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스캇 다이아몬드

스캇 다이아몬드, SK 와이번스
선발투수, 좌투좌타, 191cm, 93kg, 1986년 7월 30일생

[야구공작소 봉상훈] SK 와이번스는 김광현의 이탈에도 에이스 메릴 켈리를 붙잡으며 선발진의 기둥 하나를 단단히 세웠다. 또 하나의 기둥이 되어야 할 외국인 투수는 메이저리그 미네소타 트윈스와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을 거친 스캇 다이아몬드로 일찌감치 결정됐다. 다이아몬드는 지난해 대체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브라울리오 라라와 여러모로 대조되는 프로필을 가진 선수다.

 

배경

다이아몬드의 프로 입문기는 순탄치 않았다. 좋은 신체조건에도 구위와 잠재력에서 큰 점수를 받지 못한 다이아몬드는 2008년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으로부터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는 KBO리그의 육성선수와 같은 개념으로 애틀란타와 자유계약을 맺으며 가까스로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는 대학생 시절 전혀 주목 받지 못했지만 프로 데뷔 이후 서서히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8년에는 마이너리그 하위 싱글A와 상위 싱글A 단계에서 152.2이닝동안 2.89 ERA를 기록하며 애틀란타 상위 싱글A팀 ‘올해의 투수’로 호명됐다. 이후 그는 2010년까지 마이너리그에서 442.1이닝 3.28ERA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으며 트리플A까지 승격하여 메이저리그에 다가섰다.

2011년을 앞두고 다이아몬드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변한다. 다이아몬드의 잠재력을 눈여겨봤던 미네소타가 그를 룰5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것이다. 시범경기를 진행하면서 미네소타는 다이아몬드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하기엔 아직 무리라고 판단했다. 룰5 드래프트 지명자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되지 않으면 이전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미네소타는 트레이드로 다른 선수를 내보내 다이아몬드의 자리를 만들며 그의 소유권을 가져왔다. 우여곡절 끝에 2011년을 미네소타 산하 마이너리그에서 시작한 다이아몬드는 그 해 7월 18일, 클리블랜드와의 더블헤더 경기 2차전에서 선발투수로 등판하며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뤘다.

다이아몬드에게 2012년은 최고의 한 해였다. 2012년 다이아몬드는 다시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지만 6경기에서 34.2이닝 3.12ERA의 뛰어난 성적을 거둬 5월에 다시 메이저리그로 복귀했다. 이후 그는 첫 2경기에서 14이닝 10삼진 1볼넷 무실점으로 인상적인 피칭을 보였으며 7월까지 1번의 완봉승을 포함, 15경기에서 100이닝을 소화하며 9승 4패와 2.88의 ERA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시즌 최종 성적은 27경기 173이닝 12승 9패 3.54 ERA였다.

하지만 그의 성공 신화는 더 이어지지 못했다. 2013년에는 131이닝동안 6.05의 ERA를 기록하는 극심한 부진으로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갔으며, 결국 2014년 7월 미네소타에서 방출을 당했다. 이후 그는 신시내티, 탬파베이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2015년까지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토론토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2016년에도 메이저리그에 단 1경기에 등판해 1이닝 3실점을 기록한 것이 전부였고, 그 뒤로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이후 메이저리그 도전이 더 이상 힘들어졌다고 판단한 다이아몬드는 SK 와이번스와 계약을 하며 KBO리그라는 새로운 무대로의 도전을 택했다.

<스캇 다이아몬드 마이너리그 & 메이저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대학 시절에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던 다이아몬드가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한 것은 평균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그의 구위 때문이었다. 투심도 아닌 포심 패스트볼을 평균 142km/h 정도로 던지는 다이아몬드를 두고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통하지 않을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아몬드가 메이저리그에 데뷔할 수 있었던 건 아이러니하게도 바로 이 포심 패스트볼 덕분이었다. 다이아몬드는 메이저리그 통산 50.0%의 준수한 땅볼 비율을 기록했다. 비결은 평범한 그립을 쥐고 던지는 포심 패스트볼이 커터처럼 끝에서 살짝 휘는 데 있었다. 그의 패스트볼 움직임이 가장 좋았던 2012년의 땅볼 비율은 53.4%였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당시 최고의 성적을 기록할 수 있었다.

또한 다이아몬드는 제구력에서 큰 강점을 갖고 있다. 마이너리그에서 9이닝당 허용 볼넷 개수(BB/9)는 2.4개로 수준급이었고, 메이저리그 승격 이후 부진한 와중에도 BB/9는 2.3개로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성기였던 2012년에는 1.6개의 뛰어난 기록을 내기도 했다. 당시 다이아몬드는 인터뷰에서 공을 낮게 던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는데, 실제로 그가 던진 공은 대부분 스트라이크 존의 하단부에 집중적으로 꽂힌 것으로 나타났다. 낮게 공을 던진 덕에 다이아몬드는 많은 땅볼을 솎아낼 수 있었다.

<다이아몬드의 메이저리그 투구 분석>

하지만 유망주 시절부터 지적된 뒤떨어지는 구위는 커리어 내내 다이아몬드의 발목을 잡았다. 다이아몬드의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전혀 압도하지 못했다. 마이너리그 시절 9이닝당 탈삼진 개수(K/9)는 6.2개로 인상적이지 않았고, 메이저리그에서도 K/9 4.2개로 최하위권에 위치했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2년에도 9이닝당 탈삼진은 4.68개에 불과했다. 같은 해 정규 이닝을 채운 85명의 선발투수 중 다이아몬드보다 K/9 숫자가 적었던 투수는 두 명뿐이었다.

평범하고 단조로운 구종은 다이아몬드의 또다른 약점이다. 다이아몬드의 레퍼토리는 포심 패스트볼, 커브, 체인지업이다. 패스트볼 다음으로 많이 던지는 커브의 구속은 평균 130km/h 가량인데, 이는 다른 투수들의 커브보다 확실히 빠른 편이다. 패스트볼과 구속 차이가 적기 때문에 타이밍 싸움보다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지만, 움직임이 밋밋한 탓에 다이아몬드의 커브는 좋은 구종으로 자리잡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다이아몬드는 시즌이 진행될수록 패스트볼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이아몬드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60% 이상의 공을 패스트볼로 던졌다. 커브,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쓰지 못했기 때문이다. 패스트볼의 종류 역시 평범한 포심 패스트볼이 전부였다. 다이아몬드가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지 못한 것은 이 때문이다. 한국 타자들은 평범한 포심 패스트볼을 치는 데 익숙하다. 다이아몬드의 패스트볼이 한국 타자들을 압도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미래

선발투수의 성공 여부를 가늠할 때 구위보다는 제구력을 중시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다이아몬드의 구위는 지금까지 KBO리그를 방문한 외국인 투수들 중에서도 가장 나쁜 편에 속한다. 다이아몬드가 메이저리그에서 주로 뛴 것은 2011년에서 2013년까지인데, 이 기간 300이닝 이상을 던진 선발투수 중 그보다 패스트볼 구속이 낮았던 투수는 단 17명 밖에 없었다. 17명 중 대부분은 배리 지토, 마크 벌리와 같은 노장이었으며 너클볼러 R.A 디키도 있었다. 당시 20대 중반이었던 다이아몬드의 구위는 그만큼 뒤떨어졌다.

지금까지 많은 투수들이 구위 대신 제구력과 경기 운영 능력을 앞세워 한국 무대에 도전했다. 그러나 대부분 그 결과가 좋지 못했다. 지난해 슈가 레이 마리몬과 요한 피노를 택했던 kt 위즈의 실패가 대표적이다. 극심한 타고투저 환경과 메이저리그보다 수비력이 뒤처지는 야수들이 기다리는 KBO리그에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고 땅볼을 유도해야하는 다이아몬드의 투구 전략은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다행히도 한국 무대에는 다이아몬드보다 느린 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롱런하고 있는 유희관이라는 투수가 있다. 유희관은 다이아몬드보다 더 느린 130km/h의 패스트볼을 던지면서도 9이닝당 5.6개의 탈삼진, 2.7개의 볼넷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여러모로 다이아몬드의 미국 시절과 닮아 있다.

유희관이 느린 공으로도 KBO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스트라이크 존 바깥쪽을 정교하게 파고들고, 때로는 과감한 몸쪽 승부로 타자들의 타이밍을 뺏어낸 덕분이었다. 그 바탕에는 공을 원하는 대로 던질 수 있는 뛰어난 제구력이 있었다. 다이아몬드 역시 KBO리그에서 성공하기 위해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인 뛰어난 제구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만 삼진이 적은 다이아몬드에게 타자친화구장인 인천SK 행복드림구장은 반갑지 않은 곳이 될 수 있다. 타고투저가 극심한 한국무대에서는 땅볼 유도에 능한 다이아몬드의 강점이 더욱 발휘되어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SK의 새로운 유격수 대니 워스는 수비에서 큰 허점을 보였던 SK의 전 유격수 헥터 고메즈보다 좋은 유격수가 될 가능성이 크며, 이는 다이아몬드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결국 다이아몬드의 성공여부는 뛰어난 제구력으로 부족한 구위를 얼마나 메울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과연 다이아몬드가 제 2의 유희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2017시즌 그의 피칭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참고: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Milb.com, Baseball Savant,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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