에서 꾸준히 44% 이상의 땅볼 비율을 유지했다. 마이너 통산 1.12의 땅볼/뜬 공 비율 역시 이를 뒷받침해준다. 소위 ‘제구력 파’ 투수들이 흔히 겪는 문제인 피홈런도 많지 않았다. 페트릭은 마이너 통산 450이닝 동안 36개의 홈런을 허용했는데, 이는 9이닝당 0.7개 수준에 불과했다. 작년 일본에서도 1, 2군 총 110.1이닝 동안 10피홈런에 그쳐 9이닝당 0.8개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페트릭이 가진 장점의 근원은 투구폼과 구종에서 찾을 수 있다. 당당한 체격(191cm, 88kg)의 페트릭은 오히려 부드러운 스리쿼터형 투구폼으로 커리어 내내 부상 한 번 당하지 않았다. 스트라이드가 짧고 구속이 빠르지는 않지만, 그만큼 안정적으로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한다. 페트릭은 이 같은 제구력을 밑그림 삼아 패스트볼, 체인지업, 커브 등 3개 구종을 주로 던진다. 특히 선천적으로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진 패스트볼은 제2구종인 체인지업과 더불어 타자들로부터 많은 땅볼을 뺏아냈다.

그러나 페트릭은 구속과 구위에서 치명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최고 94마일(151km)의 패스트볼 구속은 어디까지나 불펜 등판 시의 이야기이며, 선발 등판 시에는 90마일(144km) 내외에 그쳤다. 페트릭의 탈삼진 능력도 해를 거듭할수록 떨어졌다. 더블A에서는 9이닝당 8.1개 탈삼진으로 그나마 준수했지만, 트리플A에서는 9이닝당 6.4개 수준으로 크게 낮아졌다. 2015년 기록한 16.8%의 탈삼진율(K%)은 PCL리그에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40명의 투수 중 25위에 불과했다.

타자를 압도하는 힘이 떨어지면서 맞아 나가는 모습은 점점 많아졌다. 페트릭의 피안타율(AVG)과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탈삼진과 반대로 매년 상승곡선을 그렸다. 2012년 0.195에 불과했던 피안타율은 2015년 0.287까지 올랐으며(PCL리그 100이닝 이상 40명 중 22위), 같은 기간 이닝당 출루허용률도 0.92에서 1.33으로 급등했다(13위). 리그 수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상승분을 고려하더라도 페트릭의 구위는 실망스럽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제외한 나머지 구종에 대해서도 물음표가 붙는다. 페트릭은 우투수임에도 커리어 내내 우타자에게 더 약한 모습을 보였다. 단적으로 2015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255인 것에 반해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0.310에 달했다. 이는 우타자를 상대로 주로 구사하는 커브가 그리 믿을만하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 역시 땅볼을 끌어내기는 좋지만, 결정적인 순간 타자들의 헛스윙을 유도해낼 만한 ‘스트라이크 아웃 피치’는 아니라는 평가다.

 

미래

페트릭의 합류는 팀의 볼넷 억제력을 더욱 강화해줄 것이다. 작년 삼성 투수진은 5.64 ERA로 크게 고전하는 와중에도 볼넷 허용률 부문에서는 8.9%를 기록해 리그 3위에 올랐다. 일본에서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던 제구력이라면, 페트릭은 우리나라 타자들에게도 1루를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심판과 스트라이크 존 적응문제도 있겠지만, 올 시즌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 확대 문제가 대두하고 있는 만큼 페트릭에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악재도 있다. 페트릭의 구위로는 최근 극심한 타고투저 속에 있는 KBO리그를 압도하기 힘들다. 페트릭은 볼넷과 삼진이 모두 적기 때문에 인플레이 타구가 필연적으로 많을 수밖에 없는 투수다. 그렇다면 그 뒤를 받쳐줄 수비가 중요한데, 안타깝게도 작년 삼성의 평균 대비 수비 득점 기여 수치는 -2.14점으로 리그 7위에 그쳤다(1위 두산 23.92점). 삼성의 수비가 1년 사이 극적으로 좋아지지 않는 이상, 페트릭은 인플레이 타율(BABIP) 측면에서 불운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페트릭의 미래는 그가 라이온즈파크에서 피홈런을 견뎌내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작년 삼성은 리그 최다 피홈런(193개) 팀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외야로 향한 타구도 55.5%로 가장 많았으며, 땅볼/뜬공 비율 역시 리그 최하위인 0.89에 그쳤다. 문제는 페트릭이 작년 일본 1군에서 47.1이닝 10피홈런으로 예년과 다르게 유독 좋지 못했다는 점인데, 삼성으로서는 이것이 적은 등판으로 인한 일시적인 난조였다고 믿는 수밖에 없다.

<페트릭이 오기 전부터 상태가 나빴던 삼성 투수진>

종합하면 현재 페트릭에게는 우려와 의심의 물음표가 가득하다. 페트릭은 작년 일본 1군 무대에서 커리어 사상 최악의 부진을 겪었다. 피홈런과 평균자책점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9이닝당 삼진 수는 트리플A 시절보다도 적은 4.2개에 불과했으며, 피안타율은 3할대에 육박했다. 올해 KBO 외국인 선수 중 제일 적은 연봉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삼성의 외국인 투수였던 타일러 클로이드와 비슷한 성적표, 혹은 그 이하를 받는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45만 달러라는 금액이 말해주듯, 삼성은 페트릭에게 레나도에 이은 2, 3선발급 활약을 바랄 것이다. 하지만 삼성은 저스틴 저마노라는 좋은 기억도 가지고 있다. 페트릭이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살리는 한편 작년 부진까지 털어낸다면, ‘저마노 시즌 2’도 먼 나라 이야기는 아니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을 것이다. 5년 전, 페트릭은 자유계약 선수 출신이라는 선입견 속에서 묵묵히 자신을 증명해냈다. 올해는 외국인 선수 최저액이라는 선입견 속에서 당당히 자신을 증명해낼 차례다.

참조: Baseball America, Baseball Prospectus, Fangraphs, MiLB.com, NPB,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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