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롯데 자이언츠 파커 마켈

파커 마켈, 롯데 자이언츠
선발투수, 우투우타, 193cm, 100kg, 1990년 9월 15일생 (만 26세)

[야구공작소 오상진] 2016시즌 종료 후 롯데 자이언츠는 다소 부진했지만 2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둔 린드블럼과의 재계약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그러나 린드블럼이 선천성 심장병을 앓고 있는 딸을 위해 미국으로 돌아가면서 롯데와 그의 동행은 막을 내렸다. 린드블럼이 재계약 포기 의사를 밝힌 날 롯데는 90년생 우완 투수 파커 마켈의 영입을 곧바로 발표했다.

 

배경

마켈은 캘리포니아주 뉴포트비치 출신으로 애리조나 글렌데일의 마운틴 리지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그는 200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32라운드(전체 960순위)에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지명을 받았지만 계약을 거절하고 야바파이 칼리지로 진학했다. 2010년 다시 한번 드래프트에 나섰지만 1년 전보다 더 낮은 39라운드(전체 1181순위)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고 프로에 뛰어들었다.

지명 순위가 매우 낮았지만 마켈은 팀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순조로운 성장세를 보여줬다. 2010년 루키리그 7경기 2승 ERA 1.74를 기록한 마켈은 이듬해인 2011년 쇼트 시즌 싱글A에서 본격적으로 선발투수 수업을 받았다. 그는 13경기에서 3승 4패 ERA 3.14를 기록하며 선발전환 첫해를 성공적으로 마쳤고, 시즌 종료 후 베이스볼 아메리카(BA)가 선정한 탬파베이 유망주 순위 16위, 뉴욕-펜 리그 유망주 3위에 선정되었다.

마켈은 2012년 하위 싱글A 레벨에서도 24경기 모두 선발로 등판해 11승 5패 ERA 3.53의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120이닝을 소화하며 탈삼진은 96개로 많지 않았지만, 볼넷을 34개만 허용했고(BB/9 2.55개) 무엇보다도 피홈런이 6개에 불과했다(HR/9 0.45개).

그러나 2013년, 2시즌 연속 승승장구하던 마켈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상위 싱글A로 승격한 그는 18경기(16경기 선발)에서 4승 7패 ERA 6.37로 크게 부진하며 상승세가 꺾였다. 선발로 5이닝을 넘긴 경기는 9번에 불과했고 출전한 모든 경기에서 볼넷을 허용했다(BB/9 3.84개). 마켈이 선발로 뛰기는 힘들다고 판단한 탬파베이는 이듬해부터 그를 불펜투수로 전향시켰다.

불펜으로 전향한 마켈은 무난한 성적을 올리고도 매 시즌 무난하게 다음 레벨로 승격했다. 2014년에는 더블A로, 2015년에는 트리플A 진입에 성공했다. 2016년에는 탬파베이의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큰 인상을 남기지는 못했고, 다시 더블A 단계로 돌아가게 된다.

이후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한 마켈은 빠르게 트리플A로 다시 승격했고, 그곳에서 34경기 5승 3패 ERA 2.52의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6시즌을 마친 뒤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은 마켈은 젊은 나이에 빅리그 도전에 대한 꿈을 잠시 접고 롯데 자이언츠와 총액 52만 5천 달러에 계약을 맺으며 KBO리그의 문을 두드리게 되었다.

<파커 마켈 통산 기록>

 

스카우팅 리포트

마켈의 가장 큰 장점은 어린 나이와 빠른 구속이다. 마켈은 KBO 리그에 진출한 최연소 외국인 선수(1990년생)로 아직 만 26세에 불과해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다.

마켈은 시속 150km 중후반의 패스트볼을 던지는 강속구 투수다.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하면 평균 구속이 하락할 것을 고려해도 충분히 시속 150km 내외의 빠른 공을 던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켈의 패스트볼은 싱커성 무브먼트를 가지고 있어 땅볼 유도 능력도 좋은 편이다(통산 땅볼 아웃/뜬공 아웃 비율 1.30). 패스트볼의 움직임이 워낙 심해 제구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평을 들었을 정도다. 여기에 한때 탬파베이 유망주 최고의 구종으로 선정되었던 체인지업과 평균 수준의 슬라이더, 그리고 커브까지 다양한 구종을 던질 수 있다. 또, 9이닝당 피홈런이 0.46개에 불과할 정도로 홈런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이 있는 마켈에게는 큰 불안 요소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선발 경험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더블A에서 1경기 선발로 등판했지만 3이닝 동안 40구를 던진 것이 전부였고 이전의 선발 등판 경험을 찾으려면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그는 불안한 제구력 탓에 경기당 평균 5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불펜 전환 후에도 제구력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고 지난해 AAA에서는 9이닝당 3.56개의 볼넷을 내주며 불안한 모습을 보여줬다. 제구가 불안한 강속구 투수들이 장점으로 내세우는 탈삼진 능력도 아주 좋은 편은 아니었다(마이너리그 통산 K/9 7.31).

스리쿼터 폼으로 투구하는 마켈은 스트라이드 폭이 좁고 투구 동작이 불안정해 릴리즈 포인트가 일정하게 고정되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투구 폼이 일정하지 않다는 것은 선발투수에게 치명적인 단점이 될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화에서 뛰었던 파비오 카스티요는 KBO리그에서 가장 빠른 공을 던졌지만(패스트볼 평균 구속 시속 152.3km, 75이닝 이상 기준) 거친 투구 폼으로 볼넷을 남발하며 무너졌다(BB/9 4.29개). 마켈 역시 아무리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해도 기본적인 제구가 잡히지 않으면 KBO리그에서의 성공을 기대할 수 없다.

 

미래

마켈은 전임자인 린드블럼과 많은 비교가 될 수밖에 없는 처지에 있다. 몸값이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고(마켈 52만 5000달러/린드블럼 120만 달러) 성적도 크게 기대하지 않는 구단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켈과 린드블럼의 마이너리그 통산 성적 비교>

두 선수는 큰 키에서 던지는 강속구를 지녔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스타일은 전혀 다르다. 린드블럼이 힘으로 상대를 누르고 삼진과 뜬공을 만들어내는 타입이었다면 마켈은 땅볼을 유도하는 스타일이다. 린드블럼은 홈런 파크팩터가 높은 사직구장(최근 3시즌 1136, 전체 1위)과의 궁합이 좋지 않을 때도 있었는데(피홈런 28개 1위), 이 점에서는 마켈이 좀 더 나을 수도 있다. 다만 수비범위가 넓지 않은 1루수 이대호, 실책이 많은 2루수 정훈, 아직 KBO 무대에서 수비가 검증되지 않은 앤디 번즈로 구성될 롯데의 내야가 마켈을 얼마나 도와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린드블럼이 해줬던 이닝이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린드블럼은 2015시즌 리그 최다인 210이닝(경기당 6.6이닝)을 소화했고 부진했던 지난해에도 177.1이닝(경기당 5.9이닝)을 소화했다. 린드블럼은 KBO 리그 진출 직전 2시즌을 대부분 선발로 등판(37경기 34선발)했지만, 마켈은 최근 3시즌 동안 불펜으로만 뛰었다(1경기 선발). 때문에 마켈이 갑자기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선발 투수로 변할 것인지 우려를 지울 수 없다.

마켈의 비교 대상으로는 지난해 SK의 대체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브라울리오 라라를 떠올릴 수 있다. 빠른 구속, 땅볼 유도에 집중하는 투구, 불펜 위주의 경력, 좋지 않은 제구력 등 라라와 마켈은 여러 면에서 닮은 꼴이다. 선발 이력이 좀 더 많다는 점을 빼면 과거 삼성에서 뛴 아네우리 로드리게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라라와 로드리게스는 모두 빠른 구속을 무기로 KBO리그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국 인상 깊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마켈 역시 완성형 투수라고 볼 수는 없지만, ‘바로 그 라이언 사도스키’가 마켈을 선택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마켈이 과연 저비용 고효율의 성공 사례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출처: Baseball America, Baseball-Reference, Fangraphs, MiLB.com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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