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IA 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

로저 버나디나, KIA 타이거즈
중견수, 좌투좌타, 188cm, 95kg, 1984년 6월 12일생

 

[야구공작소 봉상훈] ‘효자 외국인’ 브렛 필이 정든 광주를 떠났다. 그러나 KIA는 최형우 영입에 성공하며 2017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정조준했다. 필을 대신해 타이거즈의 11번째 우승을 도울 외국인 타자가 누구일지 많은 팬들이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그 주인공은 빠른 발과 뛰어난 수비 실력을 자랑하는 중견수 로저 버나디나였다.

 

배경

버나디나는 네덜란드령인 퀴라소 출신으로 고등학교 졸업 직후인 2001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자유계약으로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하며 프로 무대에 입문했다. 드래프트에 지명되지 못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그렇듯, 그는 주목 받는 유망주는 아니었으며 마이너리그 성적 또한 좋지 못했다. 그는 뛰어난 유망주들이 보통 1년 정도를 뛰고 승격하는 싱글A 리그에서 부진으로 인해 3년을 뛰었다. 2007년까지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것은 싱글A에서 0.233/0.356/0.369의 타율/출루율/장타율과 12홈런의 성적을 기록한 2005년 정도였다.

하지만 2008년에 더블A, 트리플A를 거치면서 120경기 0.335/0.400/0.490 9홈런으로 성적이 갑작스럽게 좋아졌다. 이때 워싱턴의 외야수 래스팅스 밀리지가 부상을 당하며 빈 자리에 버나디나가 들어갔다. 이렇게 그는 감격스러운 메이저리그 데뷔를 이뤄냈다. 그는 2009년 엄청난 중견수 수비로 ‘샤크(The Shark)’라는 별명을 얻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수비로 발목이 골절되는 큰 부상을 당하며 이 해 단 3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는 2010년부터 메이저리그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워싱턴은 2연속 100패를 당하는 등 대대적인 리빌딩을 진행 중이었는데, 그 덕분에 버나디나와 같이 비교적 나이가 많은(당시 만 26세) 유망주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졌다. 그는 타석에서는 거의 활약을 못했지만 외야 세 포지션에서 모두 나쁘지 않은 수비를 보여줬다. 수비 실력 덕에 그는 꾸준히 경기에 출장했으며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시즌 동안 총 1309타석을 소화했다(4시즌 성적 0.241/0.308/0.365 27홈런 25도루).

그러나 그의 연차가 쌓여가자 구단은 능력 이상의 연봉 지급을 기피했다. 연봉조정 자격을 갖춘 그는 어디까지나 공격력이 좋지 못한, 나이가 들어가는 백업 외야수였다. 결국 그는 2013년부터 2년 동안 워싱턴, 피츠버그, 신시내티, 다저스까지 무려 4팀을 옮겨 다녔으며 2014년 이후로는 더 이상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는 최근 2년간 콜로라도와 메츠 산하의 트리플A 팀에서 뛰었다. 이 기간에는 OPS 0.850에 가까운 성적에 2년 동안 홈런도 25개를 기록하는 등 꽤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나이와 과거 성적 때문인지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했고, 결국 2017년 그는 85만달러에 KBO리그의 KIA 타이거즈와 계약을 하며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로저 버나디나 최근 6년간 마이너리그 & 메이저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KBO리그에서 가장 선호하는 외국인 타자는 일발 장타를 갖춘 유형이다. 버나디나는 이런 유형의 타자와는 거리가 있는 선수다. 13년에 걸친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그가 기록한 통산 장타율은 0.404에 불과하며, 홈런 역시 4300타석에서 때려낸 80개가 전부다. 물론 지난 2년 동안 트리플A에서는 0.466의 장타율에 25홈런을 기록했다. 하지만 그가 뛴 트리플A 퍼시픽 코스트 리그는 작년 한 해에만 300타석 기준으로 0.500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가 무려 22명이 나온 곳이다. 따라서 최근에 그의 장타력이 좋아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컨택트 능력도 평범한 수준이다. 마이너리그 통산 타율은 0.270에 불과하며, 3할을 넘긴 시즌도 ‘플루크 시즌’으로 보이는 2008년이 유일하다. 마이너리그에서 타격에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평균 이하의 타격 성적을 기록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승격 후에는 배트스피드가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고, 빠른 공에 영민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 오는 대부분의 외국인 타자들이 최소한 마이너리그에서만은 뛰어난 타자였음을 생각하면, 그의 타격 성적은 긍정적인 신호가 아니다.

그러나 돋보이지 않는 타격 실력에도 불구하고 그는 메이저리그에서 7년이란 긴 시간을 버텨냈다. 그의 가장 뛰어난 장점이었던 수비력 덕분이었다. 그는 외야의 세 포지션을 넘나들며 모든 곳에서 준수한 수비력을 보여주었는데, 덕분에 포지션을 가리지 않아야 하는 백업 외야수로서는 최적의 선수였다. 수비지표로 볼 때 중견수로는 평균 이하, 좌익수로 뛸 때 가장 좋은 기록을 냈지만 실제 경기에서는 중견수로도 나쁘지 않은 수비력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많이 소화한 수비 포지션도 중견수였다.

<버나디나 포지션 별 수비 기록(메이저리그)>

다른 강점으로는 선구안을 꼽을 수 있다. 그는 메이저리그에서도 8.2%의 준수한 볼넷 비율을 기록했으며, 마이너리그에서는 매년 10% 이상의 볼넷 비율을 유지했다. 삼진 비율도 다소 높은 편이지만 삼진을 당하더라도 볼넷을 통해 부족한 타율을 보충할 수 있는 유형의 타자다.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던 2012년에는 10.7%의 볼넷 비율과 함께 0.372의 수준급 출루율을 보여주기도 했었다(2012시즌 0.291/0.372/0.495 5홈런 15도루).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도 가장 큰 장점은 주력이다. 그는 메이저리그 7시즌 동안 121개의 도루를 기록하면서도 무려 91.0%에 달하는 도루 성공률을 기록했다(도루실패는 12개). 마이너리그 기록까지 더하면 그의 도루는 15시즌 동안 총 590개가 되는데, 실패는 고작 80개에 불과했다(도루성공률 88.1%). 적어도 도루 능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뛰어난 주력 덕분에 그는 경기 후반 대주자로서도 많은 기회를 받았으며 때때로 1, 2번 타자로 출전하기도 했다.

 

미래

버나디나는 KIA 타이거즈의 타선에서는 리드오프를, 수비 시에는 주전 중견수로 뛰게 될 것이다.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들은 대체로 높은 타격 성적을 요구 받는다. 그가 기대치를 충족시킬 지는 미지수다. 그보다 미국에서 훨씬 좋은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KBO리그에 적응하지 못하고 방출 당하는 외국인 타자들도 부지기수였다. 특히나 지난 3년 동안 0.316/0.362/0.521 61홈런 34도루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한 필의 대체자이기 때문에 그가 받는 부담감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KIA가 그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많은 홈런을 기록하는 중심 타자가 아닌 안정적인 수비를 선보이는 중견수와 빠른 발을 이용한 리드오프 타자다. KIA는 2016시즌에 장타율 3위, 홈런 3위를 기록할 만큼 장타력에서 크게 부족한 팀이 아니었다. 더구나 이번 겨울에는 2016시즌 최고의 타자였던 최형우를 FA로 영입했다. 때문에 버나디나가 필에 비해서 장타력이 부족하더라도 전반적인 공격력에는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KIA 중견수들의 2016시즌 성적>

또한 2016년 KIA의 중견수들은 0.268/0.332/0.375 9홈런 24도루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은 모두 리그 9위였으며 OPS는 리그 10위에 해당했다. 전임자들의 성적이 초라하기 때문에, 그가 중견수로 뛰면서 무난한 타격 성적을 기록하더라도 지난해보다 타선이 업그레이드될 것은 확실하다.

수비와 주력은 리그가 바뀌더라도 그 밑바탕이 흔들리지 않는다. 그의 수비, 주루 실력도 KBO리그에서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결국 그의 성공 여부는 리드오프로서 기록할 출루율과 도루의 숫자에 달려있다.

KIA에게 있어 최상의 시나리오는 그가 제2의 야마이코 나바로가 되는 것이다. 백업 내야수였던 나바로는 그와 비슷한 마이너리그 성적을 기록했고, 메이저리그 성적은 훨씬 좋지 못했다. 하지만 나바로는 한국에서 2시즌 동안 79홈런을 기록하며 KBO리그 최정상급 타자가 되었다. 미국에서의 성적이 KBO리그 성적과 같지 않음은 한국을 방문한 수많은 외국인 타자들의 사례로부터 입증되었다. 만약 그가 나바로와 같은 반전을 이뤄낸다면 KIA는 그토록 원하던 공수주 3박자를 갖춘 중견수를 가지게 될 것이다.

 

출처: Baseball-Reference, Fangraphs, MiLB.com, Baseball America,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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