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SK 와이번스 대니 워스

대니 워스, SK 와이번스
내야수, 우투우타, 185cm, 88kg, 1985년 9월 30일생

 

[야구공작소 이상희] 지난 시즌의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뚜렷하게 명암이 갈리는 활약을 남긴 선수는 SK의 헥터 고메즈였다. 21개의 홈런과 16개의 도루는 유격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면 아주 돋보이는 기록이었지만, 0.325의 아쉬운 출루율과 빈번한 실책은 이 모든 장점들을 퇴색시키고 말았다. 결국 고메즈는 재계약에 성공하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두 번의 실수는 저지르지 않겠다는 SK 프런트의 의지였을까. 새로운 외국인 타자 대니 워스의 프로필은 고메즈와는 사뭇 다른 인상을 준다. 그간의 이력으로 본 워스는 전임자 고메즈의 단점들과는 여러모로 거리가 먼 선수다.

 

배경

페퍼다인 대학교를 졸업한 워스는 2007년 신인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전체 91순위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에 지명 받으면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계약금 37만 8천 달러). 2008년 1월에는 베이스볼 아메리카가 선정한 디트로이트 타이거즈의 유망주 순위에 8번째로 이름을 올렸고, 팀의 모든 유망주들 가운데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받았다. 당시 디트로이트의 유망주 사정이 30개 구단 중 27번째에 위치했을 정도로 좋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더라도, 워스가 팀내에서 나름대로 주목받는 유망주였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프로 입단 후 첫 시즌이었던 2007년, 워스는 상위 싱글A에서 51경기에 출장하면서 .251/.325/.363의 매우 아쉬운 타격 성적을 남겼다. 2년차였던 2008년에는 어깨에 염증이 발생하면서 가장 큰 무기였던 수비에까지 빨간 불이 들어왔다. 2008년 한 해 동안 워스가 더블A와 트리플A에서 80경기를 소화하면서 저지른 실책의 개수는 무려 18개에 이른다. 워스가 2라운드에서 지명 받을 수 있었던 이유가 주로 수비력에 있었음을 감안하면, 이 어깨 부상은 실로 커리어 전체를 어그러뜨릴 뻔한 치명적인 위협이었다. 부상은 워스의 공격력에도 나쁜 영향을 미쳤다. 다음 해인 2009년, 워스는 더블A와 트리플A를 오가면서 0.589의 처참한 OPS를 기록하고 말았다.

프로 4년차였던 2010년, 트리플A에서 다소나마 개선된 성적을 기록하기 시작한 워스는 5월 무렵 드디어 빅리그에 첫 선을 보였다. 그러나 처음으로 마주한 빅리그는 혹독했다. 39경기에 나서서 .255/.295/.358, 2홈런의 초라한 성적을 남겼고, 발에도 부상을 당하는 등 순탄치 못한 시즌을 보냈다. 이후로도 워스는 이렇다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한 채 2014년까지 계속해서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를 오갔다.

2014시즌을 마치고 마이너리그 FA 자격을 얻은 워스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15년, 애리조나 산하의 트리플A 팀에서 399타석에 출장하여 .314/.394/.469을 기록하며 커리어 최초로 0.800 이상의 시즌 OPS를 기록했다. 이듬해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워스는, 이번에도 트리플A에서 84경기에 나서 0.955의 OPS를 기록하며 또 한 번의 커리어 하이 시즌을 작성했다.

이 급격한 상승세에 주목한 휴스턴은 지난 시즌 도중 워스를 좌완 상대의 플래툰 겸 유틸리티 선수로 활용하기 위해 메이저리그로 불러 올렸다. 그리고 워스는 16경기, 40타석이라는 짧은 기회 동안 0.431의 OPS를 기록하는 데 그치면서 끝끝내 메이저리그 정착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이번 시즌, 워스는 SK 와이번스와 70만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가 아닌 KBO리그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게 되었다.

<최근 7년간 마이너리그 & 메이저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워스는 강점과 약점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선수다. 최대의 강점은 내야의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전반적인 수비력이 뛰어나다는 점이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본 경험이 있는 워스는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주로 유격수(323 ⅓이닝)와 2루수(379이닝)를 오가며 활약했다. 수비 지표도 준수한 편이었다. 워스의 메이저리그 통산 유격수, 2루수 부문 UZR은 각각 3.0과 3.5로 모두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반면, 지난해 SK의 주전 유격수로 활약했던 고메즈의 메이저리그 통산 UZR은 -1.1에 불과하다.

워스와 고메즈의 수비력이 가장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영역은 바로 평범한 타구 처리에서의 안정감이다. Inside Edge Fielding*의 Routine 타구 처리율에 따르면, 워스는 유격수 자리에서 100%의 통산 처리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메즈는 같은 조건에서 91.9%라는 좋지 않은 기록을 남겼다. 이러한 경향이 국내에서도 이어진다면, SK의 팬들이 유격수의 황당무계한 실책 탓에 뒷목을 잡을 일은 작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 Inside Edge Fielding: 야수들의 수비를 전부 기록한 뒤 타구의 난이도에 따라 6가지 구간으로 성공률을 분류한 것. 평균적인 야수로서는 결코 처리할 수 없는 공은 Impossible(0%), 평균적인 야수 누구라도 처리할 수 있는 공은 Routine(90-100%)이라 칭한다.

<유격수 & 2루수 통산 성적>

워스의 또 다른 강점은 근래 들어 급격히 상승한 컨택트 능력이다. 그전까지 커리어 내내 시즌 3할 타율을 달성해보지 못했던 워스는, 지난 2015년을 기점으로 타격 자세에 변화를 주면서 완전히 다른 타자로 변신했다. 그 핵심은 레그 킥의 추가를 통한 변화구 대처 능력의 향상에 있었다. 보강을 마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워스는 트리플A에서 0.314와 0.330의 빼어난 타율을 기록했다. 그동안 그가 활약했던 퍼시픽 코스트 리그(PCL)의 평균 타율은 0.272, 0.269에 그쳤다. PCL보다 훨씬 심한 타고투저가 이어지고 있는 KBO리그의 상황을 생각하면, 워스의 향상된 컨택트 능력은 한국 무대에서도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워스는 전임자인 고메즈와는 대조적으로 볼넷을 잘 얻어내는 유형의 타자이다.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래 3527타석에 들어서서 351개의 볼넷을 골라내면서 메이저리그 평균보다 높은 9.9%의 볼넷 비율을 기록해왔고, PCL로 소속을 옮긴 최근 2년 동안에는 13.0%에 이르는 수준급의 볼넷 비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단, 프로 통산 삼진 비율 역시 22.8%로 평균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다.

강점이 있으면 약점도 있는 법이다. 워스가 지닌 최대의 약점은 바로 타석에서의 파워다. 이는 베이스볼 아메리카에 의해 팀내 8위의 유망주로 선정되었던 2008년 당시의 스카우팅 리포트에서도 확인해볼 수 있다. 수비와 갭 히팅(외야로 2루타성 타구를 보내는 타격)은 좋은 평가를 받은 반면, 빈약한 장타력은 약점으로 지목 받았다. 실제로 워스가 프로 생활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때려낸 홈런의 개수는 45개에 불과하다. 그동안 워스는 3617차례나 타석에 들어섰다(메이저리그 통산 332타석 2홈런). 커리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을 선보였던 지난 2년 동안에도 홈런의 개수는 도합 17개에 그쳤다.

또 다른 약점은 부족한 도루 능력이다. 지금까지 마이너리그에서 10시즌을 활약하는 동안 워스가 기록한 도루의 개수는 86개에 불과하다. 때문에 높은 출루율에도 불구하고 리드오프로서 최적의 역량을 갖췄다고 평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20개 이상의 도루를 기록했던 전임자 고메즈에 비교해보아도 확실히 아쉬움이 남는다.

 

미래

대니 워스는 이번 시즌 SK 와이번스에서 리드오프 겸 주전 유격수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수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 만큼 필요에 따라 다양한 위치에서 활용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훌륭한 타격을 바탕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대부분의 KBO리그 외국인 타자들에 비하면 타석에서의 기대치는 높아 보이지 않는다. 워스의 프로필을 바탕으로 판단했을 때, SK가 현재 워스에게 기대하고 있는 역할은 압도적인 중심 타자가 아니라 가려운 곳을 긁어줄 맞춤형 선수에 가까워 보인다.

지난 시즌, SK는 리그 2위에 해당하는 182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고도 팀 득점에서는 리그 9위로 크게 처지고 말았다. 가장 큰 문제는 리그 9위로 곤두박질한 출루율이었다. 특히 1번 타순의 출루율은 리그 최하위(0.332)를 기록하면서 1위를 차지한 NC(0.395)와 6푼 이상의 극명한 차이를 보여주었다. 이 저조한 출루율의 중심에 바로 헥터 고메즈가 있었다. 1번 타자로 나선 313타석에서 고메즈는 0.334의 저조한 출루율을 남기는 데 그쳤다.

그에 비하면 출루율에 강점이 있는 워스가 고메즈를 대신해서 테이블 세터로 나서는 올 시즌 SK 타선의 짜임새는 기대해볼 만하다. 높은 출루율에 비하면 주루 능력이 다소 아쉬운 워스지만, 작전수행능력 역시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상위타선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휴스턴 시절 코치로서 그를 지켜보았던 힐만 감독의 ‘스마트한 선수’라는 평가가 이를 뒷받침한다.

<SK 와이번스 2014~16시즌 주전 유격수 / 2루수>

타석이 아닌 그라운드에서도 워스의 영입은 SK에게 안성맞춤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와 유격수 박진만이 팀을 떠난 이래, 키스톤 콤비의 수비력은 SK의 고질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되어 왔다. 예컨대, 2015년에는 김성현이 유격수 자리에서 리그 최다 실책(23개)을 저지르면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김성현을 2루로 보내고 고메즈를 유격수로 기용한 2016년에도 유격수 최다 실책이라는 불명예는 여전히 SK의 몫이었다. 고메즈는 김성현보다도 두 개 많은 25개의 실책을 범하며 팀의 기대를 완벽하게 배반하고 말았다.

반면, 워스는 다양한 부위의 부상으로 고생했던 전력이 있기는 해도 수비력만큼은 데뷔 무렵부터 정평이 나 있던 선수다. 고메즈의 아쉬운 활약으로 내야진의 수비 안정감이 ‘마이너스’까지 내려가 있었던 SK의 경우에는, 워스가 평균 수준의 수비만 해주더라도 확실한 개선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관건은 어깨와 발 등의 부상 이력을 재현하지 않는 데 있다.

결국 워스가 해내야 할 과업은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내야 수비의 안정화이고, 다른 하나는 리드오프로서 최대한 많은 출루에 성공하는 것이다. 다른 구단의 거포형 타자들처럼 강력한 파워를 뽐내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다. 과연 워스는 SK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줄 해결사가 되어줄 수 있을까.

 

참고: Baseball-Reference, Baseball Prospectus, Baseball America, Fangraphs,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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