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KBO리그 외국인 선수 스카우팅 리포트 – KIA 타이거즈 팻 딘

※ 야구공작소에서는 2017시즌을 맞이해 KBO리그를 새롭게 찾은 외국인 선수들의 스카우팅 리포트를 준비했습니다. 첫 번째 주자는 KIA 타이거즈의 투수 팻 딘입니다.

 

팻 딘, KIA 타이거즈
선발투수, 좌투좌타, 185.4cm, 88.5kg, 1989년 5월 25일생

[야구공작소 김형준] 대형 FA 최형우를 영입하고, 토종 에이스 양현종과 재계약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인 KIA 타이거즈가 일찌감치 영입한 외국인 투수는 팻 딘이었다. 딘은 지난 시즌 미네소타 트윈스에서 활약한 선수로 헥터와 양현종을 잇는 3선발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된다.

 

배경

미국 코네티컷 주 출신으로 보스턴 대학에 재학하던 팻 딘은 2010시즌 드래프트에서 3라운드 전체 102순위로 미네소타 트윈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는 당해 봄에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을 결장한 탓에 애당초 예상하던 드래프트 순위보다 꽤 밀려난 것이었다. 팀에서도 딘의 부상 전력을 감안하여 데뷔 시즌을 무리시키지 않았으며(29.1이닝), 2승 2패 2.1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준수한 프로 첫 시즌을 마쳤다(2010시즌 루키 레벨).

그러나 이후 딘의 활약은 인상적이지 않았다. 상위 레벨로 올라갈수록 삼진 비율이 감소했으며 구위가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2014시즌 중 가장 좋았던 시즌의 평균자책점조차 3.99밖에 되지 않았으며(2012시즌), 상위 레벨로 승격되었다가도 결국에는 강등되기를 반복하여 좀처럼 낙관적인 전망을 하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딘에게 변화가 일어난 것은 2014시즌이 끝난 뒤 도미니카 겨울리그에서였다. 슬라이더를 날카롭게 다듬었고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 방법을 익혀나갔다. 겨울리그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딘은 2015시즌에 179이닝 12승 11패 평균자책점 2.82(리그 5위)를 기록하며 커리어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놀라운 점은 이 성적을 더블A보다 상위 레벨인 트리플A에서 거두었다는 점이다. 당시 미네소타는 어빈 산타나의 금지약물 적발과 리키 놀라스코의 부상으로 트리플A 소속 선발투수를 빅리그로 승격시켰는데, 공석이던 트리플A 선발 자리를 딘이 완벽하게 꿰찼던 것이다. 더블A에서 뛸 예정이던 딘은 트리플A로 배정된 행운을 놓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록하며 빅리그의 이목을 끌게 되었다.

2016시즌 초반에도 트리플A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준 딘은 5월 11일 고대하던 메이저리그에 데뷔하였다. 데뷔 후 첫 네 번의 등판에서 3.43의 평균자책점, 이닝 당 1개 수준의 탈삼진을 기록했지만 인상적인 활약은 여기까지였다. 이후 네 경기에서는 이닝 당 탈삼진이 아닌 실점이 1에 육박하며 결국 트리플A로 강등되었다. 시즌 후반에도 기회를 얻었지만 딘의 메이저리그 데뷔 시즌은 67.1이닝 1승 6패 평균자책점 6.28라는 별 볼 일 없는 성적으로 끝을 맺었다.

시즌이 끝난 뒤 딘은 40인 로스터에서 방출되었으며, 이후 타 팀의 부름을 받지 못했다. 2016년 11월 27일, 마침내 딘은 미네소타와 자매구단인 KIA 타이거즈와 90만 달러에 계약하며 새로운 도전을 택했다.

 

스카우팅 리포트

표1. 딘의 프로 통산 성적

딘은 장단점이 명확한 투수이다. 우선, 단점은 구위과 구속이다. 딘의 마이너리그 통산 9이닝 당 탈삼진 수는 5.3개밖에 되지 않는다(표1).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이 투수가 상위 레벨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의 판단 기준으로 탈삼진 능력에 가중치를 두는 것을 감안하면 이 수치는 치명적인 결점이다. 이때까지 KBO리그에서 성공을 거둔 외국인 투수들이 기본적인 구위와 탈삼진 능력을 갖추었다는 점을 떠올려보면 더욱 그러하다.

삼진을 많이 솎아내지 못한 것은 상대적으로 느린 구속의 영향도 있다. 팬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시즌 딘의 포심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시속 89.4마일(143.9km)로 여타 외국인 선수들에 비해서도 떨어지는 수치를 기록하였다. 위안거리라면 KBO리그 패스트볼 평균 구속인 시소 141.5km보다 딘이 시속 2~3km 빠른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반면 딘의 가치는 칼 같은 ‘컨트롤’에서 나온다. 부족한 탈삼진 능력을 볼넷 억제력으로 극복하는데, 통산 306.1이닝을 활약했던 트리플A에서 9이닝 당 1.76개의 볼넷만 허용한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는 아주 우수한 볼넷 억제력으로, 이때까지 KBO리그에서 활약한 외국인 투수들 중 트리플A 통산 9이닝 당 허용 볼넷이 2개도 안되는 투수들은 세 명밖에 되지 않는다(JD마틴, 찰리 쉬렉, 저스틴 저마노).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에서도 9이닝 당 3개 꼴의 볼넷을 내주며 준수한 모습을 보였으며, 이는 환경이 다른 리그에서도 빠른 적응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줄 안다는 장점도 있다. 주무기로는 시속 135~138km에 이르는 슬라이더를 구사하며 커터, 체인지업, 커브를 섞어 던진다. 유망주 시절에는 체인지업이 평균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며, 도미니카 겨울리그에서 갈고 닦은 슬라이더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을 상대로도 헛스윙을 유도했다. 스트라이크 존 경계를 넘나드는 컨트롤 능력에 더해, 다양한 구속의 구종들을 적절히 섞어 던진다면 KBO리그의 타자들을 효과적으로 상대할 수 있을 것이다.

딘은 내구성에서도 합격점을 받았다. 프로 데뷔 시즌을 제외하고는 눈에 띄는 부상을 입은 적이 없으며 최근 5시즌 간 평균 160이닝 가량을 소화하였다. 지난 시즌 원투펀치인 헥터와 양현종이 도합 407이닝을 소화했던 KIA는 이닝이터 선발 딘이 합류하며 원투펀치의 체력을 안배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딘은 2016시즌 말미에 미네소타의 롱릴리프로 뛰면서 불규칙적인 등판 간격을 가진 적이 있는데 이 또한 KIA에게 호재이다. 높은 성적을 목표로 하는 팀 사정상 휴식일을 덜 갖고 등판하는 경우가 몇 차례 발생할 수 있지만 딘은 충분히 견뎌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미래

KBO리그는 딘이 경험한 여타 리그들과 다른 특징들이 있다. 좁은 스트라이크 존과 극심한 타고투저가 바로 그것으로, 불행히도 그에게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스트라이크 존의 경계에 아슬아슬한 공을 던지며 타자들의 스윙을 유도하는 그의 스타일 상 좁은 스트라이크 존은 장점을 희석시킬 가능성이 높다. 타고투저의 환경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고 본인의 장점인 제구력이 퇴색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이다.

딘은 삼진과 볼넷이 적은 만큼 인플레이되는 타구가 많다. 그만큼 수비진의 역량이 성적을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난해 기아의 DER(수비 효율성 지수, Defense Efficiency Ratio)은 0.667으로 리그 평균인 0.670보다 살짝 아래였다. (1위 SK 0.683, 10위 KT 0.643) 하지만 서동욱, 강한울이 주로 키스톤 콤비를 이루었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수비력이 더 좋은 김선빈과 안치홍이 풀타임을 소화한다. 또한 메이저리그에서 중견수로 출장한 경험이 있는 버나디나가 외야진에 합류하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이다.

이번 겨울 KBO리그 팀들의 외국인 투수 영입 트렌드는 제구형 투수이다. 지난해 브라울리오 라라, 파비오 카스티요를 지켜본 구단들이 ‘공이 빠르다’는 장점만 가지고는 리그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생각을 반영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뛰었던 제구형 투수들의 기록이 우수한 것만은 아니었다. 트리플A 기준 9이닝 당 허용 볼넷이 2개 이하였던 JD 마틴, 찰리 쉬렉, 저스틴 저마노 중 마틴과 저마노가 기억에 남을 만한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는 건 명심해야 할 점이 분명하다.

장점과 단점이 분명한 투수 딘. 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KIA 타이거즈의 상황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KBO리그의 특성이 교차하는 가운데 딘은 과연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그에게 3선발의 활약을 기대하는 KIA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게 될지 주목된다.

 

출처: Fangraphs, Milb.com, STATIZ

 

(일러스트=야구공작소 디자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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